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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조율사 조국 서울대 교수 "文·安, 서로 동의하고 승복하는 단일화 과정 필요"

대담 = 김은정 선임기자 - 유권자 판단 돕는게 제 직분에 맞는 소명 생각…정치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오래전에 했을 것

▲ 조국 서울대 교수는"대선 후보간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절차에 따라서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후보 단일화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봉주기자 bjahn@

또 매스컴을 탔다. 이번에는 '90도 절'이 문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만나 악수 하면서 몸을 90도 가까이 숙여 인사하고, 후보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면서 왼손은 배 위에 얹은 '아주 공손한 자세'를 보인 것이 화근(?)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그의 90도 인사에 사회적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90도 인사법'으로도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된' 사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47)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예전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그의 인사법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본 것은 2010년 겨울, 전북일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초록시민강좌'에서 였다. 그때 그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90도보다 훨씬 더 깊숙이 고개 숙이고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었다. 눈에 띄게 출중한 외모에 정중하기까지 하니 인사를 나눈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했다. 그런데 그 '인사법'이 이번에는 그를 '폴리페서'로 모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됐다.

 

그를 비판하는 언론매체의 표현대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치 발언'을 하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모든 짐을 진 듯 결연히 나선 사람, 보수진영의 온갖 모욕적인 비판과 지탄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게 대응하고 더 명징한 태도로 진보진영의 연대를 강조하는 사람, 늘 언젠가는 정치에 뛰어들 것이란 혐의를 받으면서도 사회참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열정적이고 충실하게 실천해가는 사람. 그를 만났다. 왜 그는 편안한 개인적 삶을 놓아두고 굳이 이 진흙탕 정치판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며, 정말 그리고 끝내 정치에 입성하지 않을 것인가 알고 싶었다. 묻고 대답하는 일에 단련된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명쾌한 논리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인터뷰는 두 차례, 지난달 25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그의 연구실과 다음날 강연차 내려온 전북대의 카페에서 진행됐다. 전북대 강연은 야권 단일화를 위해 그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시민정치콘서트' 전국순회로 이루어진 자리였다. 강연장소인 전북대 인문대 최명희홀 300여석은 차고도 넘쳤다.

 

-정말 바쁜 일정을 보내시더군요. 시간 내주시어 감사합니다. 전북대 강연 시간에 맞추어 인터뷰 할 계획이었는데, 수업 때문에 도착시간이 늦어지는 일정에서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습니다. 수업을 늘 그렇게 철저하게 하십니까.

 

"수업을 빼먹는 일은 없도록 노력합니다. 불가피하게 휴강하는 경우는 학회와 일정이 겹칠 때인데, 그렇게 되면 보강을 하고 수업진도를 반드시 나갑니다. 학교 일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가능한 지킵니다."

 

-그럼에도 워낙 열심히 정치활동을 하시니까 오해를 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새누리당에서 '연구활동은 언제하냐" 비판하는 성명을 냈을 때,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날 꼭 찍어 "연구활동은 언제 하냐"고 비판하는 대변인 성명 발표. 풉, 내가 많이 신경쓰이제? 그런데 내 연구실적이라도 확인하고 이래라'고 즉각 올리셨더군요. 당당하고 자신 있어 보였습니다.(웃음)

 

"민주화 운동을 했던 윗세대 선배들은 훌륭한 활동을 많이 했지만, 학문을 병행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었죠. 저는 20대에 운동권 활동을 하면서 진보를 지향하면서 공부도 잘해야겠다고 생각 했었습니다. 정치활동과 사회참여를 하지만 전공 공부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이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 생각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비난은 좀 가소롭습니다."

 

-그래도 신경은 쓰이시죠? '프로페서'의 뜻을 명확하게 짚어 올리셨던데요. ''교수'로 번역된 professor의 원의는 자신의 신조를 '공언'(profess)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해놓으셨던데. '왕왕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만, 직업윤리와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주더군요.

 

"자꾸 반복하니 말장난 같지만 프로페서의 정의는 '공언 하는 것'이고 종교적으로는 고백까지도 하는 것입니다. 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직분을 다 안하는 것이죠. 대중들은 프로페서가 아닙니다. 살기 위해 돈을 버는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 위험할 수 있고, 자신을 드러내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하며 살아갑니다. 나쁘다 좋다로 판단하기 이전에 삶의 조건 자체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프로페스를 해줘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유권자나 대중들은 프로페서의 말을 들어보고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판단하게 됩니다. 교수는 지식을 가르치는, 지식 전달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나아가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리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세계관을 공언해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그 직분을 아주 충실하게 다하고 있는 셈이군요. 그 직분 이야기를 좀 해보죠. 교수님께서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를 위해 줄곧 절박하게 강조해온 것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작업인데 최근 단일화 물꼬가 좀 트이는 것 같지요.

 

"안철수 후보 쪽에서 단일화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보면 안 후보 쪽에서 11월 25일 전까지는 최종합의를 늦출 가능성이 큽니다. 시간을 벌어야하는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전략이겠죠.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빨리 입당할 것을 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평행선이 됩니다. 그럼 이 상태로 벼랑 끝 전술을 끝까지 갖고 갈 것이냐는 문제가 남죠."

 

-단일화의 절차와 방법이 매우 중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일전에 두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해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공동 정강정책을 확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제안을 하셨는데요. 문 후보 쪽에서는 받아들였고, 안 후보 쪽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나요.(웃음)

 

"안 후보 캠프에서 안 받았다고 해서 섭섭한 것은 없습니다. 안 후보 쪽은 독자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충분히 이해가 되죠. 그러나 계속 그렇게만 갈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분들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 주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끊임없이 연결 고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느 캠프에도 속하지 않은 지식인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제 주장의 핵심은 11월에는 양쪽 후보가 무조건 만나야한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단일화를 촉구하는 문인들의 성명서나 원로들의 원탁회의 성명서, 그리고 곧 나오게 될 대학교수들의 성명서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절박함을 담은 것입니다."

 

-교수님의 단일화를 위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겠지만, 그동안 문 후보 친성향 인사로 분류되어왔기 때문에 안 후보 쪽으로서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럴 수 있죠. 그러나 저는 문 후보 쪽의 영입 제안을 계속 거절해왔습니다. 어떤 캠프에도 합류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후보가 합리적으로 투명한 절차를 통해서 단일화 되면 그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물론 문후보든 안후보든, 민주당이든 아니든, 잘못된 정책과 지향에 대해 비판할 것은 해야죠. 우리 쪽 정책을 비판하면 상대편이어서 그렇다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캠프의 논리가 작동하게 되면 자기 캠프가 하는 것은 모두 선이고, 다른 캠프가 하는 것은 모두가 악이라는 그런 구도로 갈 수 밖에 없게 되죠. 사실 맘편하기로는 어느 쪽으로 확실하게 서는 것이지만 누군가는 단일화를 위한 연결 고리를 꾸준히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수님이 온갖 공격을 무릅쓰고 비평하면서 제안했던 안들이 늦어지거나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두 후보가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부분은 아직도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안 만날 수도 있겠죠. 저도 현실 자체를 낙관적으로만 보진 않습니다. 논리가 작동하면 안 만날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 강한 압박, 강한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은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안 후보 캠프에서 단일화는 금기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단일화를 언급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복잡한 조건이 붙어 있긴 하지만 분명한 진전이고 변화죠."

 

-그럼에도 최근 움직임을 보면 두 캠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대선에서 이기려면 후보와 캠프가 경쟁하면서도 연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그것을 자신의 지지층에 메시지를 분명하게 계속 보내야 한다고 하지만 신뢰 없이는 어려운 일이겠죠.

 

"물론입니다. 제 철학 중의 하나가 진리는 아무도 독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와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부분적 진리를 갖고 있습니다. 후보와 캠프가 자기쪽 주장은 백프로 진리고, 한쪽은 백프로 허위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죠. 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정치공세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한 진리를 갖고 있고, 각각 합당한 존재 근거와 합당한 이유가 있는데 자기 쪽만 온전한 진리라고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절차에 따라서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단일화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실 그동안 교수님이 걸어온 정치영역에서의 활동을 보면, 이번 대선을 앞둔 정치 활동이 낯설진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권교체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그래서 어떤 '결기'까지 보이게 하는 적극적인 활동의 이면에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2기 민주정부때에는 정치활동를 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을 했지만,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은 의도적으로 안했습니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불만이 있었고, 그래서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정치의 기본은 굴러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기본정도는 유지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무너지더군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해보면 지금은 MB정부의 실정을 모두 비판하지만, 집권 초기에는 지지율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때 MB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생방송 토론이 있었어요. 그때 패널로 나갔었는데, 요즘 표현으로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틀렸다고 비판하고 경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변화가 없었어요. 국가인권위원을 사퇴하고, 나서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함께 진행한 '진보집권플랜'은 그래서 나온 것이지요."

 

-'진보집권플랜'은 반향이 대단했었죠. 한국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화두로 많은 사람들에게 낙관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평가는 의례적인 찬사가 아니었습니다.

 

"오대표와 진보의 불을 지펴보자고 의지를 모았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때부터 '스노우볼 효과'처럼 제 발언권이 세져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진보집권플랜 낼 때만해도 문제제기를 하고 들어올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앞으로 나가게 되어 버렸죠. 제 목표는 정권교체하고 5년간 잠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저 개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예요."

 

-기대가 그렇게 크진 않군요.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거든요. 바깥에서는 아무 관심이 없지만, 논문을 쓰고, 책을 낼 일이 있는데 아무래도 시간 투여가 적어지기 때문에 계획이 조금씩 구멍이 나게 되죠. 물론 좀 더 크게 보아 3~4기 연속 민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지금 경제민주화가 화두인데, 사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이루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는 사민당이 40년 집권해서 지금 체제를 만들었죠. 미국 같은 경우도 뉴딜정책을 민주당이 30년 집권해서 체제를 바꾸어놓았습니다. 경제민주화에 모두 공감한다면 3~4기(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민주진보정부를 수립해 적어도 10년 정도는 집권해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잘될 것이고, 저는 여기(연구실) 있어야겠다는 것이죠. 공적 목표의 대의와 사적 이익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점입니다.(웃음)"

 

-농담처럼 이야기하셨지만, 집중적으로 활동해서 정권을 바꾸고, 장기간 개인 공부에 몰두하고 싶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으십니까. 끊임없이 영입제안을 받고 있는데요.

 

"아마 제가 정치인으로서 '상품성'이 있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고마운 일이긴 한데, 정치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오래전에 했을 겁니다. 40대 후반인 지금까지 학자로서 움직여왔다는 것은 정치가 제 몸에 맞지 않아서이지 않겠어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 직분에 맞는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서 정리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각종 선거 때마다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명시적으로 거절했어요. 그런데도 그것을 안 믿어줍니다.(웃음)"

 

-왜 그럴까요.

 

"자신의 희망이 섞이면 믿지 않게 되죠."

 

-그렇다면 교수님께 거는 희망이 그렇게 크다는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이런 것 같습니다. 학교나 학계에서 저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있죠. 그러나 학교 밖의 대중은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무슨 논문을 쓰는지도 알 필요 없죠. 그런데 저는 바로 여기 학교에서 출발했습니다. 학자로서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저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은 비상상황이어서 밖으로 나왔고, 학자로서가 아닌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인데, 기본이 갖추어진 사회가 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제 소신이기도 합니다."

 

-진보의 승리를 위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는데, 그 역할의 성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하실 일들이 궁금합니다.

 

"단일화가 되면 단일 후보를 위해 끝까지 열심히 뛰어야겠지요.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물론 결과가 좋아야지요. 바람대로 정권이 바뀌어 3기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제가 사회적 발언에서 잠수하는 기간이 아주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잠수 기간이 훨씬 짧아질 수도 있겠죠. 사적인 이익과 사적인 행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야 합니다. (웃음)"

▲ 조국 교수와 본보 김은정 선임기자가 인터뷰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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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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