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1 15:1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위병기 칼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김관영과 오세훈

며칠전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역 균등발전 차원에서 헌법재판소 전주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법률안 발의를 앞두고 이성윤 의원(민주당 전주을)이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서명을 요청하자 뜻밖에 두명의 동료 의원들이 시큰둥하게 “그거 되겠어?” 반문하면서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의원 2명은 법조 전문가여서 어떻게 보면 헌재의 전주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요즘 지역정가의 화두는 전북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문제다. 예상했던대로 전북에서부터 “그거 되겠어?” 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 전북은 왜, 갑자기 실낱같은 희망도 없어보이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을까. 발단은 2년전 도지사 선거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상황에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등은 “무너져 가는 전북을 살리려면 뭐라도 좀 해보자”며 후보들에게 이의 공약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현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체육계 내부에서 차츰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자 지난해 봄부터 김관영 지사와 체육계 실력자들이 만나 해법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새만금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이 국제행사 유치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후 1년 가량 올림픽 유치 카드는 묻혔다. 그러다가 올 여름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폐석에 가깝던 돌이 요석으로 변했다.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맡은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고정관념 없이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유치 장소를 선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2036 하계올림픽은 아시아권이 확실시되는데 대한민국을 비롯,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서울은 이미 수도권인 인천, 경기, 강원도와 분산 개최를 준비 중이다. 전북은 광주전남은 물론, 대전, 충남 등과도 연계해 경기장 등 부족한 시설을 공유할 방침이다. 결국 내년 1월 결정 예정인 국내 후보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전북을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의 한판 대결 양상이다. 하계올림픽 지역 유치가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는 점에 비단 전북뿐 아니라 비수도권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끝까지 전북과 서울이 경합을 하게 될 경우 공동개최 여부도 쓸 수 있는 카드임엔 분명하나 현재로선 일단 단독개최로 선을 긋고 있다. 전북이냐, 서울이냐? 그 결과는 정치권에 생각지도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서울올림픽 유치가 성사된다면 오세훈 시장은 그 여세를 몰아 단번에 유력한 여권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어 소위 ‘오세훈 대망론’에 날개를 달게된다. 만일 전북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김관영 지사 또한 잼버리 징크스를 일거에 털어내면서 연임 가도에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차차기 대권가도까지 꿈꿀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조훈현 국수가 한창 성가를 날리던 시절에도 유독 전주 출신 제자 이창호를 만나면 뜻밖의 패배를 당하곤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해야 본전이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못해도 본전을 찾는 작금의 상황은 조훈현-이창호의 맞대결을 연상케 한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기에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 양상이나 손잡고 한쪽으로 함께 가면 상생의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북체육인들은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전북체육회 광장에서 전북도 등과 더불어 ‘전북올림픽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대회’를 개최, 대대적인 출정식을 갖는다.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 “그거 되겠어?” 아니면 “임자 해봤어?” 과연 무엇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1.19 15:13

전북, 이제 자조와 한탄에서 벗어나자

24일, 체육계에서는 매우 눈에 띄는 두가지 일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국회 출석이 그 하나요, 지역에서는 곧 다가올 제105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전북선수단 결단식이 열린 것이다. 현대가의 체육계 장악,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축구를 주물러온 것에 대한 불만과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게 바로 정몽규 회장의 출석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이룬게 아니고 단순히 재벌가의 손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물려받고 축구계의 황제로 군림하면서 일 반 축구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한 것에 대해 국회가 정 회장을 불러 추궁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없었다.김관영 지사와 서거석 교육감은 물론, 전북 체육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이날의 결단식은 사실 전국체전을 앞두고 관행처럼 이어져온 하나의 세리머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탈꼴찌’를 다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 세기를 뛰어넘는 장구한 세월동안 전국체전은 조선팔도 지역민들이 향토애로 똘똘뭉쳐 힘과 기량을 겨루는 마당이었다. 요즘엔 사람들이 전국체전 순위가 몇위인지 관심조차 없으나, 오랫동안 전국체전 순위는 도세를 고스란히 반영해 온 하나의 바로미터였다. 1993년부터 최근 30년 동안의 전북 순위를 살펴보자.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북은 시도별 집계 결과, 대체로 3위에서 5위권에 랭크된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전북은 급전직하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더니 2022년 14위, 2023년 13위의 결과가 말해주듯, 이제 10위권 진입은 넘사벽이다. 그런데 사실 잘 살펴보면 인구수와 경제력이 모든것을 좌우하는 현실속에서 과거 전북의 전국체전 성적은 과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지표면에서 이미 강원자치도마저 전북을 위협하고 있기에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어느곳 하나 만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넘게 오로지 체육계에만 몸담아온 체육계 원로들에게 과거는 너무나 찬란했던 영광이고, 오늘의 현실은 참담, 그 자체다. 어디 체육계 뿐이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전북은 오랜 기간 쇠락의 역사가 거듭되면서 이젠 무기력과 체념, 한탄과 자조가 생활화 한 측면이 없지않다. 전북이라는 명칭이 들어갔던 곳 중에 그래도 선방했던게 전북현대와 전북대학교, 전북은행 정도였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과의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정작 무서운 것은 지역민들의 자조와 체념이다. 매사는 생각하는대로 이뤄지고, 행동하는대로 실현되는 법인데, 지역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열정과 희망이 아닌 비방과 질투, 한탄과 자조로 가득찼을때 앞날은 더욱 끔찍할 뿐이다. 하여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한숨소리를 멈춰야 지역 공동체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정치나 사업을 하다 망한 사람의 입에서는 공허함과 부정의 언어가 판을 치는 반면, 성공하는 이의 입에서는 긍정의 메시지가 표출되는게 세상사 아니던가. 지금부터라도 지역민들이 과거 아닌 미래를 얘기할 때 화려했던 과거는 재현될 수 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민족의 기념일로 채택된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고 한다. 과연 전북의 개천절은 언제 올 것인가. 지역민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24 16:15

새만금특별시와 전주완주통합

며칠전 김관영 지사가 14개 시군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찾은 완주군청 앞에서 주민들의 항의로 결국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완주전주 통합 문제에 대해 김 지사가 최근 확실한 찬성 입장을 취한데 대해 일부 완주군민들이 불만을 갖고 거세게 항의하면서‘간담회장 봉쇄’라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김 지사는 완주군민의 통합 건의서가 제출돼 법에 따라 절차를 이행했을 뿐이라며 완주 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나 이해당사자인 완주군의회까지 명백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면서 향후 뜨거운 감자인 통합 문제에 대해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갈지 주목된다. 통합 여부에 대해 첨예한 갈등이나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처럼 대화자체가 봉쇄된다면 앞으로 전북에서 지역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심히 우려된다.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선때 전국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졌다. 남원시와 남원군의 통합 등이 그러한 사례다. 이후 지자체 통합 시도는 수차례 있었으나 실제 성공한 사례는 단 2건에 그친다. 2010년 경남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통합 창원시로, 2014년 충북 청주시·청원군이 통합 청주시가 됐다. 그런데 이번 완주군민과의 대화가 무산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현듯 하나의 장면이 뇌리를 스친다. 1995년 민선자치 시대가 개막하면서 세계화, 지방화가 화두로 등장했는데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던 유종근 당시 지사는 지역 공항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유종근 지사는 전주권 공항 건설을 표방하면서 전북 5곳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후보지로는 김제에 있는 종마장 부근이 결정됐는데 부지 157만3495㎡(약 47만평)에 국비 1474억을 들여 건립한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김대중 정부의 실세로 인정받았던 그가 2007년까지 공항을 완공한다고 약속했을때 거침새는 전혀 없어 보였다. 기본설계나 기본계획도 고시됐고 해당 부지에 대한 보상도 마무리됐으나 일부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소음과 환경파괴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1999년 어느날 김제에서 열린 공항 관련 공청회때 유종근 지사는 공항반대 주민들의 계란세례를 목도해야만 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공항부지를 놓고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슬슬 한발 빼더니 급기야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결국 김제공항은 감사원 감사에 이어 무산의 아픔을 겪게된다. 이러는 동안 청주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은 건립돼 요즘 전북인들은 이곳을 이용하는 신세가 됐다. 전혀 다른 사안이기는 하지만 최근 완주군민과의 대화 무산을 보면서 김제공항 공청회를 떠올리는 것은 기우일까. 일단 현재 진행형인 전주완주통합 건은 향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자. 그런데 문제는 전주완주통합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또다른 뜨거운 감자, 새만금특별시 구성 문제가 우리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행정통합을 추진중인 전주완주와 달리, 새만금특별시는 기존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그대로 놔두고 별도의 행정기구를 설립하는 것이기에 큰 충돌이 없을 것 같은데 해법은 더 어렵다. 특히 군산시와 김제시의 입장이 크게 다르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 또한 아직까지는 소속 지역구 여론만을 대변하는 상황이어서 쾌도난마식 해법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삼복더위에 가뜩이나 힘든 요즘 파리올림픽에서 선전하는 대한민국, 특히 전북 선수들처럼 뭔가 좀 시원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7.30 17:59

노다지와 혼노지...전북의 선택은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물건이나 이익이 많이 나오는 곳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다지’의 어원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금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금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영어 ‘노타치(no touch)’가 노다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어원에 불과하며 이보다는 ‘광맥, 암석이나 지층, 석탄층 따위가 땅거죽에 드러난 부분’을 가리키는 ‘노두(露頭)’와 한자 ‘地’의 결합인 ‘노두지(露頭地)’ 즉 ‘노두(露頭)가 있는 땅’에서 온 말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요즘 때아닌 노다지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 '대왕고래'가 과연 노다지냐 아니냐가 뜨거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자원(석유·가스)이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야당은 국면전환용 이라며 ‘천공의 그림자’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빈약하고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사람 말을 들으면 이것 같고, 저사람 말을 들으면 저것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비단 국정만 그런게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한 지역 사회도 한편에서 제시되는 장밋빛 비전은 그야말로 노다지 처럼 보인다. 하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사실 전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10년, 20년, 길게는 반세기 넘게 계속돼왔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골디온의 매듭을 풀려는 인내가 아니다. 단칼로 매듭을 끊어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결정의 지체다. 참모진의 숱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일거에 바꿔놨다. 찬반양론이 팽팽할때 지도자는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고뇌에 찬 결단을 통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울때 손빼는 것은 책임회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새만금공항이나 새만금사업이 더뎠던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기는 했으나 찬반양론을 거듭하며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흐느적거린 지역사회에도 그 책임의 절반은 있었다고 봐야한다. 부안 방폐장 문제나 KTX 신설역 위치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때마다 지역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했는데, 그게 훗날 약이 아닌 독이 되지 않았던가. 요즘 지역 현안이 거창한 것 같아도 크게 보면 사실 별게 없다. 완주전주통합 문제나 새만금특별시 정도인데 그것도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얘깃거리도 못되고 지역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교육과 복지의 확충을 통한 살기좋은 고장 만들기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아주 유명한 일본 속담이 있다. 전국시대 통일의 초석을 놓은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 혼노지(本能寺)라는 절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점을 너무 적확하게 보여준다. 집안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일거에 무너지는 것은 외부에서 몰아치는 폭풍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전북은 과연 노다지를 캘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혼노지의 변을 겪을 것인가. 지금은 장고할 때가 아닌 착점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6.11 15:21

전북 당선자, 몽골 기병처럼 달려라

대구 수성구갑에서 이번에 6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1988년 총선 이후 대구에서 첫 6선 의원이 됐다. 그가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던 때 지인 몇명과 식사를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가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에게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지역 일간지만 보시는데 제가 중앙무대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며칠만 지역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너 요즘 뭐하느냐’고 혼을 내시니까 활동상을 잘 좀 다뤄주세요” 소위 당 3역중 한명인 정책위의장이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앙언론에 거의 매일 다뤄질 것은 분명한 만큼 친숙한 TK 언론인에게 좀 엄살을 피우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번 제 22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당선인 25명 가운데 6선이 1명, 4선 2명, 3선 6명, 재선 8명, 초선 8명 등이다. 앞서 언급한 주호영 6선·윤재옥·김상훈 4선 등이다. 추경호, 송언석, 이만희, 김정재, 김석기, 임이자 등 3선 의원들은 앞으로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 25명 가운데 3선 이상은 3명에 불과했는데 초재선 위주의 의원들이 중량감 있게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폭발했고,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이번엔 상황이 중진 위주로 바뀌었다. 21대는 초선 의원이 많은 '피라미드형'이었다면 22대는 중간이 불룩해진 '종형'으로 변한 것이다. 전북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강원도를 한번 가보자. 강원 여권은 이번 총선을 통해 5선과 4선(한기호), 3선(이철규·이양수), 재선(박정하·유상범)을 배출했다. 강원 동해안벨트에서도 정치적 중량감이 커지면서 지역 현안과 공약 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강릉에서는 '원조 윤핵관'으로 알려진 권성동의원이 강원지역 최다선인 '5선'고지에 올라섰다. 강원도에서 5선 중진이 배출된 것은 지난 1978년 10대 총선 이후 무려 46년 만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번에 전북 10석을 모두 석권했다. 전체 의석을 석권한 것은 20년만이다.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3선 한병도, 김윤덕, 안호영, 재선의 신영대, 이원택, 윤준병, 초선의 이성윤, 박희승 등이다. 총선이 끝나고 당선자들은 이제 새로운 4년 임기를 맞는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민초들의 기대와 당부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결론은 몽골기병 처럼 달려야 한다. 몽골 기병은 13세기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 제국에서 발전한 기병 부대인데 한번에 100km가 넘는 거리를 말을 타고 이동했다. 뛰어난 기동성과 전투력은 몽골 제국의 팽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오늘날 몽골의 인구는 350만명 가량 된다. 세계를 제패하던 당시 인구는 기껏해야 100만이었고 군대도 많아야 10만명이었다. 이 숫자로 전 세계를 정복했다. 전북 의원들이 몽골 기병처럼 달려야 한다는 것은 야당인 민주당 일색이고, 숫자도 1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몽골 기병의 장점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힘은 관용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관용은 도덕적 의미가 아니고 불편하지만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한다.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곧 실용적 개방이며, 이게 바로 혁신으로 이어진다. 강자의 비밀은 사실 관용에 있다. 총선 과정의 피아구분에 연연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소아병적으로 닫으면 머지않아 자신이 죽는다. 반대로 널리 개방하면 살길이 있다. 전북의 활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4.16 15:32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리더십이 전북의 활로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자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는데 눈길 끄는 장면 하나가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두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조우한 것이다. 여야 대표가 새해 벽두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거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참으로 묘한 장소에서 묘하게 이뤄졌다. 4월 총선때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여야 총선 사령탑들이 통합의 가치를 강조한 DJ 묘소에서 조우한 때문이다. 오는 6일은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되는 날이다. 이를 즈음해 각종 서적 출간이나 서사 음악회 등 전국 규모 행사가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는데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오는 10일 개봉 예정인 고인의 정신을 담은 다큐 '길위에 김대중'이다. 고인의 탄생 백주년을 앞두고 제작된 영화는 청년 사업가 김대중이 정계에 입문해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후광 김대중, 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현실 정치에 몸담으면서 두번이나 야권통합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민주세력의 집권을 늦춘 책임의 절반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재직때 아들 관리를 잘 못해 자식이 구속되는 불명예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일부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DJ는 전무하고 또 후무한 현대사의 거목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원한과 갈등을 없애려고 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동서갈등과 보혁갈등을 없애려했고, 남북갈등과 한일갈등을 없애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다고 평가받는 김대중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너나 할것없이 김대중 리더십을 강조한다. 여와 야가 극단적인 갈등을 빚는 현 정국은 통합의 정치를 펼쳐온 김대중 테제가 그립기만 하다. 자신을 죽이려했고, 동지와 자식을 고문하고 학대했던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에 대해서도 끝내 용서를 했던 후광의 리더십이야말로 감히 정객들이 함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에선 DJ의 '가치'와 '리더십'으로 단련된 '젊은 김대중'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DJ는 일찌감치 “용기란 성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책임감에서 나온다”고 했다. 행동하는 양심은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가치인지도 모른다. 128년동안 사용해 온 전라북도 명칭이 오는 18일부터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뀐다. 특별자치도 도민이 되는 전북인들은 작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2022년 도지사, 교육감, 전주시장을 비롯한 지방권력의 상당 부분을 교체했으나 전북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중앙정부의 홀대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확실히 크다. 하지만 전북의 내재적 문제 또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도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도민의식이 필요하다. 1988년 황색돌풍이 분 제13대 총선 이래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을 특정 정파, 특정 집단이 독식해오면서 지역 살림을 망친 측면이 없지 않다. 오는 4월 10일 총선때 도민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면 리더십 교체를 해야한다. 현 정치상황을 보면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북에서는 역량부족인 사람은 확실히 바꿔야 한다. 민주당 후보 얼굴만이라도 좀 바꿔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게바로 혁신이다. 김대중 리더십은 다른게 아니다. 전혀 다른 정파에 대해서도 포용하고 화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현상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직접 나서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총선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새해벽두 전북도민들에게 던져진 화두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1.02 15:42

전북도민은 과연 몇등 시민인가?

말도 안되는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대도시에 살면 1등시민, 중소도시는 2등시민, 시골은 3등시민” 이라고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핀잔을 면치 못할텐데 현실을 잘 살펴보면 과장된 점이 있지만 꼭 틀린 것만도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좋은 학교를 찾아 서울로 몰려들고 있고, 일자리와 빅5 병원을 향한 행진은 그칠 줄을 모르니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시민의 대접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그래서인가. 엄연히 성남시 분당구이나 분당사는 사람은 절대 성남 산다고 하지 않고 분당이라고 강조한다. 분당 중에서도 판교 사는 이들은 “분당 산다고 하지 않고 판교 산다”고 말하는 세태다. 얼마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화두를 던진 ‘서울시 김포구’ 문제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 있기는 해도 속한 지역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현실을 웅변한다.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80년대 올림픽에서 몇위에 랭크됐는가 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부심에 관한 문제였기에 각국에서는 기를쓰고 순위를 올리려고 애를썼다. 특히 체코, 루마니아, 동독을 비롯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은 실제 경제력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곤 했는데 이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엘리트 선수 몇명에게 과할 정도로 선택과 집중을 한 때문이다. 이미 서구선진국들은 그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대한민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각 시도별 순위를 중시했던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 역시 성적이 갖는 의미는 지역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에 과한 경쟁이 펼쳐지곤했다. 전북은 전국체전에서 지난해 14위, 올해 13위를 차지했는데 인구와 경제력에 의해 모든게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젠 구태여 시도별 단순 비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특정 수치나 특정 사안이 그 소속 집단의 삶의 질이나 자긍심과 직결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언필칭 전북을 농도라고 하며 이에 걸맞게 2024년 1월 출범할 전북특별자치도의 지향점 역시 생명경제 실현이다. 그런데 한가지 수치를 들어 농생명수도 전북의 실상을 보자. 내년 1월로 예정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조합은 총 1111개인데 이중 전북은 92개에 불과하다. 투표권 2장을 갖는 2표조합수를 합친 의결권 수는 전국적으로 1255개인데 전북은 8.7%인 109개에 불과하다. 전국비 의결권 수 비중은 경기 14.1%, 충남 12.7%, 전남 12.8%, 경북 14.4%, 경남 12.0% 등이다. 농도의 상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에서마저 전북이 규모면에서는 하위권이라는 얘기다. 내년 1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은 지금 한창 기대에 들떠있다. 늘 변방 취급을 받던 전북이 이제 뭐가 좀 달라지나 하는 실낱같은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차제에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의 깊은 고민과 역지사지의 자세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3등시민 취급을 받는다면 과연 누가 전북도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선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에 긍지를 갖겠는가.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가운데 타 시도에서는 정부편성안 보다 많은 플러스 알파를 위해 뛰고 있는데, 전북은 5천억원이 넘게 깎인 새만금예산의 복원에만 연연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5천억원 넘게 삭감된 새만금 예산안에서 80%가 복원된다해도 결과적으로 타 시도와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게 뻔하다. 단순히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질적인 종교, 문화, 민족이 얼키고 설킨 로마가 그처럼 오랫동안 번성을 누린 것은 각자에게 ‘로마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한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과연 전북도민은 몇등 시민인가”를 정부당국에 묻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11.14 14:16

한덕수 총리, 김관영 지사, 김홍국 회장의 역할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모든이에게 풍요로운 때인데 웬지 이번 추석을 맞는 전북도민들의 마음은 넉넉하지 않다.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사업 예산 난도질로 인해 전북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이 크게 훼손된 때문이다. 어떤 이는 통곡하고, 어떤 이는 한탄하며, 또 다른 이는 삭발과 단식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도민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때 전북 출신 한덕수 총리, 김관영 지사, 김홍국 재경도민회장 등 3인이 더 확실히 해야할게 있다. 올 초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인사회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내로라하는 전북 출신 인사 1천여 명이 함께하는 신년인사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직 총리는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특히 작년 총리 지명때 전북권 일각에서 고향 논란이 제기될때 재경도민회가 앞장서서 힘을 모아줬기에 그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그리고 반년 이상이 지난 뒤, 잼버리 사태와 그에 이은 새만금사업 재검토가 화두에 올랐다. 도민들은 한 총리의 뚝심과 용기가 백척간두에 선 전북에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한 총리의 행보는 그가 정녕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용기있는 지도자인가를 되묻게 한다. 전북 출신 총리이기에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라는 편협한 얘기가 아니다. 훗날 그가 고향을 사랑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총리로 기억되려면 보다 확실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애매하게 정부여당의 논리만을 전하는 허세총리가 아니고 현 정부의 실세총리로 확실히 각인되기를 바란다. 새만금 SOC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고향에서 돌팔매를 맞더라도 앞장서서 설득에 나서라. 만일 그 반대라면 용퇴를 각오하고 새만금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총리가 대통령을 설득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명색이 총리가 고향 사업 하나에 연연하느냐”는 비판이 무서워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총리를 퇴임한다면 과연 훗날 고향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10여 년의 정치활동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김관영 지사는 이제 냉철한 해결자가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전북에서 국회의원, 지방의원, 각 사회단체나 야당인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은 따로있다. 결정적인 해법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해서 어떻게든 답을 구해야 한다. 전직 정무부지사가 나서서 대통령 핵심 참모들과 접촉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나름대로 견마지로를 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정문일침의 해법은 지사가 어떻게든 대통령과 직접 면담해서 이해를 구하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 과거 김완주 지사때 논란이 됐던 ‘새만금 편지’처럼 구걸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분노하는 것은 쉬운 것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인내하면서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김홍국 재경도민회장의 행동하는 양심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언필칭 500만 전북도민 이라고 한다. 300만 이상의 출향인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을 대표하는 김홍국 회장은 고향 사람들의 울분과 요구에 일정 부분 공감할 입장에 있다. 하림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들어가 있고 더욱이 최근 HMM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속에서 그가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자격이 아니고 재경도민회장으로서 그는 고향의 부름과 물음에 앞장서서 답해야 한다. 현 정부와도 교감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타협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번에 출향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훗날 김홍국 재경도민회장에 대한 평가 또한 새롭게 매겨질 것이다. 이래저래 생각이 깊어지는 한가위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9.26 15:58

전북, 새만금잼버리 전후 확 달라야

전라도 정도 천년 최다 외국인 찾아 대회 계기로 도민 의식 확 바뀌어야 닫힌 사고로는 지역발전 기대못해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지난주말 서울 용산역과 대학로 등지를 방문하게 됐는데 평소와 다른 생소한 장면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으나 스카우트 복장에 통일된 배낭을 멘 일단의 젊은이들은 한눈에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분명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준비가 잘됐느니 못됐느니 말도 많았는데 새만금잼버리가 본격 시작됨을 전북이 아닌 서울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아련한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필자가 김제 한 시골의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0년대 중반, 선생님이 몇몇 학생들에게 편지 한통씩을 써주셨다. 보이스카우트를 조직하려는데 참가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어렵던 시절, 특히 농촌지역 학교에서는 한달 200원의 육성회비를 내지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고, 이를 담임 월급에서 공제하는 학교도 있었다. 변변한 옷한벌 제대로 입는 학생이라고 해봐야 한반에 몇명에 불과한 게 당시 농촌 학교의 풍경이었다. 목에 항건을 매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보이스카우트 대원은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필자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만뒀지만 초등 3년간 보이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했다. 소위 야영대회라고 해서 처음 가본 곳이 바로 부안 변산해수욕장 주변 소나무숲이었다. 묘하게도 거의 반세기만에 그 주변에서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린다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지난해말,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 시도지사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새만금잼버리용 특별교부세 60억 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 푼도 깎지 말고 60억 원을 다 도와줘라”하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잼버리 기간중 윤 대통령의 새만금 방문 여부도 관심사인데 김관영 지사는 며칠간 현지 야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새만금잼버리대회를 보면서 가장 만감이 교차하는 이는 송하진 전 지사일 것이다. 대회 유치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12일간의 대회가 끝나면 스카우트나 잼버리는 점차 잊혀질 것이고, 도민들은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라야 한다. 전라도 정도 1000년 역사에 가장 많은 158개국의 외국인이 전북에 모여 축제를 치르는 만큼 이젠 지역사회도 국제화 마인드로 무장돼야 한다. 한마디로 잼버리 이전의 전북과 잼버리 이후의 전북은 확실히 달라야 한다.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 이는 다름에 대한 포용의 정신이 핵심이다. 인종과 종교, 국적이나 가치관이 다른 것에 대해 편협한 텃세를 벗어내고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유태인 디아스포라를 유발한 알함브라칙령은 결국 스페인의 몰락을 재촉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전북만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이젠 전북을 찾는 개인이나 기업 누구나 환영받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전북은 이런 분위기가 돼도 올까말까한게 현실이다. 다문화사회가 된지 이미 오래이고 이젠 그동안 금기시하던 이민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외국인 주민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절대적 외국인 수도 크게 부족한게 현실이다.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이 대한민국 발전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금만경을 중심으로 한 이번 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이 한단계 더 도약하길 기대한다. 성패는 지역민들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8.01 15:02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출현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메시나 음바페 같은 초대형 선수 한명의 연봉은 1천억원을 훌쩍 넘나들기에 국내 프로축구단 선수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지명도가 그렇게 중요한 거다. 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무궁무진한 부를 창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뚝 솟은 기업이 바로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과 이병철의 삼성그룹 이었다.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 가졌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못한게 3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과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넘어서지 못한 것, 자녀를 서울대에 넣지 못한 것 이라고 한다. 덤핑을 무기로 한 저가공세로도, 빼어난 일타강사를 동원해봐도 세상사 안되는게 있나 보다. 그런데 이건 호사가들이 재미삼아 하는 것일뿐 진짜 핵심은 적어도 이병철 생전에는 정주영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항상 이병철 회장 보다 적어도 반걸음은 앞서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면서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보면 10위 이내에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 삼성SDI 등 4개가 딱 버티고 있다. 현대쪽은 현대차와 기아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 시총이 대략 420조 남짓되는데 현대차가 42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만일 피안의 세계에서 이병철, 정주영 초대 회장이 조우할 경우 만감이 교차할 듯 싶다. 삼성전자 하나만 가지고도 현대그룹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민들은 지금까지 지역 출신 대통령 배출에 실패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대리만족을 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아우신세를 안타까워 하고 있는듯 하다. 경천동지할만큼의 사단이 있지 않는 한 단기간내에 전북 출신 대통령 배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단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 분야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아쉽게도 전북 기업은 30대 그룹에 랭크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김홍국으로 대표되는 하림그룹이 자산총액 16조원으로 재계서열 26위에 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다.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팬오션을 인수한뒤 제2의 카길을 지향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제 100개 가까운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종사자 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곡물유통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하림은 30대 그룹으로선 매우 드물게 서울이 아닌 지방(익산)에 본사를 두고있고 얼마전 익산형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홍국 하림회장은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회장에 앞서 오래전 일이지만 명성그룹 김철호가 있었고, 한국합판, 세대제지, 호남잠사로 유명한 세풍그룹 고판남도 있었으나 이들은 결국 재벌의 반열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김홍국 회장은 신화를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 제2의 카길을 표방하고 있으나 아직은 멋쩍고 그룹이 이런저런 문제로 구설수에 종종 오르는 것도 아름답지 못하다. 하림그룹이 깔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카길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김홍국 회장이 대도무문의 자세로 거인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 20일 새만금수변도시 매립공사 준공식이 현지에서 열렸다. 때마침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새만금산단에 몰려들고 있는데 수변도시의 앞날이 기대된다. 분당신도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수변도시가 제2, 제3의 분당이나 판교가 되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회장이 속속 출현 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20 16:29

새만금에 매머드급 국제행사 유치하자

2005년 봄, 강현욱 지사때의 일이다. 도의원 5명, 생활체육인 20명과 캐나다 록키산맥 자락에 있는 캘거리와 벤프 등지를 동행취재 차 시찰하는 기회가 있었다. 전북이 야심차게 밀어부쳤던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에 3번연속 실패한 직후였다. 캘거리 일대를 둘러본 도의원들은 “록키산맥은 비행기로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록키산맥이니 동계올림픽은 이런곳(캘거리)에서 하는게 맞겠다”고 했다. 무주 유치에 3연속 실패한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안돼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당시 참가자들은 “무주 유치엔 실패했지만 동계올림픽 불모지였던 전북에 각종 체육시설이나 도로 등이 확충되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느냐”고 입을 모았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 출범 직후 전북(무주)과 강원(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시범 대회의 성격으로 전북은 1997년 제18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강원은 1999년 제4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게 된다. 2000년 초, 전북은 2010년 동계올림픽 선정 과정에서 강원에 패했다. 이후 수년이 지나 2014년 동계올림픽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자 무주는 “지난 번 선정 당시 2014년의 대회 후보지로 무주가 우선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가 강원도청까지 걸어가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반발했으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이광재가 버티고 있는 강원을, 전북의 정세균, 정동영이 당해내기엔 버거웠다. 무주는 전혀 별개로 태권도공원 이라도 받는 것으로 흐지부지됐다. 끝내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전북도와 강원도, 대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동계 올림픽 후보지 선정 과정까지 무주가 국제 시설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는 무주가 평창에 양보하고, 그 대신 2014년 단독 유치 신청은 우선권을 갖는다는 합의문까지 작성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이 무주 실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을 구실로 삼았다. 그런데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백서 중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2000년 10월 19일, 강원도는 전북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깜짝 놀랐다. 당시 양쪽 도의 행정부지사로 있던 이성열 전북부지사와 김태겸 강원도 부지사 간 통화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고 한다. 둘은 서울대 상대 동기에 행안부에서 같이 근무해 친한 사이였는데 이 부지사가 불쑥 내뱉은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 다음날 국무조정실 주재로 국제행사 심의위가 열리는데 거기서 동계올림픽 신청 국내 후보지로 무주를 결정한다는 거였다. 이 소식은 당시 김진선 강 원도지사에게 직보돼 강원도는 인적 네트워크를 풀가동, 회의에 참석할 심의위원들을 설득하게 된다. 만일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무주는 평창보다 앞서서 올림픽 후보지로 국제무대에 나갈 수도 있었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허와 실이다. 요즘 전북에서는 아태마스터즈 대회가 열리고 있고, 8월초엔 잼버리대회가 열린다. 며칠 전 아태마스터즈 개회식때 대통령은 커녕, 총리, 장관도 아닌 차관이 정부 최고 당국자로 참석한 것은 이 대회의 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올 여름 잼버리를 치르고 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전북에 큰 행사가 없다. 새만금 활성화를 위해 잼버리를 유치했듯, 이젠 더 비중있는 매머드급 국제대회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해야만 한다. 그래야 지역발전이 앞당겨지고 새만금 일대의 인프라 확충에 큰 전기가 마련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디즈니랜드, 카지노 복합단지, 마사회 유치를 하는 것과 초대형 국제행사가 병행되는 것은 속도감이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북도가 이차전지 유치에 자신감을 갖는 것도 결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굵직한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기 때문 아닌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5.16 15:49

전주을 선거 이후 복당논쟁 재현되나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들이 나온 사람을 좀 고급스럽게 상춘객(賞春客)이라고 한다. 상춘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정극인과 정읍 태인을 첫손에 꼽는다고 하는데, 며칠 전 전북 정읍시 향토문화유산인 ‘불우헌 정극인의 묘’가 전라북도기념물(제160호)로 지정, 승격됐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불우헌 정극인 묘는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은석마을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는 1630년 무성서원에 배향됐다. 정극인(1401~1481)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향약인 ‘태인 고현동 향약’의 창시자다. 봄맞이 상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절기로는 분명 봄이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다. 1980년 서울의 봄이 한창 무르익던 때의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소위 3김이 금방 대권을 움켜쥐는 것으로 착각할 때다.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는 자신이 YH 사건에 이은 10·26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며 한발 앞서갔고, 가택연금에서 막 풀려난 김대중(DJ) 역시 재야를 기반으로 세를 키워나가면서 그 유명한 정읍동학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종필(JP)민주공화당 총재는 정권연장을 도모하던때 장외에서는 12·12 쿠데타로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 중심 신군부가 준동을 시작했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던 1980년 2월 25일. 서울 계동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 추도 행사에는 3김(金)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장에 있던 글라이스틴 당시 주미대사는 3김을 ‘스리 라이언(three lions)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김영삼, 김대중 등 소위 양 김씨가 봄을 이야기할 때 JP가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지금 봄이 왔다고들 하는데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란 예감이 듭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적중한다는 것을 훗날 역사는 증명한다. 이날 만찬 중 JP는 붓으로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고 썼다. 법가의 대가인 한비자가 무려 2200년 전에 설파했던 말이다. 도리가 아닌 것은 이치를 당하지 못하고, 이치는 법을 당하지 못하고, 법은 권세를 당하지 못하고, 권세는 하늘(=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권력도 도도히 흐르는 저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은 권력자의 착각이자, 오만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JP가 썼던 비리법권천을 비웃는듯 하다. 여당은 권력이 모든 걸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거리낌 없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도와 상식의 길을 걷는다면 얼마든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 야당도 비리법권천 이란 한비자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을 가고 있다. 비단 중앙 정치권 뿐이랴. 식목일이자 청명인 4월 5일 치러지는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게 의표를 찌른다. 출마선언까지 했던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전국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편안한 길을 택했고, 박지원 전 원장은 중앙당의 무공천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가 출마하는가 하면 범민주계의 이합집산 속에 이념색이 강한 진보당 후보가 깜짝 선전을 하는 이변도 일고있다. 한병도, 안호영 의원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복당불가를 천명하고 있으나, 지난 2009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정동영, 신건 의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당하게 복당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요즘 전주을 선거를 지켜보면서 정말 속앓이 하는 이들은 최형재, 이덕춘, 이정헌 등 내년 총선 후보군과 차기 전주시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군인지도 모른다. 민주당계 후보 당선땐 복당 논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데 세상사, 특히 정당에서는 정도를 걷는게 손해인 경우가 너무나 잦으니 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3.28 16:26

특별자치도청사 새만금에 건립하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한 가지 크게 결단할 게 있다. 특별자치도가 되는 만큼 전북도 청사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서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는 거다. 새만금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신청사가 이전한다면 첫째 새만금 개발 촉진, 둘째 장래 확장성, 셋째 대통합의 상징 등 3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 개발과 도청 이전 신도시 개발을 결합하면, 국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함께 투입됨에 따라 속도감 있게 새만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광역교통망은 도청 신도시로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주고 장래 도시발전의 파급효과가 인접지역으로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총 409km² 규모 중 291km²의 대규모 개발가용 면적을 기반으로 미래 전북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전북의 행정 및 사회 경제활동은 전주 의존 경향이 매우 높아 이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구심점이 형성될 시점이다. 새만금수변도시는 전주보다도 공항, 철도, 항만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이는 엉뚱한 주장이 아니다. 특히 폐쇄적인 지형적 조건을 극복하면서 전북이 명실공히 서해안 시대의 개방적,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시대를 맞아 새만금으로의 도청 신청사 이전은 내륙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토대로 서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전북민의 의지를 천명할뿐 아니라 군산, 김제, 부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전북민을 통합하는 대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새만금내 스마트수변도시 면적은 200만평인데 이는 여의도 2배가 훨씬 넘을만큼 크고, 공공클러스터 용지도 3만3천평 가량되는데 이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가 내년에 완공되면 전주에서 30분 남짓이면 주파할 수 있다. 경북도청은 당연히 대구에 있어야 하는줄 알았는데 안동에 있고, 전남도청은 광주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는데 무안으로 이전했으며, 충남도청은 대전이어야만 합당한 줄 알았는데 홍성 내포신도시에 있다. 필자는 지난 2017년 가을(9월 17일자) 칼럼을 통해 전북도청을 새만금으로 이전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허무맹랑하다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긍정적 시각으로 보면서 격려해주는 독자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송하진 당시 지사는 새만금 광역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곳에 제2청사 설치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데,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인해 상황이 바뀐만큼 이젠 새만금에 본청사를 두고 전주에 있는 기존 청사를 민원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해서 제2청사로 운용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현재의 전북도청 청사를 아예 없애는게 아니라 일정 기능을 수행토록 하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수도권에 있는 굴지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이전을 기대하는 마당에 전주에 있는게 새만금으로 못갈 이유가 있는가. 핵심은 김관영 지사의 결단이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재선 과정에서 전주권 표심을 일부 잃을 수 있고 무진장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의 저항을 부를 수 있으나 큰틀에서 보면 지지기반은 더욱 공고해지고 성공한 도지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해안 시대에 걸맞게 도정 역량을 집중하고 특히 새만금이 향후 중국 푸동지구나 인천 송도처럼 융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바로 결단할 시점이다. 한편에선 도청사가 너무 서측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지역의 도청 이전을 보면 발전 여지를 염두에 두고 신도시를 조성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2.07 15:04

이태석 신부 꿈꿨던 전북교육자와 뇌먹는 아메바

‘뇌 먹는 아메바' 평소 듣지도 못했던 희한한 것인데 명칭만으로도 참으로 흉칙하다. 사람들은 ‘뇌 먹는 아메바'에 의해 국내 첫 희생자가 나왔다는 최근 뉴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욱이 그 희생자가 전북인 이라는 점에서 도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뒷얘기를 들어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뇌 먹는 아메바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뇌세포를 파괴해서 목숨을 앗아가는 아메바의 일종이다. 일단 사람의 몸속에 침투하게 되면 9일 안으로 목숨을 앗아가는데 주로 오염된 물에 기생하며 사람의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 뇌세포를 파괴한다. 국내 첫 희생자는 전북교육청 장학사를 지낸 김동욱씨(52)다. 전주해성고에서도 잠시 교편을 잡았던 그는 전북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전주 솔빛중 교감 등을 지냈고 4개월 전 태국에 있는 한국교육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했다가 최근 이런 불행을 겪었다. 국내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던 ‘뇌 먹는 아메바' 국내 첫 감염…태국서 귀국 50대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뉴스의 주인공이다. 전북교육청 장학사와 전주 솔빛중 교감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8월 그는 태국 한국교육원장으로 부임했다. 남들이 걷는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교장도 지내고 잘하면 훗날 교육장도 꿈꿀 수 있었으나 그는 힘들지만 보람있는 새로운 길을 걸었다. 한국어 교사들을 태국 각지의 학교로 파견, 다양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함으로써 한국어를 널리 보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태국은 175개 공교육기관에서 약 4만 6천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정식교과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치로, 그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배우려는 태국 학생들을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하지만 방콕 외곽 지역은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부임해서보니 에어컨도 없는 교실을 보고 그는 국내 한 전자회사에 장문의 편지를 써 교육 환경을 개선했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교육부 연수를 위해 잠시 귀국했는데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 치료중 21일 아메바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 귀국 직전 방콕 동북부 이산 지역으로 출장을 간 뒤 두통 증세를 느꼈는데 그때 뇌먹는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첫 희생자의 안타까운 사연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얼굴없는 저격수들은 인터넷 댓글 등에서 “조심했어야지 뭐하려고 후진국에서 수영을 하느냐”며 비아냥 거리면서 유족을 두번 울렸다고 한다. 태국에 체류 중 수영이나 물놀이를 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일부 보도 때문인데 그는 물을 싫어해 수영은 아예 안하는 사람이다. 사실은 한국어 보급을 위해 열악한 지역의 공무 활동을 하다가 감염돼 잠시 귀국한 상황에서 의식을 잃어 치료 중 사망한게 전부인데 질병청은 태국에서의 행적조차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군산에서 태어나 군산동고, 전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학연구소(구 정신문화연구소)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뒤 교육계에 투신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단순히 한국어 보급을 위해 태국에 간게 아니고 그의 소망은 제2의 이태석 신부가 되는 것이었다”며 혀를 끌끌찼다. 지난 2020년 그는 ‘도덕경은 도덕을 말하지 않는다’ 라는 책을 펴냈다. 필명 김시성으로 번역한 노자의 도덕경 33장 끝부분의 구절이 눈에 띈다. ‘死而不亡者壽 (죽어도 그 정신이 없어지지 않는 자는 오래 산다)라는 구절은 그가 항상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전 전주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평소 각별한 사랑으로 교육활동을 해왔기에 그를 존경했던 제자들이 100명도 넘게 몰려와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2.27 14:42

대통령 후보감 안보이는 전북의 미래

며칠 전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자 세계의 이목이 백악관으로 쏠렸다. 집권 민주당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도 석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조 바이든(80세)이 이끄는 민주당은 하원을 내줬지만, 상원에서는 결국 과반을 확보하면서 그는 2024년 재선에 도전할 기세다. 반면, 낙승을 기대했으나 사실상 패배한 공화당 트럼프(76세)는 선거 패자로 지목돼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도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슨 꿀단지가 있기에 대통령을 한 번씩 지낸 이들이 또다시 하려는 것일까.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대통령. 이 자리에 앉았던 이들 중 제 명대로 살거나 평탄한 노후를 보낸 이는 없었다. 전북에서도 광복 이후 수많은 이들이 대권을 꿈꾸곤 했으나 아직 어느 누구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민당의 오너 격인 인촌 김성수의 경우 부통령까지 지냈지만 대권은 언감생심이었고, 이후 소석 이철승이 40대 기수론에 편승하면서 노크해 봤으나 야당인 신민당 후보가 되는 것부터 실패하면서 이후 대권의 꿈을 완전히 접고 중도통합론이나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다 퇴장됐다. 많은 시간이 흘러 집권여당의 후보로 정동영이 출마했으나 승패와는 무관한 도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정세균이 집권여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선에 나섰으나 지지율 열세로 중도에 포기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운운한다. 여와 야의 극한 대결도 결국 내후년 총선과 차기 대권을 향한 샅바 싸움이다. 지난 대선에선 여야 공히 국회의원 한 번 해보지 않은 이들이 최종 후보가 됐으나, 유력 후보군은 어쨋든 여의도 정가에서 금배지 관록을 쌓은 선량 출신이 대세였다. 한치 앞을 알 수 없기에 지금 차기 주자를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현재로선 대권 반열에 가까이 가 있는 전북출신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한두번 더 하거나 장관, 총리한다고 해서 확 부각될 것 같은 인물도 없다. 과거에는 막연하게나마 대선 후보군으로 꼽을 만한 이들이라도 있었으나 이젠 벤치에 앉아있을망정 빅리그에 진출한 전북출신은 아예 없다는 얘기다. 비관적인 이들은 “향후 10∼20년간 전북출신 대권후보는 아예 없는 게 아니냐”며 “아예 정치에 신경을 꺼버려야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카리스마와 능력, 덕성을 갖춘 인사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탄생한다. 최근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에서 여실히 증명됐듯 전혀 생각지 않았던 선수가 9회말 대형 스타로 부각되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은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여와 야의 젊은 피 중에서도 스타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일국의 지도자를 뽑는데 있어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의 지도자는 도민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출신 스타 정치인의 부재는 날로 추락하는 전북의 도세와 무너진 자긍심에 더욱 생채기를 내는것 같다. 하여, 이미 퇴장한 이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전북출신 새 인물군들이 보다 큰 도전과 성취를 통해 화려한 명성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비단 정계에서뿐 아니라 전북출신 인사들이 각계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대리만족이라도 좀 느껴보고 싶은 게 수많은 도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대형스타는 평범한 길을 걸어서는 결코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뭔가 좀 화끈한 변화와 혁신,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지도자를 갈구해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1.15 15:17

송하진-김춘진 도백선거 제2라운드

위병기 논설위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말이다. 선거 무대에서도 이미 승부가 끝난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제2라운드가 펼쳐지는 경우가 왕왕있다. 일례를 들자면 송하진 지사와 김춘진 민주당 김제부안위원장의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송하진 지사가 김춘진 위원장의 전주고 2년 후배인데 이들은 과거 크게 좋거나 나쁜 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도백 선거를 치르면서 인연의 물줄기가 크게 달라졌다. 송 지사가 재선 가도를 향해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난타전이 벌어졌고 이는 곧 커다란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그 여진이 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까지 이어진다. 물론 양자가 직접 총선에서 맞닥뜨리는 건 아니고, 송 지사가 오랫동안 참모로 데리고 있던 이원택 전 정무부지사를 김춘진 대항마로 내세웠다. 지역 정가에서 내년 총선 대결을 송하진-김춘진 간 도백선거 제2라운드라고 일컫는 이유다. 추후 선거구 획정을 무시할때 내년 총선에서 김제-부안으로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는 민주당에서 김춘진 전 국회의원, 문철상 전 신협중앙회장, 유대희 변호사, 이원택 전 정무부지사 정도다. 군소정당 후보도 추가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평화당을 뛰쳐나와 대안정치연대에 합류한 초선의 김종회 의원이 방어전에 나서는 형국이다. 저마다 필살기를 내세우지만 촉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은 김춘진과 이원택을 주목한다. 민주당 바람이 거센 도내 상황을 감안할때 과연 누가 공천장을 거머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송하진-김춘진 간 대리전은 지금부터 3년전인 20대 총선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부딪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안철수 바람이 몰아치면서 김제-부안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김춘진 후보가 김종회 후보에게 패하게 된다. 국민의당 바람 말고도 부안 출신인 김춘진 후보는 유권자 수가 훨씬 많은 김제 출신 김종회 후보에게 밀린 것이다. 그런데 낙선 후 1년만에 탄핵이 이뤄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김춘진 위원장은 나름 기대를 갖게된다. 낙선 하긴 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한 3선 의원의 관록에 나름대로 문 대통령과 교감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사석에서 문 대통령과 나는 생년월일이 같다며 은근히 장관 발탁 가능성도 기대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문 대통령과 김춘진 위원장의 생년월일은 1953년 1월 24일로 똑같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특별한 자리가 주어지지 않자 김춘진 위원장은 지난해 도백 선거전에 뛰어든다. 당시 초선이던 송하진 지사가 특별한 하자가 없이 탄력을 받아가던 시점에서 도전장을냈으나 승산은 별로 없었다. 현직 지사의 대세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선거판 안팎에선 재작년 겨울 초기 위암 치료를 받았던 송 지사의 건강이상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송 지사측에서는 경쟁자들이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있다며 크게 격분했다. 송 지사는 당시 다른 건 몰라도 근거없이 건강문제를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겠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선거는 송 지사의 낙승으로 끝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상대 후보측에서 이번엔 선거법 위반을 정식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선비 집안에서 태어나 파출소 한번 가보지 않은 송 지사로서는 재판 과정에서 돈은 돈대로 들고, 자존심도 상하면서 커다란 앙금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말부터 지역정가에서는 김춘진 꺾을 대항마를 찾는다는 말이 나돌았고, 결국 이는 청와대 선임행정관 이었던 이원택을 올초 정무부지사로 발탁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전주시와 전북도, 청와대에서 스펙을 쌓았고, 부안보다 숫자가 많은 김제 출신인데다 송 지사의 두터운 조직을 등에 업고 있기에 그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송하진-김춘진 간 도백선거 제2라운드의 결과가 벌써부터 호사가들의 입줄에 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9.10 17:19

독수리 5형제와 분열된 집안

위병기 논설위원 며칠전 전북도의회에서는 당원 명부 유출 등과 관련해 도의원 2명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원 관리를 위해 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 당원 명부 1만여 건을 유출한 의혹에 대한 수사의 일환이다. 왜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시계추를 지금부터 꼭 10년전인 2009년 봄으로 돌려보자. 선거법 위반 등으로 전주 완산갑 이무영, 덕진 김세웅 국회의원이 물러나면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는데 놀랍게도 민주당 공천을 받았던 완산갑 이광철, 덕진 김근식 후보가 낙선하고 소위 무소속 연대를 꾸렸던 정동영-신건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집권당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후보의 당선은 그렇다 쳐도 지역에서 활동한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신건 후보의 당선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벌어졌다. 정동영, 신건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한 뒤 지방의원들은 그동안 누구를 주군으로 모셨는가에 따라 신세가 정반대가 됐다. 소위 독수리 5형제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 공천자를 밀었던 당시 김성주 도의원과 이명연국주영은양용모유영국 전주시의원 등 5명이 오히려 낙천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들은 정동영 의원과 경쟁관계였던 정세균 당 대표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기사회생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들 5명을 일컬어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렀다. 당시 도의원 이었던 김성주 의원 사무실에는 커다란 표구 하나가 있었다.이 또한 지나가리라좋은 일도, 나쁜 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뜻이다. 독수리 5형제 사건은 극히 미시적으로 보면 전북 헤게모니를 둘러싼 정세균-정동영 간 힘겨루기였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이 일은 전북 정치권이 얼마만큼 분열돼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정치와 권력의 세계는 철저히 견제의 법칙이 바탕에 깔려있지만 국회의원 공천도 아니고 지방의원 몇명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세균-정동영 간의 힘겨루기 대상이 됐다는게 지금 생각해봐도 놀랍다. 광복 이후 한민당의 주축은 전북 정치인들이었다. 인촌 김성수와 가인 김병로. 근촌 백관수. 백봉 라용균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후 야당 거목인 이철승, 윤제술 등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전북의 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북은 급전직하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뒤쳐지고, 도민의식이 빠른 시대적 변화를 뒤따라가지 못한 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도내 정치권의 분열도 전북의 낙후를 불러온 한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3김과의 대결에서 소석 이철승이 밀려나면서 전북의 위상은 크게 뒤떨어졌다. 대통령 꿈을 꾸었던 김대중, 김영삼과 달리 소석은 집권의 꿈을 일찌감치 버리면서 전북은 야당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났다. 양김이 위세를 부리던 1980년대, 전북은 정치적으로 기가막힌 상황에 직면했다. DJ는 소석을 치기위해 손주항을 내세웠고, 손주항을 꺾기위해 장영달을 내보냈다. 그런가하면 김원기를 제거하기 위해 윤철상을 내보냈다. 그후 전북의 맹주는 없어졌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단순히 중앙무대에서 권력자가 부리기 쉬운 월급쟁이 고용 사장이 오고 갈 뿐이었다.오늘날 전북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됐다. 지역 언론의 주요 기사 제목은 늘 시급과 절실로 끝난다. 사업 시행이 시급하고,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도민들의 의식은 희망과 기대 보다는 낙담과 분노로 점철돼 있다. 강력한 정치 지도자가 잘 이끌어주고 후배들이 뒤를 잘 따라줘야 하는데 전북 정치권은 이와 다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사분오열 돼 있고, 민평당은 언제 갈라설지 모르는 지경이다. 일찌감치 링컨 대통령은 말했다. 분열된 집안은 오래갈 수 없다고 말이다. 정치인은 물론, 도민 모두가 잘 생각해봐야 할 경구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7.16 17:18

정계에서 ‘고평가된 불량주’ 퇴출을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전북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전북이라는 명칭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례를 들어보자. 전북대학교는 대체적인 비교 평가 수치를 감안해 보면 결코 뒤떨어지는 학교가 아니다. 그런데 학교가 단지 전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역량에 비해 낮은 평가를 하는 이들이 많다. 전북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 지방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도태되는 와중에 전북은행은 몸짐이 더 큰 광주은행을 흡수하면서 덩치가 키웠으나 막상 도민들이 보는 평가는 의외로 높지 않다. 전북이나 전주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기관이나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저평가된 우량주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브랜드 가치는 썩 높지 않은게 사실이다. 전라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내재된 역량과 한류의 본 고장으로서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나 오히려 도민중에는 낮게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전북은 대체적으로 저평가된 우량주라고 할 수 있다. 전북이 배출한 인사들 역시 실제로는 우량주임에도 저평가된 경우가 많다. 물론, 전북현대모터스 축구단은 크고작은 각종 대회에서 워낙 우승을 많이해서 그런지 전북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일류 취급을 해준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사고와 정치행정체제에 익숙해진 우리는 막연하게 지역의 것을 열악하고 좀 낮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오랜기간 중앙중심의 사고틀에 묶여있었기에 일부 그런 성향의 DNA를 갖게된 모양이다. 하지만 지방화 시대를 맞아 도민들이 과감히 떨쳐내야 할 부분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저평가된 우량주가 힘들어하는게 바로 그것이다. 지방의회가 출범한지 20년이 될때까지 전북에서는 도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 현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아무리 우량 품종이더라도 돼지가 커서 소가 되는 건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국회의원 할 사람 따로있고, 동네에서 지방의원 할 사람 따로 있다는 거였다. 타 시도에서는 도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고, 좀 지나면 지사나 장관이 되기도 했으나 전북에서는 먼 동네 얘기였다. 그런데 더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무대에서 저평가된 우량주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이젠고평가된 불량주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지방의원을 하기에도 과분해 보이는데 지나치게 큰 외투를 입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어색하기 짝이없다. 그런가하면 탄핵의 와중에, 아니면 분당사태의 와중에 내공도 없이 금배지 하나 척 달고 등장한 이들도 적지 않다. 진작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물러서야 할 사람이 선거때마다 고개를 내미는 것도 영 어색하다. 시대정신과는 거리가 먼 △생계형 출마자 △얼굴 알리기형 출마자 △노후대책용 출마자들은 도민들이 공천과정에서부터 싹을 잘라내야 한다. 특히 정계에서 실제 역량에 비해 고평가된 불량주는 반드시 제값을 매겨야 한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은 구태여 들을 필요가 없다. 과거 수십년간 그의 족적과 평소 생활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온 평가를 보면 된다. 극소수 정계 실력자들에만 고평가된 불량주는 국가는 물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 4월 15일 제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도내 정치권에서 고평가된 불량주만 솎아내도 잘 사는 지역사회가 될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우량주라고 펄쩍 뛰겠지만~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6.04 17:30

정치도, 행정도, 관행도 확 바꿔라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며칠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이역만리 미국에서 급서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를 놀라게했다. 재벌가의 갑질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공분이 하늘을 찔렀으나 어쨌든 철딱서니 없는 처자식의 잘못이 발단이 돼 한 가장의 삶이 처참하게 파탄났기 때문이다. 만일 대한항공 창업자 조중훈 선대 회장이 더 가혹하게 자식을 가르치고, 겸허와 경청을 더 강조했더라면 조양호 회장도 자신의 아내와 자식의 일탈을 지금까지 방관하지는 않았을 거다. 사실 반복되는 습관과 관행만큼 무서운게 없다. 최근 의장직 사퇴 논란이 되고 있는 도의회 여행사 사건은 종전의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검찰이 기소하면서 법정에서 결론이 나겠지만 핵심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거다. 며칠전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학수고대하던 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한마디로 준비미흡이었다. 지금은 이사장 아들이라고 해서 반장을 하고, 교장 선생 아들이라고 해서 1등을 하던 시대가 아니다. 지역에서 나름대로 탄탄하게 갖추고 준비한뒤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도, 행정도, 관행도 확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징징 대면서 우리 못사니까 뭐 좀 더 달라는 호소만으론 한계가 있다.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한 논리를 갖추고 요구해야 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국민연금공단 부근엔 관광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수도권 통근 차량들이다. 그런가하면 인재개발원이나 농수산대학은 해마다 해외연수를 진행하면서 무려 70% 이상을 외지 업체에 배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북혁신도시의 현 주소다.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어느 규모가 될지 궁금하지만 한편으론 허송세월한 5년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도지사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설혹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금융중심지를 만들 수 없다. 지정한다 하더라도 돈이 되는 곳을 찾아다니는 금융과 기업의 속성상 전주에 금융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농협중앙회나 전북은행 본점은 물론, 해외 거대 금융사 유치 등 가시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불가역적 조치는 북핵에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어쩌면 오늘 국민연금공단 제2사옥 기공식을 갖는 것도 불가역적 조치의 일환이다. 앞으로 1년후 총선이 치러지고 현 정부도 3년차가 넘어가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그래서 불가역적 조치가 조속히 선행돼야 한다.지금은 네탓 공방을 할 때가 아니다. 십수년전 동계올림픽 전북 유치가 화두였을때 캐나다 로키산맥 자락에 있는 캘거리에 간 적이 있다. 이미 동계올림픽을 치른 그곳을 둘러본 도의원이나 체육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솔직히 말해서 무주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안되겠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혀 기반이 안돼있는 곳에 무리하게 유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금 금융타운이니 제3 금융중심지니 하는게 그 상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낡은 관행과 구태의연한 인식의 틀을 깨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얼마전 전북 출신 한 저명(?) 인사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었는데 하객이 무려 3000명이 넘고 축의금이 10억원대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장 노릇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한다. 통 크게 놀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4.16 20:30

도지사와 교육감, 전주시장 협업하라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1995년 민선시대 출범 이래 24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전북 입장에서만 국한해 볼때 가장 좋은 시기는 김대중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던 유종근 지사때 였고 훅 뛰어넘어 송하진 현 지사 또한 그때 못지않게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중앙정부의 두터운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강현욱 지사 4년, 김완주 지사 8년의 시간은 전북으로선 지난한 하루하루였다. 좀 좋은거다 싶으면 타 시도에 모두 빼앗겼고 맛없는 것만 넘겨받기 일쑤였다. 구태여 새만금 예산이나 지역공항, 국가대표 축구훈련센터, LH본사 유치 무산 등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도민들이 더 생생하게 낭패감과 무력감을 기억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중앙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면적이나 인구, 재정력, 국회의원 수 등 모든 면에서 비중이 없는 곳에 더 큰 것을 줄 턱이 없다.한때 전북에도 기회가 없었던게 아니다. DJ정권때나 노무현 정권때 일부 정치인들이 고관현직에 있었다고 하지만 숫자나 힘에서 밀렸다. 더욱이 자신의 부귀영달을 꾀하는 이는 많았어도 진정 헌신하고 봉사하는 지도자는 많지 않았다. 현 정부들어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유종근 지사 초반처럼 중앙정부의 두터운 후원을 등에 업고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러한 외부적 요인을 우리가 얼마나 잘 살려가느냐 하는 점이다. 에드워드 기번의 대작 로마 제국 쇠망사를 이 시점에서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윈스턴 처칠이 젊은 시절 수십 번 읽고 좋은 대목은 외우고 여백에 메모를 남겼다는 책이다. 기번은 이 책에서 천하의 로마 제국이 멸망한 원인을 한 마디로 내부적 요인에서 찾았다. 전북 역시 마찬가지다. 외부탓을 하기전에 지역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사분오열된 도내 정치권의 무능과 이기적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세력별로 뛰고는 있지만 중앙무대에서 볼때 분열된 작은 집단을 다루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한가지 더 거론할게 있다. 도지사와 교육감, 전주시장의 보다 긴밀한 협조체제가 필요하다. 역대 도지사와 교육감은 지역발전과 지역 교육을 살리기 위해 대체로 호흡을 함께 해왔다. 교육감과 전주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3개 기관사이에 유기적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는 전북혁신도시를 살리겠다며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주력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외지에서 온 학생들을 쫓아내고 있다. 자사고인 상산고의 경우 외지학생 비율이 80%가 넘는게 현실인데, 만일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농촌진흥청이나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에 재직중인 이들이 자녀를 평준화 된 전주 학교에 보낼지, 수도권 고교에 보낼지는 너무 뻔하다. 자치단체와 엇박자를 내는 교육의 한 단면이다. 전북도와 전주시 역시 마찬가지다. 강현욱 지사-김완주 전주시장, 김완주 지사-송하진 전주시장의 경우 전주시장이 도백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협업이 제대로 될리 만무했다.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송하진 지사-김승수 전주시장 구도에서도 5년 넘게 지역발전을 위해 협업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없다. 결국 그 피해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귀결됨은 물론이다. 도청 소재지 한복판에 있는 종합경기장이 전주처럼 오랫동안 방치돼서 잘된곳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 건 등 수없이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전북이 갖는 가치의 절반이 훨씬 넘는 전주시가 앞으로 어떻게 도약할 것인지는 지사와 시장이 뜬 눈으로 밤을 세워도 부족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과거의 일을 들먹이면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 지금 전북 지역사회는 각계의 리더십 난조와 협업 부족 현상이 농후하다. 지사와 교육감, 전주시장의 협업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2.26 19:58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