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문화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를 지나 오목대로 이어지는 길목에 재미난 가게가 있다. '건프라와 건닥터'라는 이름의 이곳은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어린 시절 프라모델의 기억을 떠올리기 좋은, 대형마트를 제외한 전주 유일의 프라모델 판매 매장이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이곳 매장의 주인은 30년 이상 프라모델의 매력에 빠져 살아온 주인 김천일씨(45)다.
"프라모델 매력은 남자라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는 과학사에서 처음 탱크 모형을 보고는 완전히 반해서 프라모델 마니아가 되었거든요."
어린 시절 동네 과학사에서 처음 프라모델을 마주한 이후, 천일씨에게 프라모델은 그 자신의 삶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그의 프라모델 사랑은 부모님께 거짓말을 여러 차례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당시 프라 모델이 한 500원쯤 했어요. 그때 짜장면 한 그릇이 250원했으니 프라모델 하나가 짜장면 두 그릇이랑 맞먹는 거죠. 당연히 부모님께서도 이거 사라고 돈을 주실리도 없고. 그래서 어렸을 적에 거짓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죠. 학교 유리창을 깨먹어서 물어줘야 한다는 것부터 다양한 핑계로 프라모델 값을 마련하곤 했어요."
거짓말까지 동원해야했던 그의 열정은 지금까지 30여 년 간 프라모델과 함께 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대체 프라모델의 어떤 면이 좋았던 것일까.
"만들면서, 완성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이죠. 아마 많은 남성들이 공감하실 거에요. 어려운 조립일수록 더 관심이 가고, 내가 꼭 해내야겠다는 오기도 생기면서 성취감을 크게 느끼는 게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인터넷에 비해 판매가 많지도 않고, 손님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는 여전히 프라모델 마니아다. 프라모델을 판매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가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지금 프라모델 찾는 손님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저한테 구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것저것 구해드리기는 하죠. 꼭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단 제가 즐기는 부분이 커요."
마니아다운 대답이다. 실제 그의 매장을 찾았던 1시간 동안 이곳을 찾아온 손님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즐거워보였다. 하루 종일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지내기 때문이다. 프라모델과 함께 서바이벌 게임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천일씨. 그는 진정 마니아였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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