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법 제36조 노인여가복지시설에 대한 법령을 보면 경로당을 ‘지역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친목 도모·취미 활동·공동작업장 운영 및 각종 정보교환과 기타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2013년 12월 말 기준 전북도 신고 경로당 수는 모두 6472개소로 회원수는 19만9092명이다.
65세 이상 전라북도 노인 인구 31만2000명 중 63%가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르신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시설, 경로당의 기능과 역할을 돌아보고 바람직한 운영 방안을 모색해 봤다.
△경로당 활성화로 노인문제 해결
최근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여러 가지 노인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고독사한 노인이 몇 개월 뒤 발견되거나 치매노인과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등의 기사로도 접해 볼 수 있듯이 고령화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노인문제는 그 당사자나 가족이 그 짐을 오롯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역사회 노인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당사자와 가족의 짐을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는 경로당이 있다.
남원시 금동경로당은 건강한 노인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가족이 온종일 함께 할 수 없는 초기 치매환자와 언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나 가족이 함께 하기 힘든 심한 천식 환자 등을 돌보고 있다.
또한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며 우울증세를 보이는 홀로노인 등을 오랫동안 함께 한 이웃인 경로당 사무장이 경로당에 모셔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경로당을 지역 요보호 노인의 돌봄센터로 운영함으로써 가족들의 수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이로써 지역사회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은 물론 피돌봄 노인에게 친숙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돌봄 환경 변화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금동경로당은 돌봄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등 지역사회 노인문제 대응에 대한 모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암노인복지관에서 경로당 활성화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하수 사회복지사는 경로당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가장 먼저 “경로당 임원들의 역량에 따라 운영의 투명성과 활성화 정도가 다르다”며 “회장, 총무 등 경로당 운영을 책임지는 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모범 사례를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로당은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복지시설인 만큼 다수의 노인들이 경로당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돌봄이나,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밀착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촌지역과 도시의 경로당은 성격이 다르다”며 “농촌지역의 경우 빈곤노인, 거동불편노인, 독거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보호하고 돌보는 공동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으며 도시의 경로당은 주로 취미, 여가, 문화, 건강증진 등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서비스의 중복이나 누락없이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통합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대간 이해도 높이기
지난 15일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복덕부녀 경로당에서 1·3세대가 함께하는 세대 음식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모처럼 젊은 대학생들과 경로당 어르신들이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손자 손녀들이 즐겨먹는 피자, 샌드위치를 함께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만든 음식의 일부는 인근 지역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하여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 정귀선 씨(23세)는“요리경험이 많은 할머니들이라 양파썰기를 하는데 서툰 칼질을 잘 가르쳐 주셨다. 감자 삶는 법도 가르쳐주셨다”며 “어려워하실 줄 알았는데 처음 만드는 피자도 오히려 우리보다 더 능숙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들이 일의 순서와 방법을 잘 알고 진행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손자 손녀에게 만들어 줘야겠다며 피자재료를 어디서 구하는지 묻기도 하였다.
복덕부녀경로당 이점순 회장(84·여)은 “손자 손녀들하고 나들이도 가고, 공연도 보고, 이렇게 음식도 만들어 나눠먹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프로그램은 세대간 이해도를 높이고 세대 통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금암노인복지관에서 경로당 활성화사업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사업을 담당한 김하수 사회복지사는 “평소 경로당 어르신들은 누워서 TV를 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시는데 복지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참석률도 높아지고 강사의 지도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시에만 570여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6개의 노인복지관에서 13개씩 경로당을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운영이 활성화된 일부 경로당을 제외하면 대다수 경로당들이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고스톱을 치거나 낮잠을 자는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 경정희 전북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통합복지 서비스체계 구축 필요, 노인 여가 복지시설로 활용해야"
-전북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는 어떤 사업을 하는 기관이죠.
“전라북도의 경로당 수는 6472개로 노인복지시설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 어르신들과 가장 친근하고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단지 어르신들의 사랑방 기능으로만 제한되어 그 무한한 가능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전라북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는 이 가능성을 재발굴하여 단순한 쉼터 기능에서 벗어나 노인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통해 경로당 안에서 어르신들의 모든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현재 경로당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경로당 프로그램 운영의 비효율성입니다. 경로당 관련 노인복지기관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따라 서로 간에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 프로그램 수혜 경로당들의 중복과 소외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으로 전라북도 전역에 설치된 경로당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인복지기관이 모두 함께 협력하는 경로당 통합복지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전라북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는 지난해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전라북도 치매관리센터 등 총 10개의 노인복지기관과 협약을 맺었으며 올해 14개 시·군 각각의 노인복지 관련 기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향후 전라북도 대표 경로당 복지전문기관인 전라북도 경로당지원센터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하여 효율적인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복지서비스 최적 모델을 개발 보급할 계획입니다.”
-경로당이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경로당은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노인여가를 책임지는 통합 노인여가 복지시설로 활용돼야 합니다. 현재 경로당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여가는 TV시청, 말벗, 화투놀이 등 수동적이고 단편적인 여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며 주기적으로 경로당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 곳은 전라북도 전체 경로당의 25.1%에 불과합니다.
둘째 경로당은 지역노인의 일상과 가장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집과 같은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로당 시설의 선진화가 필요합니다. 도내 많은 경로당이 노후되어 보수가 필요하며 경로당 간의 시설 편차가 심해 이용 회원들의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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