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삶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출산을 앞뒀고, 술박물관 외연을 넓히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랜 염원이었던 전시관은 이미 새 단장을 했고,'2012 한옥마을 술 축제'(19~20일)를 앞두고 있다. 최근 전주 한옥마을에 관람객들이 물밀듯 밀려들면서 술박물관은 평일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부어라, 마셔라, 취해라'의 잘못된 술 문화가 아닌 전통주로 건강하게 마시는 술 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체험과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조선의 영조는 금주령을 어겼을 때 사형까지 내렸을 만큼 엄히 다스렸습니다. 그 때문인지 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 뿌리가 깊어요. 더욱 아쉬운 것은 술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려는 문화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술을 잘못 배우게 되는 겁니다."
가양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뒤늦게 시작한 공부.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관한 이해 없이는 술에 대한 이해도 얕아질 수밖에 없다. 전통주에 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전북대 대학원(사학과)에 입학해 '조선시대 금주령 법제화 과정과 시행 양상'을 주제로 논문을 쓸 때 꽤 많은 고생을 했다.
"조선시대 가양주가 발달했던 이유는 유교적 국가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또 다른 음식이었던 셈이죠."
문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현재 전해내려오는 전통주는 산호춘을 포함한 50여 종.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어떤 누룩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오기 때문에 그 종류가 수천 가지가 넘는다." 문제는 가양주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와인 열풍이 불 때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만 찾았던 게 아니잖아요. 가양주도 그렇게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술을 아예 못하는 분들도 가양주는 즐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데요. 회식 자리에서 직접 빚은 청주와 술잔을 들고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웃음)"
결국 가양주를 제대로 알고 즐기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 술박물관을 위탁해오고 있는 (사)수을(대표 박시도)가 지난 2월 전주 동문거리 일대에 마련한 '전주전통술교육관' 은 수준급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체험교육공간이다. 맛이 획일화되는 가양주 대량 생산은 반대하나, 가양주 대중화를 위한 양조장 건립은 오랜 숙원. 그는 "수을이 내년엔 전북 최초로 양조장을 만든다"며 기뻐했다. 농민들이 주류 허가를 편리하게 받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농가들도 소득 작목을 활용하는 가양주 빚는 일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술 마시는 즐거움을 축제성과 연계시킨 '2012 만추만취 한옥마을 술 축제'(19~20일)도 술박물관의 핵심 사업이다.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와 '2012 전주비빔밥축제'와 함께 열리는 이번 축제의 꽃은 국내 최고의 술 빚기 장인을 뽑는 '2012 국(麴)선생 선발대회'. 국선생 선발대회를 통해 발굴된 자희자양의 '국화주'(2008) 출시나 상주 곶감축제와 발 맞춰 대중화 발판을 마련 중인 상주 곶감주(2011)는 의미 있는 선례. 작지만 내실 있게 한 발 한 발 성장해나가는 국선생 선발대회에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가양주를 옛날 술로만 여기는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비싸게 여겨지는 가격과 다소 낯선 맛에 길들여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프랑스 정부가 와인의 기능성과 이야기를 알리면서 와인 세계화를 이룬 것처럼 우리도 전통 누룩의 우수성에 대해 정부가 학술적으로 검증을 하고, 스토리텔링적 요소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술이 음식과 함께 식문화로 비춰져야 하구요. 이 모든 작업이 가양주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때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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