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머물 기회가 있던차 문득 생각이 나 바로 근처에 있는 ‘초원복국’을 찾았다.
단순히 속풀이용 참복을 들기 위해 방문한 게 아니고, 좋든 싫든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산 초원복국은 과연 어떤 곳인가.
제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1992년 12월 11일, 부산 대연동의 음식점 ‘초원복국’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훗날 비서실장 역임)과 지역 기관장들이 모였다.
참석자는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정경식 부산지검 검사장, 우명수 부산시교육감과 국가안전기획부 지부장,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었다.
김기춘 전 장관이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 죽자, 남들이 비웃을 것이다. 당락을 불구하고 표가 적게 나오면 우리는 멸시 받는다. 바보라고… ”하면서 지역감정을 좀 자극해서라도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을 당선시키자는 취지로 말했다.
참석자들은 앞다퉈서 자신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선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 내용은 국민당 측에서 전직 안기부 직원 등과 공모해 도청장치를 몰래 숨겨 녹음을 함으로써 언론에 알려졌으나, 오히려 김영삼 위기론 확산으로 영남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이 크게 결집, 대통령에 쉽게 당선됐다.
초원복국은 이 사건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고, 무려 26년이 지난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작 부산시민보다도 외지인들이 호기심 반, 맛기행 반 해서 찾아온다고 한다.
지역감정의 뿌리는 당나라와 손잡은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키면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고,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에서 연원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아주 가깝게는 1961년 5·16 이후 박정희와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두 정치인의 대선 대결에서 격화됐음을 부인키 어렵다.
지역감정 조장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인물은 이효상(대구) 전 국회의장이다.
이효상은 1971년 대선 때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대선 때마다 호남과 영남은 극도의 대결양상을 보였고, 마침내 전북을 비롯한 호남은 선거 때마다 ‘황색돌풍’이 일어나면서 묻지마식 투표가 진행됐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을 중심으로 한 소위 ‘3김 시대’가 끝나면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 행태는 없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도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한달 이내에 도내에서 민주당 후보 공천이 마무리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민주당 공천장을 쥔 후보는 당선권의 9부능선을 넘게 된다.
상대적으로 정당색이 약한 지방선거여서 일부 시군에서는 민주당 이외 후보가 선전할 것이란 관측도 있으나 찻잔 속의 태풍일 뿐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각 정당들은 특정 지역에서의 패권을 노리고 똬리를 트는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서 전북을 비롯한 전라도의 패권을 과연 누가 움켜쥐느냐가 관건이다.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고 했다.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을 비롯한 호남의 패권을 장악한 정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될 지 정가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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