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외상값 시비로 촉발돼 33명의 사상자를 낸 군산 유흥주점 방화치사사건은 각종 악재가 맞물린 참사였다. 제대로 된 비상구가 없었고 소화시설은 사실상 설치되지 않았는가 하면, 주점 내부에는 화재 시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집기들이 가득해 피해를 더 키웠다.
지난 17일 오후 9시 53분께 유흥주점 입구에서 치솟은 불길과 함께 전기가 끊겨 주점 내부는 암흑에 휩싸였고 매캐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주점 내부에 있던 손님들과 업주 및 종업원 등 33명은 공포 속에 비명을 지르며, 무대 옆 비상구로 향하는 입구로 몰렸다.
비상구를 표시하는 비상등은 켜져 있지 않았고, 1m가 약간 넘는 입구에 들어가지 못한 17명은 무대 앞에서 하나둘씩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화상을 입은 채 쓰러져 갔다. 각종 주점 집기가 쌓여있던 비상구 입구 앞 공간에 모여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연기를 마시고 정신을 잃어갔다.
조립식 목재로 된 주점 내부는 거센 불길이 휘감았고 소파 등도 불에 타며 유독가스를 내뿜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점 안에 비치된 소화기 3대는 암흑 속 아비규환 사고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음악 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듯, 주점 안에는 환풍기도 설치돼 있지 않아 연기가 주점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 주점은 1층인데다 230여㎡ 규모로 크기도 작은 편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2년 전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날 119구조대가 오기 전 비상구를 열고 사람들을 구조한 시민 중 한 명은 “비상구 문을 여니 사람들이 문 앞에 시커먼 모습으로 포개져 쓰러져 있었다”며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처음 현장에 온 구급차가 3대 밖에 되질 않아 10여 명의 사람이 아스팔트 위에 30분 가까이 정신을 잃은 채 눕혀져 있었는데, 정말 답답했다”고도 전했다.
한편 이날 불이 난 주점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여서 보험금 지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정곤·남승현천경석 기자>문정곤·남승현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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