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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10살 된 조카는 외동이다. 가족 안에 자신 이외에 다른 어린이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언니는 털 알레르기가 있고,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강아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인간의 외로움도 달래면서 작고 귀엽고 키우기 손쉬운(손쉽다고 생각하는) 동물. 그 접점에서 만난 것이 햄스터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골 면 단위에서 자랐고 동물이나 곤충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시골에서 자랐다고 해서 동물들과 다 친한 것은 아니라서, 언니는 동물을 상당히 무서워하는 편이고 곤충의 ‘곤’자만 들어도 자지러지는 편이었다. 나는 동물과 꽤 친한 편이었는데 동물 입장에서는 나 같은 어린이가 외려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천진난만한 호기심으로 다리를 한쪽씩 떼어내며 자꾸 괴롭히는 작은 악마였을 테니까.

마트에서 판매하는 햄스터.
마트에서 판매하는 햄스터.

올 3월, 조카와 대형 마트에서 햄스터를 구입하였다. 마트 한 쪽에 물고기, 앵무새, 햄스터 작은 동물들을 구매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한쪽 케이지에 10여 마리의 햄스터가 동그란 박에 안에 숨어있었다. 당시에는 이게 햄스터에게 좋지 않은 환경인지 알지 못했다. 이후에 햄스터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다른 햄스터와 함께 사는 동물이 아니다. 한 케이지에 한 마리씩 키워야 하는 영역 동물이다. 흔히 햄스터가 자기 새끼를 먹는 비도덕적인 동물로 인식하는데, 이는 어미 햄스터가 새끼를 키울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잘못은 인간의 무지로 인한 탓이다.

햄스터 '도찌'.
햄스터 '도찌'.

우리가 데려온 햄스터, 이 조그만 생명체는 난쟁이를 뜻하는 ‘드워프 햄스터’로(Dwarf hamster)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종이고 전체적으로 회색빛에 가운데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모습이다. 조카는 자기 이름의 한 글자를 따서 ‘도찌’라고 이름 붙이고, 애지중지하였다. 햄스터는 송곳 같은 날카로운 앞니가 두 개가 있는데, 손으로 친해지는 과정에서(핸들링) 조카는 그만 물려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아이패드 게임보다 시큰둥해지고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언니는 동물을 여전히 무서워했고 관계도 맺지 못했다. 아무도 못 키우는 상황이 되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버린다’고 하였다. 물론 이모인 내가 당연히 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볍게 한 농담일 수 있겠으나 한 생명을 두고 행한 안일한 처사였다. 도찌가 알아들었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슬퍼했을까.

어느덧 도찌를 5개월째 키우면서, 조금씩 서로를 길들이고 있다. 핸들링 과정에서 날카로운 이빨로 콕 물리기를 반복한 탓에 많이 친해지지는 못한 체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 지붕 아래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식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1인 1동물 가구, 현재 나의 가족 구성원이다. 꽤 감동적인 순간들도 있었다. 가만히 엎드려 있는 도찌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그러했고, 한밤중의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열심히 운동하는구나. 나도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라는 배움의 순간으로 전환되는 때가 그러했다. 바깥공기가 유난히 지치고 힘들 때, 따뜻한 존재와의 접촉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다. 나와 다른 비인간 존재와의 만남은 인간이 만물의 주인이 아니라 한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올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 9000가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는 만큼 학대와 유기도 많아지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국민 2000명 대상으로 동물보호법, 동물원·야생동물 등 동물보호·복지 정책에 대한 인식을 설문 조사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 동물 발생 이유를 묻는 질문(중복응답 허용)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 인식이 부족해서‘(76.5%)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2위는 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이 낮아서(58.5%), 3위는 쉽게 반려동물을 사고팔 수 있어서(47.7%). 이처럼 동물에 대한 책임 부족과 문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햄스터 '도찌'.
햄스터 '도찌'.

햄스터는 평균 수명이 2년밖에 되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도 20년을 넘지 않는다. 가끔씩 인간이 너무 오래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당대의 기후 위기처럼 늘어난 수명만큼 다른 종과의 공존을 기여하는데 일조하면 좋으련만, 지구 자원을 독점하고 착취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인류가 전부가 아니라 다른 종을 존중하고, 그들을 위해 자원을 덜 쓰고 다른 종과(지구) 함께 나눠 쓸 것인가? 필멸의 길 앞에서, ‘좋은 인간’상에는 이런 윤리적 사유가 포함되어야 한다. 지난 9월 28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신설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민법 제98조에 의거하여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대를 받거나 심지어 사살을 당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가 인권 보장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인 것처럼, ‘동물이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의 ‘동물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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