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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변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다 ④ 부산 예술지구 P] 기업이 내어준 창고…예술인들 열정 채운다

파낙스 그룹 후원·공간 기부 / 예술인들 3년째 직접 운영중 / 수익사업 통해 자생력 키워 / 레지던시 운영·장비 지원도 / 근로자·주민 프로그램 활발

▲ ‘창작공간_p’ ‘금사락’ ‘사진미디어공간 포톤’으로 구성된 ‘예술지구P’ 전경. 왼쪽 ‘금사락’은 신축건물이고 오른쪽 ‘창작공간_p’와 ‘사진미디어공간 포톤’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은 파낙스그룹의 옛 창고. 박형민 기자

부산시 금정구 금사공단에 위치한 ‘예술지구P’는 지난 2013년 말 파낙스그룹의 사내 유휴공간을 재단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례로는 보기 드물게 ‘예술지구P’는 자치단체가 맡는 것이 아닌 기업의 후원 아래 설립, 운영되고 있다. 기업의 지원은 받지만 공간 운영은 예술인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빈 공장 창고, 복합문화공간이 되다

 

‘예술지구P’는 부산 향토기업인 파낙스그룹이 유휴공간을 지역 예술인에게 내놓으면서 생겨난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주)욱성화학에서 출발한 파낙스그룹은 안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부산 금사공단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금사공단 안에 고가도로가 생겨나면서 파낙스그룹의 창고 건물이 대각선으로 잘려나가게 돼 활용이 어려워졌고, 창고는 수 년간 빈 건물로 방치됐다. 10년 넘게 부산 예술인들을 후원해온 기업은 지난 2012년 교류를 맺어온 예술인들에게 빈 창고를 기부하며 문화 공간으로 활용해 볼 것을 제안했다. 약 1년간 기업과 예술인들이 함께 공간 계획을 한 끝에 예술지구에 파낙스그룹의 이니셜 P를 결합해 ‘예술지구P’가 탄생했다.

 

단지는 현대미술, 공연, 사진을 지원하는 3곳으로 구성했다. 고가도로 공사로 인해 삼각형 모양이 된 빈 창고는 예술가 레지던스와 전시장이 있는 ‘창작공간_p’가 됐다. 맞은편에는 공연기획 전방위 예술극장 ‘금사락’과 사진 전시 및 미디어 공간 ‘포톤’을 새로 지었다.

 

△기업은 지원만, 순수한 예술인 공간

▲ ‘창작공간_p’의 전시장 내부. 천장에 뚫린 구멍은 건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옛 창고일 당시 엘리베이터 자리를 메우지 않은 것이다. 박형민 기자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후원하지만 운영은 예술인들이 독자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장르별 예술인 3명이 공동 대표를 맡아 공간 ‘창작공간_p’와 ‘금사락’ ‘포톤’을 각각 한 곳씩 운영·기획하고 있다.

 

박상호 창작공간_P 디렉터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기업 지원으로 예술인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운영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기업 메세나 사례가 종종 있지만 공공성보다는 기업 홍보나 광고 효과에 치중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 디렉터는 “실적을 바라고 예술을 하는 것은 본질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성과를 강요하거나 운영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3년 째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간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자체 수익 사업과 최소한의 지자체 공모 사업 지원을 시작했다. 영리법인 ‘예술지구P+’를 만들어 출판, 디자인, 도록제작 등 예술과 관련한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예술인의, 예술인을 위한 운영

▲ ‘금사락’의 내부. 일반인을 대상으로 드럼 교육 수업을 진행한다. 박형민 기자

‘예술지구P’는 전시, 공연, 예술교육, 예술인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운영 등을 한다. 운영자들이 예술인인만큼 실질적으로 예술 활동에 필요한 요소들을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창작공간_p’에서는 부산의 신진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열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한다. 레지던시 작가들에게는 거래를 맺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한다. 끼니 걱정 없이 창작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 인디밴드나 신진 음악인 등 공연 장르도 지원한다. 콘서트홀, 스튜디오, 레코딩룸 등으로 구성돼 있는 공간 ‘금사락’에는 개인이 구비하기 힘든 수준급 오디오 시설과 앨범 녹음까지 가능한 디지털 레코딩 시스템,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영상편집 시스템을 완비했다.

 

사진 미디어공간인 ‘포톤’에서는 사진 전문 전시를 열고 사진가들에게 전문 촬영 스튜디오 및 장비를 지원한다. 입주작가뿐만 아니라 외부 지역 작가들에게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촬영스튜디오를 빌려주고 사진 인화와 관련된 디지털 입출력시스템을 지원한다.

 

△예술로 밝아진 공단 지대

 

공단 안에서 예술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갑자기 동네를 비집고 들어선 낯선 이들을 불편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자 및 주민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해 동사무소와 협업해 장수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주말마다 무료 영화 상영을 하는 등 지역민과 소통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사람도, 조명도 없어 어둡고 위험하던 거리도 ‘예술지구P’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정비됐다. 이제는 주민들의 방문과 프로그램 참여도 많이 늘었다.

 

박 디렉터는 “예술지구P 조성을 1년 넘게 준비한 이유는 단순히 예술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 불모지에 있는 주민들과 함께 문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며 “인력난, 장소적 위치 등 어려움은 있지만 꾸준히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생산하고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은수정,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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