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백 개의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배송될 물건을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택배배송 업무를 하고 있는 깡마른 체구의 40대 김○○ 씨. 최근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요통과 함께 한쪽 다리까지 통증이 심해져 오래 걷는 것도 힘들게 되어 병원을 찾았더니 MRI 검사 결과 요추디스크 탈출증을 진단받게 되었다.
한편 하루종일 앉아서 업무를 하면서 체중도 늘고 점점 배가 나오게 된 사무직 회사원 40대 이△△ 씨. 평소 무거운 물건을 들 일도 별로 없고 허리에 무리가 가는 운동도 하지 않는데도 최근 들어 요통과 함께 한쪽 엉덩이부터 다리쪽까지 연결되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요추디스크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업무환경과 체형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똑같이 요추디스크 탈출증 진단을 받게 된 이유는 뭘까?
흔히 ‘허리디스크’라 부르는 요추추간판 질환의 발생은 직립하여 생활하는 인간의 생활방식에 의한 필연적 결과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척추와 척추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약간의 탄력성을 가지고 척추관절을 움직일 때 가동성을 좋게 해주며 외부에서 가해지는 상하 충격이나 척추구조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디스크는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적인 충격 또는 반복되는 강한 압력에 의해서 균열이나 가장자리쪽으로 돌출이 야기될 수 있다. 마른 체구에 허리근육의 힘도 나쁘지 않았을 김○○ 씨의 경우도 하루에 수백 번 물건을 들었다 내려놨다를 반복하면서 물건들의 무게까지 허리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작용하여 디스크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된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물건을 들거나 허리에 무리가 갈만한 운동을 하지 않고 주로 앉아서 생활하던 이△△ 씨의 경우에는 오히려 운동부족으로 허리 근육의 힘이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체중에 의해 가해지는 압력이 디스크에 가해지면서 지속적인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디스크 탈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씨의 경우는 앉아있는 자세에 따라 척추와 척추사이 공간의 뒤쪽이 열리면서 디스크가 뒤쪽으로 탈출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치료 방법은 어떨까? 두 사람 모두 일단은 초기에 디스크에 압력이 가해지지 않는 자세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급성기 통증완화를 위한 의학적 치료 외에도 가능하다면 증상이 많이 완화될 때까지 일정기간 누워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면서 중요한 치료방법일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누워있는 자세에서 압력을 덜 받고 서있거나 앉아있는 자세에서 수직압력이 가해지게 되므로 오래 앉거나 서있는 시간이 길수록 디스크탈출증 환자의 증상은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 무거운 물건까지 들게 되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훨씬 높아지면서 디스크 탈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급성기 통증이 많이 완화되면 허리근육 강화를 위한 운동요법을 꾸준히 시행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며, 가능한 경우 견인치료나 추나요법과 같이 디스크가 위치한 척추사이 공간의 압력을 줄일 수 있는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허리근육이 튼튼한 편인 김○○ 씨의 경우에는 운동요법과 적극적인 치료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량이나 작업강도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업무시간동안 허리를 가볍게 조여줄 수 있는 허리보호대를 착용하고, 물건을 직접 들고 이동하는 것보다는 물건을 올려놓고 끌어서 이동할 수 있는 카트를 활용하는 등 최대한 척추에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적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과체중에 허리근력이 약한 이△△ 씨의 경우에는 허리근력 강화를 위한 꾸준한 운동요법 시행과 체중감량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앉아있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앉아있는 동안 허리를 받쳐줄 수 있는 쿠션이나 허리받침대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디스크탈출증은 환자의 신체조건, 생활환경, 업무환경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치료나 관리방법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의료기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별 특성에 맞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도 치료기간 단축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종욱 우석대 부속한방병원 침구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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