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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노후의 인간관계

노후에 필요한 것을 꼽으라면 흔히 건강과 돈을 든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인간관계가 아닐까 한다. 특히 직장이나 사업을 하다 은퇴한 경우 건강이나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인간관계다. 건강과 돈은 자신만 잘하면 되지만 인간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니만큼 나 혼자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직장이나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직위를 기준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은퇴 후 대개 1년 안에 직장에서 맺었던 인간관계는 송두리째 사라진다. 따라서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후 인간관계는 부부관계, 자녀관계, 친구관계, 사회관계 등 4가지 관계망으로 나눠볼 수 있다.

 

부부관계

은퇴 이후 부부관계에 큰 위기를 맞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와 동시에 남편들은 그동안 억매여 있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좀 쉬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노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등산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소일한다. 집에서 삼시세끼를 다 먹는 경우도 있다. 반면 부인들은 남편의 은퇴를 계기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남편보다는 동네친구나 교회 등 바깥활동이 더 편하다. 24시간 같이 있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부부사이에 짜증이 쌓이고 불화가 고개를 든다. TV 채널권을 갖고 다투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힘겨루기를 시작해 언성이 높아진다. 불평불만이 생기고 긴장이 고조된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나 큰 위기로 치닫는 경우가 없지 않다.

HAPPY RUN 엄마의 간식 활동 /사진 제공 =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HAPPY RUN 엄마의 간식 활동 /사진 제공 =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이러한 파국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따로, 또 같이’의 관계다. 은퇴 후에 24시간을 붙어 있으면 권태로울 수 있으니 하루 한두 번의 식사만 같이하고 나머지는 각자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나무나 식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떼어야 잘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하나는 취미생활 등을 같이 하면서 꾸준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사기업에서 퇴직한 A씨(66)는 아침에 눈을 뜨면 부인과 함께 1시간 30분가량 걷기운동을 한다. 걷는 동안 자녀나 친구 얘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아 직장 다닐 때보다 금슬이 더 좋아졌다. 그 밖의 생활은 각자 알아서 한다.

노후에 배우자는 동반자요 친구다. 눈 감을 때까지 돌봄자이기도 하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독신자(사별 또는 이혼자 포함)보다 오래 산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 크다. 나이 들수록 배우자에게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자녀관계

노후에 자녀들의 교육 및 결혼자금 등에 매어 힘든 생활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과다한 지출로 노후 내내 큰 고생을 하는 것이다. 소위 자녀부양 리스크(위험)다. 이러한 자녀 리스크를 염낭거미에 비유하기도 한다. 독거미의 일종인 염낭거미는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모성애가 강한 습성이 있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베이비부머의 경우 자식 뒷바라지와 부모 봉양을 함께 해야 하는 이중케어에 갇힐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은퇴하고 나면 연금 외에 변변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비혼(非婚)과 만혼(晩婚) 추세까지 겹쳐 성인이 되었어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가 흔하다. 20∼30대의 캥거루족, 30∼40대의 신캥거루족이 그 예다.

현명한 노후를 위해서는 자녀를 최대한 일찍 독립시키는 게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가 같이 자녀교육과 경제문제 등에 공통된 의견을 가져야 한다. 부부간에 의견이 다르면 그만큼 자녀 독립이 늦어질 수 있다. 또 자녀와 상의해 부양기간과 지원 범위를 합리적인 선에서 정해야 한다. 대학 졸업 때까지, 또는 결혼할 때까지만 뒷바라지를 해주겠다고 시한을 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질질 끌다보면 나중에 자식도 부모도 함께 망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친구관계

전주시 금암1동에서 벌인 이웃사촌 빨래터 활동 /사진 제공 =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전주시 금암1동에서 벌인 이웃사촌 빨래터 활동 /사진 제공 =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직장 등 공적 관계망은 퇴직과 함께 대부분 눈녹듯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오랜 친구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위로가 된다. 은퇴 후에 보면 휴대폰 속의 전화번호부에 수백 명의 이름이 저장돼 있으나 막상 전화를 걸만한 상대가 많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서양 격언에 “노년의 행복은 친구들의 수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노후가 되면 마음이 외롭고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때 달려와 고민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한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왕따 등 여러 이유로 세상과 담을 쌓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40세에서 70세 사이의 중장년층 히키코모리 숫자가 80만 명에 달한다. 숨겨진 인원까지 합하면 최대 20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 중 80% 이상이 남성이다.

친구는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동시대를 같이 걸어왔고 노후의 외로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도반(道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꼭 학교 동창 등 동년배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노후가 될수록 나이도, 생각도 다른 친구를 사귈 필요가 있다. 동년배 간의 대화는 너무 뻔하다. 더욱이 나이 들수록 노화와 쇠퇴로 인해 활기를 잃고, 그 중 누구라도 병들거나 죽음을 맞이하면 우울감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친구는 다양할수록 좋다. 특히 긍정의 에너지와 재미있는 콘텐츠를 갖춘 친구라면 더없이 좋다. 반면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친구는 피하는 게 낫다. 또 만날 때마다 눈치도 없이 돈 자랑, 자식자랑을 반복하는 친구는 피로감을 준다.

스스로 좋은 친구, 매력 있는 친구가 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새롭게 도전함으로써 만날 때마다 자극이 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자세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좋은 친구가 모여든다.

 

사회관계

전주시 금암1동에서 벌인 이웃사촌 빨래터 활동 /사진 제공 =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전주시 금암1동에서 벌인 이웃사촌 빨래터 활동 /사진 제공 =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은퇴 후에는 인간관계가 갑자기 축소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외로 더 넓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적극성을 띠게 되면 오히려 다양한 취미와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공직에서 은퇴한 B씨(63)는 요즘 역사 포럼과 지역통합 활동으로 바쁘다. 후백제와 가야문화에 관심을 갖고 현장답사 등 포럼활동을 벌이고 있고 지역통합을 위한 협의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역일 때 맺어진 인맥이 기반이 되어 역사문화 잡지 발간에도 관여한다.

또 평생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여성 노인 C씨(69)는 퇴직 후 노인복지관과 자원봉사센터에서 상담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주변의 공원과 산 등에서 쓰레기도 줍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극홍보활동도 벌였다. “적극적인 봉사활동이 신체적 건강 유지는 물론 노후 행복의 원천”이라며 밝게 웃는다.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조상진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노후 인간관계를 위한 10계명

-겸손 또 겸손하라

-주변에 항상 감사하라

-베풀 수 있을 때마다 베풀어라

-말하기보다 들어라(傾聽)

-가르치려 들지 마라. 꼰대소리 듣는다

-소파와 TV중독, 유튜브에서 벗어나라

-옷차림을 깨끗이 하고 목욕을 자주 하라

-꾸준히 공부하라

-매력 있는 인간이 되라

-먼저 연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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