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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에 도움이 되는 한약, 계피

장인수 우석대학교부속한방병원 교수
장인수 우석대학교부속한방병원 교수

파킨슨병은 손발이 떨리고 몸이 굳어지는 병이다. 자세가 불안정해져서 넘어지기 쉽고, 또 기운도 떨어져서 조금만 걸어도 힘이 부친다.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 치매 다음으로 흔한 병으로, 진단되고 나면 오랫동안 약물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하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파킨슨병은 1817년에 제임스 파킨슨이라고 하는 의사가 처음으로 보고했던 병으로 뇌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뇌(中腦)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일어나게 된다.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증상이 이미 발생하는 시점에서는 어느정도 뇌의 병변이 진행된 다음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진행을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다양하게 쓰이는 레보도파를 비롯한 약물들은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개선시키는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꾸준한 약물 복용과 함께 지속적인 운동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며, 운동 장애 이외에도 수면장애나 변비를 비롯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종종 이러한 파킨슨병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한약이 있는지 묻는 환자들도 있다. 획기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한약이 있다면 계피를 떠올리게 된다.

계피는 계수나무의 나무껍질(樹皮)을 사용하는 한약이다. 달나라에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동요에 나오는 ‘계수나무 한 그루, 토끼 한 마리’의 그 계수나무이다. 계수나무는 열대식물이기 때문에 계피는 국내산이 거의 없으며 품질도 떨어져서 거의 전량을 동남아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껍질이 두껍고 향이 강한 것을 상품(上品)으로, 얇고 향이 약한 것을 하품(下品)으로 나눈다. 특히 껍질이 두툼한 것을 육계(肉桂)라고 부르며, 한약재로 주로 쓰이는 것은 육계이다. 육계 중에서도 관청에 납품할 정도로 고급품에 속하는 것을 옛날에는 관계(官桂)라고 불렀다. 계피를 다른 이름으로는 시나몬(cinnamon)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식물이 다르다.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계피는 약물의 성질이 강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쓰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카페에서 흔히 쓰이는 ‘시나몬’은 향신료의 성질이 강하다. 시나몬은 반대로 어린 나뭇가지를 사용하며 부드러운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계피와 시나몬은 매우 가까운 식물이고 성분도 비슷한 편이지만, 계피는 약용으로 시나몬은 향신료로 많이 쓰인다. 계피는 다양한 요리에도 활용되는데, 콜라에도 계피(시나몬)이 들어간다.

한편 계피가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신경에 보호효과가 있다는 여러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아직은 뚜렷한 임상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 않지만, 얼마든지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시카고대학의 연구진이 독성물질을 투여하여 인위적으로 뇌를 손상시킨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계피의 주성분인 시나믹산(Cinnamic acid)을 함께 투여한 결과 현저하게 뇌손상이 감소하였으며, 파킨슨병과 관련된 운동장애 증상들도 개선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또한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손상 예방 효과는 계피와 시나몬 모두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계피가 들어간 수정과는 피로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은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하는 분들이 확실하게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계피가 들어간 다양한 식품과 음료를 함께 복용하면서 운동하시면, 파킨슨병 환우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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