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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를 든 지도자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입지자들 도전장 잇따라…지도자의 길 녹록지 않아

▲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전주 영화의거리 주변에는 ‘태봉집’이라고 하는 작지만 아주 오래된 식당이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이곳에서는 몇몇 지인들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 모임이 맨처음 만들어진 것은 김생기 전 정읍시장이 한창 서울에서 활동하던 시절, 주말같은때 고향에 내려와 친한 이들과 함께 조찬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전 시장은 참여하지 않은지 오래됐고, 멤버 또한 다 바뀌었지만 토요일 아침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던 관행은 지금도 계속된다.

 

며칠전 김생기 전 정읍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시장직을 잃었다.

 

이미 고희(70세)에 들어선 그는 정권교체 이후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막판 투혼을 불태우기에 가장 좋은 기회를 잡는듯 했으나,선거법에 발목을 잡히면서 평생 몸담았던 정치권을 떠나게됐다.

 

오랫동안 국회나 정읍에서는 “생기가 없으면 원기도 없다”는 말이 유행했다.

 

민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을 거쳐 국회의장까지 지낸 김원기를 만들어낸 이가 곧 사촌동생이자 보좌관인 김생기였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건식 전 김제시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시장직을 잃었다. 황색돌풍이 휩쓸던 1980년대 민정당 훈련국장을 지내다 고향인 김제에 내려와 총선만 4번이나 떨어지는 등 무려 20년 가까이 야인을 지낸 그는 명예롭게 전국 유일의 무소속 3선 단체장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으나 골인지점 바로 앞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이미 3선을 했고 나이도 73세인 이 전 시장의 회한은 명예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퇴장은 상징성을 갖는다. 그것은 바로 도내 지도자들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지방의원 한두번 했거나 공직을 마무리할 때쯤 운좋게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에 당선된 것과 달리 이들 2인은 거의 평생을 현실정치에 몸담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한편으론 권력과 명예를 누리게 되지만 또 한편으론 무척 큰 위험부담을 갖는다. 몇몇 사례를 더 들어보자.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때 혜성처럼 나타나 최락도, 강근호 같은 거물들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당선된 유종근 전 전북지사는 여세를 몰아 대권까지 넘봤으나, 결국 비리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지난해 총선에도 나섰으나 결국 5% 득표에 그치며 낙마했고, 최근 평택대학교 총장직무대행에 선임됐으나 교수회와 학생회 등의 사퇴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 도당위원장,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강봉균 전 장관은 민선 도백의 꿈을 꾸다 실패한뒤 지난해 총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나 올해 초 결국 병사하고 말았다.

 

신건 전 국정원장은 만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가장 존경받는 원로 중 한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으나 국회의원 한번을 지내고 결국 신병으로 지난 2015년 세상과 하직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도민들은 “무엇인가를 더 할 수 있을때 과감하게 용퇴하고 떠나는 모습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수많은 이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몸불리기 차원에서, 또 어떤이는 공익보다는 자신의 복지를 위해 나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도의원들의 경우 1991년 제4대부터 9대까지 1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지금까지 시장·군수를 지낸이는 곽인희, 국승록, 김세웅, 김진억, 송영선, 임수진, 임정엽, 홍낙표, 이병학, 최진영, 이한수, 윤승호, 황정수 등 13명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강동원, 김세웅, 김성주, 김윤덕, 김광수 등 5명에 불과하다. 임기를 못채운 경우도 많고 본인이나 아내가 감옥에 간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 또 독배를 들고다니다 잘못마셔서 죽을 각오가 돼있는 이들이 심판 받기를 원한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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