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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성 식욕부진' 개선 통합의학

▲ 이종훈 우석대 전주한방병원 교수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통합의료진흥원에 방문했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통합, 융합 모델을 제시한 연구과제에 대한 발표를 하는 장이었는데, 12개 과제 중 8개가 암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모델은 기존의 서양의학 치료(수술, 항암제, 방사선)와 부작용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한방치료를 병용하는 방법이었으며, 약물(한약)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침 치료였다.

 

암성 통증, 수면 장애, 말초신경병증과 더불어 ‘암성 식욕부진’에 관한 연구과제도 있었다. 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 중에 통증, 피로, 구토는 가장 흔하고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식욕부진은 앞에 언급된 것처럼 심각하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암과 관련된 증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식욕부진은 매우 치료하기 어려운 증상 중 하나이며 대부분 비(非)약물적 치료가 권장된다.

 

예를 들면 운동, 기공, 명상과 같은 심신을 조절하는 행위나 영양 섭취에 대한 조언, 아니면 식욕부진을 일으키는 여러 선행적 요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권장할 만한 약물치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약물은 스테로이드제나 메게스트롤(메게이스)인데, 스테로이드제는 효과는 나타나지만 부작용이 심해서 1~2주 이내의 짧은 기간만 권장하고 있고, 메게스트롤은 근거가 약해 크게 권장되는 않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사용되는 상황이다. 특히 메게스트롤은 골격량을 회복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혈구감소증에서 미성숙된 혈구라도 생성을 촉진시키는 혈구촉진제와 같은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

 

이러한 증상에 한의학은 어느 정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장 연구가 잘 되어있는 약물은 ‘육군자탕(六君子湯)’이다. 한의학 여러 고전에 수록되어 있는 이 약물은 일본에서 많이 연구되어 있으며 여러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있다.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Ghrelin)의 분비를 증가시켜 시스플라틴(Cisplatin·항암제 일종)으로 인한 음식 섭취량을 늘리며, 식욕부진을 개선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임상 연구에서도 식사량 증가와 식욕부진 점수를 개선했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보약으로 알려진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나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이용한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상황이다. 이 약물들은 그 동안 식욕부진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처방이다.

 

또한 합곡(合谷)이나 태충(太衝), 족삼리(足三里)와 삼음교(三陰交)와 같은 기본적인 경혈점의 침 치료만으로도 갑상선암 방사성 요오드 치료환자의 식욕부진을 개선시킨다는 임상연구도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단순 약물치료 뿐 아니라 침치료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앞에서 서술했듯이 비약물적인 운동이나 정신적, 심리치료가 권장되는 것은 사실이며, 적은 위험으로 많은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항암치료는 현실적으로 환자에게 힘들기 때문에 그런 치료를 받을 여력이 없는 환자도 많다. 한방치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며, 특히 식욕부진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사용했던 방법을 재발견하는 연구가 대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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