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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유흥주점 화재땐 무방비

스프링클러 의무 없고
소화기구 설치 규정만
도내 현황파악도 안돼

지난 17일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군산시 장미동 ‘7080크럽’ 인근에 동일한 사고 위험성이 있는 유흥주점들이 즐비해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17일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군산시 장미동 ‘7080크럽’ 인근에 동일한 사고 위험성이 있는 유흥주점들이 즐비해 있다. 조현욱 기자

이번 군산 유흥주점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이 아닌 ‘단층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기준은 전체면적 1000㎡ 이상 4층 건물에 해당한다. 또 지하에 있거나 창문이 없는 유흥주점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지만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군산시 장미동 ‘7080크럽’은 면적 238㎡, 1층(단층) 건물이었다. 술을 마신 50~60대가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상황에서 불길이 번지는데도 스프링클러는 ‘합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전북지역 유흥주점을 비롯한 단층 다중 이용업소들이 화재 발생시 안전 사각지대화 되고 있다.

19일 군산시 등에 따르면 ‘7080크럽’은 지난 1985년 11월 23일 허가가 났으며, 2005년 8월 30일 대표 전모 씨(55)가 맡아왔다. 화재 현장에는 소화기 3대, 유도등이 비치돼 있었다. 건축물의 전체면적 33㎡ 이상은 소화 기구를 설치해야 하는 규정 덕분이다.

단층 형태의 유흥주점들은 전북지역에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명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전북소방본부의 ‘도내 유흥주점 면적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도내 유흥주점 885곳 중 352곳이 200㎡ 이하이면서 지상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가 단층건물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지역별 200㎡ 이하 지상층 유흥주점은 군산이 122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주 62곳, 정읍 46곳, 남원 28곳, 익산 21곳 순이었다.

특히 지난 17일 화마가 휩쓴 군산 장미동 일대는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 19일 오전 전북일보가 군산시 장미동 ‘7080클럽’ 주변 유흥주점을 둘러본 결과, 한 지붕 아래에 유흥주점 3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3곳 모두 비상구가 닫혀 있었다. 다른 업소의 비상문은 열려 있었지만, 통로에 사다리가 세워져 있기도 했다.

한 업소 관계자는 “주변 업소에는 스프링클러가 대체로 없다”며 “대부분 단층 건물인 데다 면적이 좁은 탓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단층 유흥주점은 행정당국의 관리도 부실했다. 유흥주점이 특히 많은 군산시는 1963년을 시작으로 60~90년대에 인허가를 받은 업소만 128개소에 달했다. 운영하지 않는 유흥주점도 적지 않은데, 상당수는 오래돼 화재에 취약한 상태다.

2000년 대명동, 2002년 개복동 화재 참사가 있었던 군산이지만, 안전불감증 속 화마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군산시 관계자는 “오래전 허가를 받고 유흥주점을 운영하다가 중간에 학교정화구역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시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폐업하지 않고. 지위 승계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단층 구조의 유흥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가 한 줄기 희망이지만, 예산의 벽이 만만치 않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이 점점 강화되고 있지만, 단층 건물인 유흥주점은 스프링클러 의무 대상이 아니다”면서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이곳에도 스프링클러가 필요하지만, 예산의 문제가 동반된다”고 밝혔다.

<문정곤·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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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유흥주점 방화치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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