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고를 때 문 턱 유무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턱 높이가 3cm만 넘어도 휠체어로는 진입하기 어려워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7일 오후 2시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의 한 가게 앞. 전동 휠체어를 탄 이동한 작가가 식당 앞에서 이 같이 말하며 진땀을 흘렸다. 남들은 별 신경 안쓰는 가게 입구의 조그만 문 턱 하나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인 그에겐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왔다.
이날 전북일보 취재진은 사회적협동조합 '해시담'과 함께 전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하 전북지플)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식 경사로 지원' 의제실행을 위해 2시간가량 진북동 일대를 돌며 휠체어 사용 가능 상점을 조사했다.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이 작가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식당과 카페, 마트와 약국에 이어 구청까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곳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식당은 턱 높이가 8cm 정도였는데 전동 휠체어를 앞 뒤로 5분 넘게 움직이고 난 뒤에야 겨우 진입할 수 있었다. 인근 카페와 식당, 편의점 등에는 경사로 자체가 없어 시원한 물 한 모금 사 마시는 일이 불가능했다. 유일하게 문 턱 없이 경사로가 마련돼 있는 곳은 공공 기관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덕진구청엔 입구와 화장실 등에 고정식 경사로가 있어 진입하기 수월했다.
이 작가는 "오늘 직접 체험해보니 턱 높이가 3cm만 넘어도 고가의 전동 휠체어가 아닌 대다수 장애인이 사용하는 수동 휠체어 등은 아예 들어갈 시도조차 못할 것 같다"며 "현재 지자체가 장애인을 위해 여러 구조물을 지원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높은 소규모 시설에선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교통 약자'. 그중에서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 원활한 이동을 위해선 경사로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모든 구조물이 공공 시설에 집중돼 있어 일상 속에서 이용하는게 쉽지 않다.
전주시는 지난 2021년 '전주시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 및 점검 조례'를 제정해 이동식 경사로 등을 설치하는 등 보행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이동 권리 등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적은 예산과 법적 한계로 조례 제정 2년이 지나도록 장애인 이동권 향상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7월 이성국 전주시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지역에서 휠체어로도 제약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은 0.7%에 불과했다. 특히 시가 지정한 장애인친화음식점 89곳 가운데 경사로가 설치된 곳은 44곳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의 주된 이유는 공공 기관이 아닌 소규모 민간 업주가 경사로를 설치하려면 10만 원 이상의 도로점용료를 매년 구에 납부해야 하는 등 현 조례만으로는 민간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를 넘어 민간 차원에서도 경사로 설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통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적협동조합 해시담 관계자는 "보행약자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려고 해도 도로점용 관련 문제가 많아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으로밖에 설치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보행약자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한 가게는 도로점용료를 제외하는 등 지자체의 중장기적 지원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덕진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구청에 보도블럭이나 경사로 등을 설치한 것에 이어 점차 덕진구 전체에 그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며 "보행에 불편함을 겪는 교통약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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