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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줄테니 상영 말라?" 중국 정부에 압력받은 영화는

잉량 감독, 사법 폐해 고발 다룬〈아직 할 말이...〉떠들썩

▲ 29일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필리핀 라야 마틴 감독과 스리랑카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 중국 잉량 감독 핸드프린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2012'은 러닝타임이 175분이나 됐다.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가 30분 안팎 단편 디지털 영화 제작을 의뢰했으나, 젊고 열정적인 감독들이 40분~70분 중·장편으로 내놓으면서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 정부가 '디지털 삼인삼색'의 내용 때문에 영화제에서 상영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압력과 함께 영화 저작권을 100억에 사겠다고 제안해 전주영화제를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다는 대목이다. 'JIFF, 줌 인'에서는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2012'에 참여한 아시아의 세 신성과 작품들을 만나봤다.

 

지난 28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첫 상영을 가진 중국 잉량 감독의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 스리랑카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마지막 순간의 빛〉, 필리핀 라야 마틴의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 전주영화제와 끈끈한 인연을 자랑해온 이들은 하나같이 "'디지털 삼인삼색'에 초대된 것은 아주 각별한 경험"이라면서 "진정한 감독으로 거듭나게 된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은 중국 한 남성이 여섯 명의 경찰을 살해한 사건과 연루됐으나, 사법적 절차가 무시된 채 사형 판결을 내린 정부에 이의를 제기한 어머니의 시선을 담은 영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감금되면서 뒤늦게 아들의 사형을 통보받아야 했던 어머니의 답답하고 절절한 심경이 담겼다.

 

잉량 감독은 29일 전주 영화제작소에서 열린 회견에서 "내가 11살 때 2주간아버지가 실종됐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아버지를 3년간 수감시켰는데, 뒤늦게 무죄임을 알게 됐다. 그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했다. 이어 "영화를 찍는 동안 비밀에 부쳤다가, 1개월 전 정부가 영화 개봉을 알게 되면서 전주영화제와 나의 가족 등에게 직·간접적인 압력을 넣어 이곳에 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피해자 가족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인 데다 역대 최고 제작비(28만 위엔)를 투입해 나를 비로소 진짜 감독으로 만들어준 영화"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순간의 빛〉은 지난해 아버지를 하늘로 올려 보낸 비묵티 감독이 어린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킨 영화. 죽은 아버지가 하늘이 되고, 아들이 땅이 되어 존재의 생성과 소멸을 과학과 종교를 접목시켜 풀어낸 이 영화는 장면 장면에서 작가의 위트가 돋보였다.

 

29일 회견에서 비묵티 감독은 "이 영화는 여러 모로 각별하다"면서 "지난해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뒤 올해 처음으로 내면을 깊게 들여다본 데다, 영화적 기법에서도 변화를 맞고 있어 전주영화제 참여 경험이 나를 많이 돌아보게 했다"고 소회했다.

 

라야 마틴 감독의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는 필리핀 마닐라 외곽의 해변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태평양 전쟁으로 폐허가 되는 영상이 14분 넘게 이어지다가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필리핀 독립영화의 제우스나 다름 없는" 감독인 라브 디아즈가 등장해 실제 파티로 안내한다. 영화 파티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를 무렵 영화는 화려한 음악과 함께 10분 넘게 암전이 되기도 했다. 상영에 앞서 유운성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귀띔하지 않았더라면 당황했을 법한 암전이 이어지는 동안, 빛이 나타나는 부활의 순간을 견디지 못한 상당수의 관람객들은 상영관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29일 회견에서 라야 마틴 감독은 "이미지와 소리가 분리시키는 기법을 통해 내가 의도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 프로그래머는 이를 두고 "과거 필리핀 영화의 폐허만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재생을 꿈꾸며 벌이는 향연. 그리고 이 모두가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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