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나 음바페 같은 초대형 선수 한명의 연봉은 1천억원을 훌쩍 넘나들기에 국내 프로축구단 선수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지명도가 그렇게 중요한 거다. 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무궁무진한 부를 창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뚝 솟은 기업이 바로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과 이병철의 삼성그룹 이었다.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 가졌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못한게 3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과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넘어서지 못한 것, 자녀를 서울대에 넣지 못한 것 이라고 한다. 덤핑을 무기로 한 저가공세로도, 빼어난 일타강사를 동원해봐도 세상사 안되는게 있나 보다. 그런데 이건 호사가들이 재미삼아 하는 것일뿐 진짜 핵심은 적어도 이병철 생전에는 정주영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항상 이병철 회장 보다 적어도 반걸음은 앞서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면서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보면 10위 이내에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 삼성SDI 등 4개가 딱 버티고 있다. 현대쪽은 현대차와 기아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 시총이 대략 420조 남짓되는데 현대차가 42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만일 피안의 세계에서 이병철, 정주영 초대 회장이 조우할 경우 만감이 교차할 듯 싶다. 삼성전자 하나만 가지고도 현대그룹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민들은 지금까지 지역 출신 대통령 배출에 실패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대리만족을 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아우신세를 안타까워 하고 있는듯 하다. 경천동지할만큼의 사단이 있지 않는 한 단기간내에 전북 출신 대통령 배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단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 분야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아쉽게도 전북 기업은 30대 그룹에 랭크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김홍국으로 대표되는 하림그룹이 자산총액 16조원으로 재계서열 26위에 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다.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팬오션을 인수한뒤 제2의 카길을 지향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제 100개 가까운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종사자 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곡물유통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하림은 30대 그룹으로선 매우 드물게 서울이 아닌 지방(익산)에 본사를 두고있고 얼마전 익산형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홍국 하림회장은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회장에 앞서 오래전 일이지만 명성그룹 김철호가 있었고, 한국합판, 세대제지, 호남잠사로 유명한 세풍그룹 고판남도 있었으나 이들은 결국 재벌의 반열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김홍국 회장은 신화를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 제2의 카길을 표방하고 있으나 아직은 멋쩍고 그룹이 이런저런 문제로 구설수에 종종 오르는 것도 아름답지 못하다. 하림그룹이 깔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카길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김홍국 회장이 대도무문의 자세로 거인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 20일 새만금수변도시 매립공사 준공식이 현지에서 열렸다. 때마침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새만금산단에 몰려들고 있는데 수변도시의 앞날이 기대된다. 분당신도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수변도시가 제2, 제3의 분당이나 판교가 되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회장이 속속 출현 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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