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북지역 65세 이상 노인 인구 31만2000명 중 6만5054명(20.9%)은 홀로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노인 5명 가운데 한 명은 배우자나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셈이다.
이런 홀로노인들을 무엇보다 힘들게 하는 건 경제적인 어려움과 고독감이다. 도내 홀로노인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보장과 차상위계층의 수는 2만475명으로 전체 홀로노인의 31%를 차지한다. 또한 홀로노인이 우울증에 걸리는 비율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는 28.5명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60대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40.7명, 70대가 66.9명, 80대 이상이 94.7명이다. 노인 자살의 심각성이 더욱 잘 드러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열악한 삶
통계숫자로만 접하는 노인 우울 및 자살률로는 구체적인 개인의 삶과 고통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전주 금암노인복지관의 홀로노인 친구만들기사업 담당자인 강성대 사회복지사와 함께 홀로노인들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모 씨(73)는 일반주택 곁에 딸린 쪽방에 거주한다. 월세 10만원에 살고 있는 김씨는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다. 전기장판 하나와 얇은 이불로 1년을 버틴다. 냉장고도 가동하지 않고 취사도구는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 있다. 뚜껑이 부러져 덜렁거리는 작은 전기밥솥에 밥이 반쯤 남아 식어 있었다.
김씨의 한달 수입은 기초연금 20만원과 국민연금 20여만원이다. 가끔 인근 농촌으로 일을 나가 5~6만원의 일당을 받고 일을 했지만, 올해 들어 수술한 허리의 통증과 건강악화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김씨에게 치매로 의심될 정도의 심각한 건망증이 보인다는 것이다. 주 2회 만나는 사회복지사와 일주일전에 함께 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초연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분실해 자주 재발급 받으며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경향도 보인다.
셋집에 사는 서러움을 토로하며 김씨는 수입의 거의 전부를 복권을 구입하는데 지출한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주시 외곽에 거주하는 송모 씨(87·여)는 마을과 멀리 떨어진 외딴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자녀들은 왕래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 송씨는 하루 종일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 허리수술, 무릎관절수술로 통증에 시달리며 눈에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다. 냉장고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음식이 말라붙어 있다. 개수대에는 밥그릇 하나가 더러운 물에 담겨있고 화장실은 집 밖에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좀처럼 밥을 거르지는 않지만 반찬은 김치 한 가지 뿐이다. 송씨는 사회복지사가 방문할 때마다 ‘서럽고, 슬프고, 쓸쓸해서 이렇게 살아 뭐하냐는 생각만 든다’고 노래부르듯 말한다.
정모 씨(72·여)는 임대아파트에 홀로 산다. 함께 살던 어머니가 고령과 질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지 수년째다.
기초연금 20만원 외에 수입이 없는 정씨는 임대료가 체납돼 강제퇴거 위기에 있다. 정씨는 치매로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가 드러날까봐 극도로 경계한다. 집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거부한다.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거실에는 온갖 물건들이 쌓여있어 발디딜 틈이 없다.
△홀로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
올해 보건복지부가 홀로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홀로노인 친구 만들기 시범사업’에 전북지역에서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군산나운종합복지관, 남원시노인복지관, 익산노인복지관 등 모두 4개의 기관이 선정됐다. 사업의 목적은 가족,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홀로노인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친구를 만들어줘 홀로노인의 고독사·자살예방, 우울증 경감과 활기찬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강성대 사회복지사는 홀로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의 효과에 대해 “스스로 주변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외롭게 지내던 홀로노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표정이 밝아지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즐겁게 대화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고 말했다.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서양열 관장은 “복지관에서 사회적으로 외로운 노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홀로노인을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그분들의 외로움을 달래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정에서도 노인들이 혼자 살고 싶다고 해도 그대로 믿지 말고 함께 살 수 있으면 모시고 살고 정말 거부한다면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친밀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는 노인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진단 비용을 무료로 해주고 치료에도 특혜를 줘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복지정책을 확립해야 한다”면서“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어떤 문제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밝혔다.
● 전북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송은주 "규칙적 운동 우울증 예방 가족들 관심 갖고 나서야"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전북대학교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정서적 안정 회복, 재활촉진, 자살 재시도 방지 교육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우리 병원 응급실과 정신건강의학, 각 지역내 정신건강증진센터, 사회복지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자살 시도자에 대한 심리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 우울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우울증은 신체질환이나 사망률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01년 WHO 자료에 따르면 1990년도에는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이 주요 장애 및 사망 원인(disease burden) 질환 중 네 번째를 차지하였다. 2020년도가 되면 두 번째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우울증은 노인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노인들의 우울증을 방치하는 것은 자살시도를 높일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울증의 치료 방법과 예방책이 있다면.
“자살 시도자의 자살 재시도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인들에 비해 25배~5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시도는 정신건강의학적 병임을 인지하도록 치료 동기강화를 위한 면담과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 자살 재시도 방지를 위한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가족이 인지하고 환자의 치료동기를 강화하고 지지해야 한다. 우울증은 치료반응이 매우 좋은 정신과 질환이다. 치료율이 90%에 달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은 약물치료 및 정신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이 빠른 회복을 돕는다. 우울증은 규칙적 운동(하루에 산책 30분 이상), 기본적인 건강 유지법(비타민·미네랄 복용, 설탕·하얀 밀가루·술·카페인의 지나친 섭취 금지)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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