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아닌 내부붕괴가 문제
찬반양론 팽팽한 주요사안
장고아닌 결단해야할 시점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물건이나 이익이 많이 나오는 곳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다지’의 어원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금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금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영어 ‘노타치(no touch)’가 노다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어원에 불과하며 이보다는 ‘광맥, 암석이나 지층, 석탄층 따위가 땅거죽에 드러난 부분’을 가리키는 ‘노두(露頭)’와 한자 ‘地’의 결합인 ‘노두지(露頭地)’ 즉 ‘노두(露頭)가 있는 땅’에서 온 말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요즘 때아닌 노다지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 '대왕고래'가 과연 노다지냐 아니냐가 뜨거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자원(석유·가스)이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야당은 국면전환용 이라며 ‘천공의 그림자’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빈약하고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사람 말을 들으면 이것 같고, 저사람 말을 들으면 저것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비단 국정만 그런게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한 지역 사회도 한편에서 제시되는 장밋빛 비전은 그야말로 노다지 처럼 보인다. 하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사실 전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10년, 20년, 길게는 반세기 넘게 계속돼왔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골디온의 매듭을 풀려는 인내가 아니다. 단칼로 매듭을 끊어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결정의 지체다. 참모진의 숱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일거에 바꿔놨다. 찬반양론이 팽팽할때 지도자는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고뇌에 찬 결단을 통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울때 손빼는 것은 책임회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새만금공항이나 새만금사업이 더뎠던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기는 했으나 찬반양론을 거듭하며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흐느적거린 지역사회에도 그 책임의 절반은 있었다고 봐야한다. 부안 방폐장 문제나 KTX 신설역 위치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때마다 지역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했는데, 그게 훗날 약이 아닌 독이 되지 않았던가. 요즘 지역 현안이 거창한 것 같아도 크게 보면 사실 별게 없다. 완주전주통합 문제나 새만금특별시 정도인데 그것도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얘깃거리도 못되고 지역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교육과 복지의 확충을 통한 살기좋은 고장 만들기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아주 유명한 일본 속담이 있다. 전국시대 통일의 초석을 놓은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 혼노지(本能寺)라는 절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점을 너무 적확하게 보여준다. 집안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일거에 무너지는 것은 외부에서 몰아치는 폭풍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전북은 과연 노다지를 캘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혼노지의 변을 겪을 것인가. 지금은 장고할 때가 아닌 착점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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