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보호받지못한 순수·직업의 코미디 등 5편 상영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엔나영화제는 영혼의 동반자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엔나영화제는 모두 B급 영화에서부터 전위적인 영화에 이르기까지, 최신 영화에서부터 영화사를 거슬러 올라가 영화가 처음 태어나던 시기의 작품까지를 통틀어 대중문화와 미술이 교차되는 지점에 서 있는 영화들을 찾아내고 소개한다. 두 영화제의 또 다른 공통점을 들자면,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엔나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은 작품을 선정할 때 그 작품의 인기나 시장성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영화제 모두 영화제 관객들이 지성과 창의성을 갖추고 있으며, 열린 마음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데 망설임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나에서 해마다 열리는 비엔나영화제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제다. 1960년부터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해 현재 독일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망높은 이 영화제는 지난 2011년 350편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9만5000명의 관객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어느 오스트리아 영화 비평가 단체의 주도하에 출발한 작은 영화 행사에 불과했던 비엔나영화제는 국제 서사 장편 및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소개하고 전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헌정전 및 특별전, 오스트리아 영화박물관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는 등 다채로운 비경쟁 프로그램에 힘을 실음으로써 영화제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꿨고, 이때 마련된 기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우리 영화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다가 현재는 비엔나국제영화제 주요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들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1995년부터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영화제작자들을 초빙해 영화제 트레일러를 만들어 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비엔나영화제 5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상영될 다섯 작품을 통해 비엔나국제영화제의 역사를 어렴풋이 볼 수 있다.
두상 마카베예프의 〈보호받지 못한 순수〉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기 훨씬 전부터 오스트리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교량 역할을 했던 비엔나국제영화제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생동감 넘치는 촬영술을 통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영화다.
테라야마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에는 1968년 이후 세계 영화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정치적, 실험적 성향이 짙은 영화에 대한 비엔나국제영화제의 지속적인 관심과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영화를 꼭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려고 하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누벨바그 시대의 원시인'이라고 불리던 거장 뤽 물레 감독의 모든 작품 속에는 파리의 지성인 모임보다 프랑스 영화를 더욱 사랑했던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위예술가 니나 멘케스는 〈블러디 차일드〉에서 1990년대 미국 사회의 폭력을 신랄하고 과격하게 분석했다. 독일의 젊은 유망주 감독 발레슈카 그리제바흐의 〈갈망〉은 이성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질곡을 흡사 다큐멘터리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니나 멘케스와 발레슈카 그리제바흐 두 감독의 작품은 각자가 속해 있는 사회, 인생의 매 순간을 고통스럽게, 그리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분석해서 영화에 담았다.
‘비엔나영화제 특별전’상영관·시간
〈갈망〉
4/30 오후 5시 J5(GV), 5/4 오후 2시 J5
〈보호받지 못한 순수〉
4/27 오후 2시 J5(GV)
5/4 오전 11시 J5
〈블러디 차일드〉
4/30 오후 8시 J5(CT)
5/1 오전 11시 J5(GV)
〈직업의 코미디〉
4/30 오전 11시 M5(GV)
5/2 오후 2시 M10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4/28 오후 8시 J5(GV), 5/1 오후 8시 J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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