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 성공시대’가 시대적 화두가 된 배경에는 정치인의 성장이 곧 전북의 성장이라 믿었던 도민들의 실망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보수정부 9년 간 '무(無)장관 무차관'의 서러움을 겪으면서 지역현안 해결의 창구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전북정치인들은 청와대와 중앙부처에 전북출신이 요직에 없어, 민의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선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듯 내각에 전북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막혔던 현안이 뻥 뚫릴 것으로 기대됐다.
문재인 정부 인사는 전북을 호남에서 분리한 독자권역으로 인정한 사실이 단연 두드러졌다. 또 무늬만 장차관급이거나 전북출신이 아닌 지역과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 정부 핵심부처에 중용된 점도 전북의 자산으로 여겨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만큼 중앙정부나 정치권에서 전북인이 대거 요직에 진출할 기회는 또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전북의 실정을 돌아보면 이들의 약진은 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개인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진안출신 정세균 국무총리와 군산출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포진해있을 당시에도 제3금융중심지는 지정되지 못했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10명의 국회의원 외에도 전북이 고향이거나 연고를 둔 의원도 36명이나 됐다. 이중 상임위원장 및 간사를 맡거나 부의장 등 중책을 맡고 있는 의원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이들 중 지역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전북인구는 180만이 붕괴됐다. 인구는 도세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척도로 이후로도 전북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북정치권과 전북출신 고위공직자의 성공이 곧 '전북의 성공'을 이끌 것이란 기대가 무너진 것도 도내출신 정치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는 반면 정작 지역은 인구·교육·일자리·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낙후가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된 정치인의 승리가 전북도민성공으로 이어져야한다는 호소가 짙어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 있다. 앞으로 전북지역의 암울한 전망은 정치권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인구가 줄어들면 전북은 가까스로 지켰던 국회의원 10석이 흔들릴 수 있다. 전북 국회의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다면 국회의원이 8명인 강원과는 또 상황이 다르다. 강원은 국회의원이 8명에 불과하지만 여야 경쟁의 정치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일당독식이 고착화돼 중앙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강원도는 특별자치도로 부상한 반면 군산~제주 항공노선 감축이 타깃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인구가 줄면 결국 소멸지역 자치단체는 통폐합의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고, 결국 해당지역 단체장과 지방의원 자리도 소멸할 수 있다. 선지후사(先地後私)의 정치가 지역과 정치인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다행히 정부차원과 야당인 민주당이 제시한 전북발전 대안은 거의 동일하다. 정부가 전북경제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 국회차원에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 전북공약이나 과제는 전북보다 인구가 많은 타 지역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점을 감안, 공약실현과 사업 착수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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