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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풍과 바이엘 아스피린

대한민국 식량주권
지키는 거대한 꿈을
전북이 펼쳐야 한다

▲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전북대학교 총동창회는 지난해 박노풍(88·부안 출신) 전 호남작물시험장장을 전북대학교 동문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해 보이지만 ‘박노풍’이란 이름은 농업인에게 있어 매우 익숙하다.

농학자인 그는 벼 다수확 품종 개발을 통한 육종 기술 개발에 평생을 몸바쳐왔고, 농업 행정가로서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일선에서 헌신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꼭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그가 개발한 통일벼 품종 ‘노풍’이 벼에 치명적인 도열병에 극히 취약, 한때 흉년농사의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1977년에 새로 등장한 이리 327호는 육종책임자인 호남작물시험장장 박노풍의 이름을 따 ‘노풍’으로, 밀양 29호는 영남작물시험장장 박래경의 이름을 따 ‘래경’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다 1978년 한반도를 강타한 변종도열병은 노풍을 쭉정이로 만들어버렸고 정부가 강권하다시피 해서 노풍을 심었던 농민들은 농사를 망치게 됐다. 한동안 ‘노풍’이란 이름은 실패한 통일벼의 대명사로 꼽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박노풍 개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개발해 굶주림을 해결하려는 열정만큼은 높이 사기 때문이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지만, 반만년 우리 역사에 있어 서민들이 굶주리지 않은 것은 채 50년도 되지 않는다. 1970년대만 해도 농촌지역에서 점심을 굶는 사람은 허다했고, 서민 식탁에 계란이라도 올라간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화제를 바꿔 차범근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뛰었던 독일의 레버쿠젠으로 가 보자. 아스피린을 만들어낸 ‘바이엘’ 회사가 있는 곳이다. 바이엘 아스피린이 나온지 올해로 만 120년이 됐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를 휩쓸면서 무려 25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제1차대전(1914~1918)이 있던 4년 간 전장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800만 명)보다 단 6개월 동안 유행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배나 많았다.

당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페인 독감(=무오년 독감)으로 인해 한반도 전체인구의 38%인 758만 명이 독감에 걸렸고, 그 중 14만 명이 죽었다.

물론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질병이기는 하지만, 해열과 진통 효과가 큰 바이엘 ‘아스피린’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바이엘 하면 아스피린이나 만드는 줄 알았는데 독일의 바이엘사가 최근 전 세계 먹거리를 책임지는 종자시장에서 큰손으로 우뚝 섰다.

바이엘사는 최근 세계 최대 종자 기업인 미국의 몬샌토를 630억 달러(약 67조원)에 사들이면서 세계 종자 시장은 초대형 3개사의 과점 체제로 재편됐다.

바이엘, 다우케미컬, 중국화공이 세계 시장을 삼등분하게 된 것이다.

몬샌토를 인수한 바이엘이 세계 종자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듀폰과 합병한 미국 다우케미컬이 약 25%의 점유율을 갖는다. 중국화공은 세계 3위 스위스의 신젠타를 인수하면서 도전장을 냈다.

만일 우장춘이나 박노풍 같은 이들의 노력이 꾸준히 쌓이고, 정부와 기업차원의 선견지명이 있었더라면 우리나라도 바이엘같은 회사가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식품클러스터와 종자산업박람회를 열고 있는 전북이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꿈을 지금부터라도 펼쳐야 한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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