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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마한역사 기록관 '나주 복암리 3호분'(하)

 나주 복암리 3호분 백제 석실분
 나주 복암리 3호분 백제 석실분

나주 복암리 3호분이 영산강유역의 분구묘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이유는 하나의 분구 내에 400여년 정도 지속적으로 매장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매장부의 유형 변화를 통해 마한의 정치와 사회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대형분구 축조 이전의 3세기 중엽에서 5세기 중엽에 이르는 선행기에는 난형(卵形) 몸통의 목이 좁은 형태에서 U자형 대형옹관으로 변화된 옹관이 주요 매장부로 채용되고 있다. 이 시기는 영산강유역의 연맹체 세력들이 백제의 영향력에 압박을 받으면서 새롭게 결집·성장하는 단계로 파악할 수 있다.

Ⅰ기는 5세기 후엽에서 6세기 전엽에 해당하는데, 선행기의 분구를 조정·확대하여 방대형 분구를 축조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새로이 출현하는 96석실은 공주지역의 백제 석실분과는 입지, 평면형태, 축조방법과 구조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 구주지역과 교섭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위 영산강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석실 내에 시기차를 두고 안치된 4기의 옹관의 존재는 전통적인 옹관과 외래의 석실이 결합된 양상으로서, 이는 옹관을 주요 매장시설로 이용하던 마한세력이 석실분을 자발적으로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당시 한반도 정세를 보면 백제는 고구려의 남진정책으로 인하여 상당한 어려움을 겪던 시기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틈타 영산강유역의 마한 세력이 대외교섭을 통한 독자적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석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주 복암리 3호분 96석실(영산강식) 내부
나주 복암리 3호분 96석실(영산강식) 내부

96석실 내의 2호 옹관에서 출토된 금은장삼엽환두도(金銀裝三葉環頭刀)를 통해 피장자의 신분이 지배자 계층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특히 4호 옹관은 영산강유역의 대형 옹관과 달리 생활용기로 사용되던 회청색 경질의 호형토기이며, 4기의 옹관 가운데 가장 늦게 안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주 복암리 3호분 출토 금동신발
나주 복암리 3호분 출토 금동신발

특히 이 옹관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은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것과 통하고 있어 Ⅰ기의 마지막 단계로서 백제의 지방통치와 관련된 단서가 되고 있다.

Ⅱ기에는 본격적으로 백제계의 횡혈식석실분을 매장부로 채용하는 단계인데, 6세기 중엽에서 7세기 초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는 석실이 정형화·소형화되는 사비유형이 주를 이루지만, 긴 묘도와 연도의 시설에서 전형적인 사비유형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미 채택하고 있었던 영산강식 석실의 속성이 가미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복암리 3호분 축조집단이 사비유형의 석실분을 자발적으로 수용한 증거가 된다.

나주 복암리 3호분 백제석실 출토 은제관식
나주 복암리 3호분 백제석실 출토 은제관식

이 단계의 사비유형 5호 석실에서는 관모틀과 은제관식이 출토되었는데, 이러한 유물은 백제 고지에서 폭넓게 발견되고 있다. 은제관식은 중국 역사서인 「周書」에 보면 백제의 16관등 가운데 6품인 나솔(奈率) 이상의 관인이 착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은제관식을 착장하고 있었던 피장자는 복암리 3호분 축조집단에서 배출되었던 중앙관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백제가 이 지역을 완전하게 편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영산강유역의 마한계 집단도 백제 중앙관리로 진출하여 지속적으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같이 나주 복암리 3호분은 3세기부터 7세기 초까지 영산강 유역의 마한 연맹체세력들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보여주는 기록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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