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줄근한 장마 뒤
땡볕 흥건히 내려찍는 날
조석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
벌 나비 부르고
세상의 발소리 멀리 들리는
풀밭에 가부좌로 앉아
잔서리 깨물며 희망을 안고
온전히 밤낮을 사랑하나니
뉘 한번 불러 주지 않아도
신실한 꽃향기로 웃음꽃 날리며
풀벌레 울어예는 밤 지새우는
호박꽃이 참꽃이라는데
왜 그리 말이 많은지
△ 가짜뉴스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이제 모든 뉴스는 일단 의심하는 게 답이다. ‘거짓’은 ‘참’보다 그럴싸하고 매력 있다. ‘거짓’은 때때로 ‘참’보다 훨씬 이론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도 ‘참’을 ‘참’이라고 증명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풀밭에 가부좌로 앉아” 드디어 피운 “호박꽃이 참꽃이라는데” 세상은 이를 듣지 않는다. 작 익은 호박처럼 시인의 사유도 잘 익었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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