한평생을 신석정 시인(1907~1974) 연구에 바친 지역문단의 대표적인 원로시인이자 문학연구자 허소라(본명 허형석) 교수가 16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84세.
1936년 진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금산동중, 금산농고를 졸업하고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거쳐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국문과에서 허 시인은 석정 시인을 만나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 1959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자유문학〉에 시 ‘지열’ ‘피를 말리는……’, ‘도정’ 등 3편의 시를 추천받으면서 등단했다. 당시 시 추천을 해준 사람도 석정 시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석정 시인의 <촛불> , <슬픈목가> 등을 구해 읽으며 그의 시 세계를 동경해왔던 허 시인은 저평가된 스승의 문학사적 위치를 바로잡고자,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후 줄곧 석정 문학 연구에만 매달려왔다. 석·박사 논문도 모두 석정 시인의 문학세계를 주제로 했다. 슬픈목가> 촛불>
전주신흥고 교사로 시작해 군산 수산고등전문학교와 수산전문대학을 거쳐 군산대 교수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재직했다. 이밖에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어계 교류교수, 연변대학 객좌교수,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허 시인은 군산대에서 정년 퇴임 한 이후에도 시 쓰기와 석정 문학 연구로 시간을 보내왔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석정의 문학과 삶을 조명·정리하는 일에 바쳐온 셈이다.
살아생전 고인은 석정 시인에 대해 “스승과 제자 관계로 뿐 아니라 부모와도 같은 분이셨다. 그만큼 제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게는 늘 미치지 못하는 거목 같은 존재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허 시인은 활발한 문학 활동으로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여왔다. 1964년 첫 시집 <목종> 을 낸 이후 <풍장> <겨울나무> <아침 시작> <겨울밤 전라도> <누가 네 문을 두드려> <이 풍진 세상> 등을 출간했다. 산문집 <흐느끼는 목마> <파도에게 묻는 말> <숨기고 싶은 이야기> , 평론집 <못다 부른 목가> 등을 펴냈다. 못다> 숨기고> 파도에게> 흐느끼는> 이> 누가> 겨울밤> 아침> 겨울나무> 풍장> 목종>
전라북도문화상, 전북대상, 백양촌문학상, 모악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석정의 문학 세계를 조명한 논문 50여 편을 발표했다.
2012년 개관한 부안 석정문학관 조성작업에 참여하는 등 건립을 주도했다. 석정문학관 초대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석정 시인의 수많은 시를 발굴·수집했으며 2009년에는 미발표 저항시 11편을 공개해 석정 문학을 새롭게 연구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빈소는 전주예수병원 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임실군 임실읍 정월리 태평교회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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