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지역별 독점과 할거 더 심화
무한경쟁 속 중앙무대 더 큰 활약을
열면 살고 닫으면 죽는 원칙 새겨야
대구 수성구갑에서 이번에 6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1988년 총선 이후 대구에서 첫 6선 의원이 됐다. 그가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던 때 지인 몇명과 식사를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가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에게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지역 일간지만 보시는데 제가 중앙무대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며칠만 지역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너 요즘 뭐하느냐’고 혼을 내시니까 활동상을 잘 좀 다뤄주세요” 소위 당 3역중 한명인 정책위의장이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앙언론에 거의 매일 다뤄질 것은 분명한 만큼 친숙한 TK 언론인에게 좀 엄살을 피우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번 제 22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당선인 25명 가운데 6선이 1명, 4선 2명, 3선 6명, 재선 8명, 초선 8명 등이다. 앞서 언급한 주호영 6선·윤재옥·김상훈 4선 등이다. 추경호, 송언석, 이만희, 김정재, 김석기, 임이자 등 3선 의원들은 앞으로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 25명 가운데 3선 이상은 3명에 불과했는데 초재선 위주의 의원들이 중량감 있게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폭발했고,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이번엔 상황이 중진 위주로 바뀌었다. 21대는 초선 의원이 많은 '피라미드형'이었다면 22대는 중간이 불룩해진 '종형'으로 변한 것이다. 전북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강원도를 한번 가보자. 강원 여권은 이번 총선을 통해 5선과 4선(한기호), 3선(이철규·이양수), 재선(박정하·유상범)을 배출했다. 강원 동해안벨트에서도 정치적 중량감이 커지면서 지역 현안과 공약 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강릉에서는 '원조 윤핵관'으로 알려진 권성동의원이 강원지역 최다선인 '5선'고지에 올라섰다. 강원도에서 5선 중진이 배출된 것은 지난 1978년 10대 총선 이후 무려 46년 만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번에 전북 10석을 모두 석권했다. 전체 의석을 석권한 것은 20년만이다.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3선 한병도, 김윤덕, 안호영, 재선의 신영대, 이원택, 윤준병, 초선의 이성윤, 박희승 등이다. 총선이 끝나고 당선자들은 이제 새로운 4년 임기를 맞는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민초들의 기대와 당부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결론은 몽골기병 처럼 달려야 한다. 몽골 기병은 13세기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 제국에서 발전한 기병 부대인데 한번에 100km가 넘는 거리를 말을 타고 이동했다. 뛰어난 기동성과 전투력은 몽골 제국의 팽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오늘날 몽골의 인구는 350만명 가량 된다. 세계를 제패하던 당시 인구는 기껏해야 100만이었고 군대도 많아야 10만명이었다. 이 숫자로 전 세계를 정복했다. 전북 의원들이 몽골 기병처럼 달려야 한다는 것은 야당인 민주당 일색이고, 숫자도 1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몽골 기병의 장점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힘은 관용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관용은 도덕적 의미가 아니고 불편하지만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한다.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곧 실용적 개방이며, 이게 바로 혁신으로 이어진다. 강자의 비밀은 사실 관용에 있다. 총선 과정의 피아구분에 연연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소아병적으로 닫으면 머지않아 자신이 죽는다. 반대로 널리 개방하면 살길이 있다. 전북의 활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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