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사소한 외상값 시비가 부른 참사, 소화기 3대도 쓸 틈 없이…

유독가스 발생 집기 가득
설상가상 환풍구도 없어
좁은 비상구쪽 진입 못한
17명은 그대로 쓰러져가

▲ 지난 17일 군산시 한 유흥주점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18일 실시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과학수사대원 등이 합동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사소한 외상값 시비로 촉발돼 33명의 사상자를 낸 군산 유흥주점 방화치사사건은 각종 악재가 맞물린 참사였다. 제대로 된 비상구가 없었고 소화시설은 사실상 설치되지 않았는가 하면, 주점 내부에는 화재 시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집기들이 가득해 피해를 더 키웠다.

지난 17일 오후 9시 53분께 유흥주점 입구에서 치솟은 불길과 함께 전기가 끊겨 주점 내부는 암흑에 휩싸였고 매캐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주점 내부에 있던 손님들과 업주 및 종업원 등 33명은 공포 속에 비명을 지르며, 무대 옆 비상구로 향하는 입구로 몰렸다.

비상구를 표시하는 비상등은 켜져 있지 않았고, 1m가 약간 넘는 입구에 들어가지 못한 17명은 무대 앞에서 하나둘씩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화상을 입은 채 쓰러져 갔다. 각종 주점 집기가 쌓여있던 비상구 입구 앞 공간에 모여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연기를 마시고 정신을 잃어갔다.

▲ 군산 유흥주점 화재현장 평면도
▲ 군산 유흥주점 화재현장 평면도

조립식 목재로 된 주점 내부는 거센 불길이 휘감았고 소파 등도 불에 타며 유독가스를 내뿜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점 안에 비치된 소화기 3대는 암흑 속 아비규환 사고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음악 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듯, 주점 안에는 환풍기도 설치돼 있지 않아 연기가 주점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 주점은 1층인데다 230여㎡ 규모로 크기도 작은 편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2년 전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날 119구조대가 오기 전 비상구를 열고 사람들을 구조한 시민 중 한 명은 “비상구 문을 여니 사람들이 문 앞에 시커먼 모습으로 포개져 쓰러져 있었다”며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처음 현장에 온 구급차가 3대 밖에 되질 않아 10여 명의 사람이 아스팔트 위에 30분 가까이 정신을 잃은 채 눕혀져 있었는데, 정말 답답했다”고도 전했다.

한편 이날 불이 난 주점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여서 보험금 지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정곤·남승현천경석 기자>

관련기사 단층 유흥주점 화재땐 무방비 군산시, 화재사고 수습 행정력 집중 "군산 참사 현장, 비상구 앞 카센터 장비는 영향 안줘" 군산 유흥주점 화재참사 유족·피해자 구조금 지원 군산 주점 방화범, 손님 몰렸을 때 불 놓고 출입문도 봉쇄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선관위 "계엄군, 당직자 휴대전화 압수…3시간20여분 청사 점거"

국회·정당野, 尹탄핵안 7일 오후 7시께 표결 추진…"與의원들 결단 기대"

사람들임실군청 변광진 팀장, 국가기술자격 수질관리기술사 합격 기술사 2관왕

전북현대최후의 결전 남겨둔 전북현대⋯8일 승강 PO 2차전

정치일반尹, '계엄 건의' 김용현 면직재가…후임에 최병혁 주사우디대사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