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882명 중 건설업 사망자가 51.9%(458명)를 차지했다. 또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중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절반 이상인 51.5%(236명)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 추락사고 사망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48명으로 한해 평균 270명 안팎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셈이며, 이는 건설업 관련 사망사고의 56.7%를 차지한다. 2018년에 건설업 추락사고 사망자가 290명까지 치솟은 이후 2년 연속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가장 심각한 안전문제다.
건설현장 추락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설비를 갖추고 안전수칙을 지키면 막을 수 있는‘후진국형 재해’다. 추락사고가 주로 일어나는 곳은 작업 발판이나 이동식 비계, 달비계 등이며, 건설장비나 철골구조물, 지붕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거나 공사장에 개구부(뚫린 구멍)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고용부가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236명의 추락사고 사망자를 분석해보니 비계와 지붕·대들보에서 각각 47명이 사망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건설현장 추락사고는 주로 중소규모의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1억~2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84명이 추락사고로 숨졌고 1억원 미만 현장에서는 7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전체 추락사고 사망자(236명) 중 68.2%에 해당한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중소규모 건설현장은 대형 건설현장보다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고 그에 대한 시설투자가 미흡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이야기했다.
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를 나타내는 지표인 사고사망만인율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한다. 일부 유럽 선진국과 비교할 때 최대 10배가량 높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세계 상위권 경제선진국의 위치를 갖췄지만, 산업현장의 낮은 안전수준은 부끄러울 정도다.
건설현장에 추락 방지조치나 추락 방지망을 제대로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작업발판 대신 나무판자를 얹어서 쓰는 공사현장이 있는데 나무판자가 기울어질 수 있고 쉽게 부서져 작업자가 추락할 위험이 크다. 지붕 위에서 미끄러지거나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사고도 빈번한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대를 걸 수 있는 부착설비를 미리 설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붕의 채광판처럼 강도가 약한 소재의 지붕 작업 시에는 안전발판을 설치하거나 지붕 아래 추락 방호망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서, 작업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현장에서 안전시설물을 작업 특성에 맞게 설치하지 않거나 안전조치 미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이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안전모, 안전장구, 안전대를 반드시 착용하고 사업주는 근로자들에게 적정한 개인보호구를 지급하고 추락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여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의 추락 사고만 막아도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를 현격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추락 사고를 줄이지 못하면 사고 사망자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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