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인간적인 현상이다. 음악을 정의할 때 먼저 고려하는 특성이 바로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음악은 소리로 됐지만 자연의 소리를 음악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인간의 인위적 작위가 가해진 것으로 그 자체가 문화의 일부다.
음악은 문화의 일부로서 인간의 삶으로부터 발생한다. 삶을 떠난 음악은 없다. 음악은 인간의 구체적인 사회 활동 속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악의 향수 자체가 이미 인간의 사회적 활동의 일부다. 따라서 한국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행위는 한국인의 사회 활동의 일부다. 예컨대 시조는 조선조 사회의 양반의 존재와 그들의 삶의 방식 속에서 생겨났다. 양반이 노래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시조는 태어났고, 불리어졌다. 판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춘향이와 같은 열녀, 심청이와 같은 효녀를 훌륭하게 생각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들으며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사회가 판소리를 탄생시켰고, 또 발전시켰다.
서양 음악도 그들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발생했다. 서양의 고전음악은 근대 유럽의 궁정과 귀족의 생활과의 관련을 떠나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재즈와 아메리카 흑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흑인 노예의 삶과 역사를 모르고 흑인 영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공공연한 연애가 금지된 사회의 경우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가 있을 수 없다. 그런 사회적 행위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의 기능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사회의 재생산이라고 한다. 문화는 그 사회의 생활양식이자 상징체계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를 습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고, 이는 그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가 반영하는 사회의 질서와 규범, 가치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된다. 여기서 교육은 꼭 제도적인 교육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동체 내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보고 배우는 일체를 다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사회가 재생산되어 통시적, 공시적으로 동질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인간 속에서 태어난 음악은 또 그 자체가 문화이므로 인간을 형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음악이 우리를 특정한 인간으로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어려서부터 부친을 위해서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심청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늘 듣고 감동을 받으면서 자랐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심청과 같은 효녀를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또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춘향전을 늘 들으면서 감동을 받아왔다면, 그는 틀림없이 열녀가 훌륭한 것이며, 그렇게 사는 삶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판소리의 거친 목소리를 늘 들으며 자란 사람은 그 판소리에 의해 거친 소리를 아름답게 느끼는 인간이 된다. 마치 어려서부터 김치를 먹었기 때문에 김치가 맛있지만, 김치는 또 입맛을 한국인답게 만드는 음식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서양화된 지 오래다. 삶의 기본인 의식주조차도 거의 서구화되어 버려 우리 것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니 음악은 오죽하겠는가? 기반이 없으니 교육이 되지 않는다. 제도 교육에서라도 가르치면 좋겠지만, 제도 교육 속에서도 우리 음악은 홀대받은 지 오래다. 이제는 소리축제와 같은 행사가 교육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소리축제는 단지 우리 음악을 소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소리축제는 한국적인 인간을 재생산하는 기제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리고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앞장서서 그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 축제에 몰리는 인파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 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 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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