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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주국제영화제 '소녀시대' 주목

개·폐막작 포함 20여편 성장통 이야기 다뤄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걸 그룹 소녀시대가 외친 노랫말은 '삼촌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소녀들을 어리다고 놀리다가 진짜 큰 코 다친다.

 

자유, 독립, 소통의 정신을 잇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4월25일~5월3일 전주영화의거리 일대)가 올해는 '소녀 시대'에 주목했다. 개막작 '폭스 파이어(FOXFIRE)'와 폐막작 '와즈다(WADJDA)' 모두 '소녀 시대'의 성장기를 다뤘다. 이외에도 20편에 가까운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개막작 '폭스파이어'.

△개막작 '폭스파이어'

 

이 땅에서 남자로 산다는 건 애초부터 일종의 죄악일지 모른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남자란 존재는 종종 여자에게 상처를 남겼다.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는 이유 없이 성을 유린당해야 했던, 처연하고 힘겨운 소녀들의 삶의 방식에 주목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난 뒤 상처 입은 소녀들은 갱단 '폭스파이어'를 조직해 남성들을 유혹한 뒤 돈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그들에게 휘둘렀던 폭력에 대해 복수한다. 이들의 어두운 성장 터널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팍에 돌덩이 하나 얹은 것 마냥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폐막작 '와즈다'.

△폐막작 '와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은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 남녀의 생활영역이 엄격히 구분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감독이 남성 스텝에게 명령을 내리며 영화 현장을 지휘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고스란히 영화 속 이야기에 녹아든다. 주인공인 십대 초반의 소녀 와즈다는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자전거를 타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 와즈다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암송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 이슬람 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코란은 율법으로 가득차 있는 전통적 세계지만 소녀는 대회 우승 상금으로 자전거를 사고자 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변화할 미래를 표상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다양한 섹션 속 '소녀 시대'들

 

위탁시설에서 학대 받는 10대 소녀를 다룬 오자와 마사토 감독의 '깃털(REMIGES·국제경쟁부문)', 춤을 통해 세상의 두려움을 떨치는 여고생 이야기를 담은 이찬호 감독의 '플랑멩코 소녀(한국단편경쟁부문)',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져 생활하는 소녀를 그린 웡 첸시 감독의 '이노센트(INNOCENTS·월드시네마스케이프)' 등 소녀들의 이야기는 영화제 내내 계속된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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