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한 유흥주점에서 주점 업주가 수년 전 외상값을 더 많이 받았다며 불만을 가진 50대 남성이 고의로 불을 질러 3명이 숨지고, 30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하거나 화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참사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빛나는 구조 활동이 더 많은 사망자 발생을 막았다.
군산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9시 53분께 군산시 장미동 유흥주점 ‘7080크럽’ 입구에서 불이 나 김모 씨(57) 등 3명이 숨졌다. 함께 있던 이모 씨(62) 등 30명도 유독가스를 흡입하거나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는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질 만큼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방경찰청은 ‘누군가 불을 질렀다’는 최초 신고자의 말에 따라 ‘7080크럽’ 주변 편의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이날 새벽 1시 30분께 군산시 중동의 선배 집에 숨어 있던 이모 씨(54)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 ‘7080크럽’ 대표 A씨와 수년 전 갚은 외상값 20만 원을 놓고 말다툼을 벌였고, 17일 오후 2시 다시 ‘외상값 논쟁’을 벌인 뒤 이날 저녁 20리터 짜리 기름통을 들고 와 업소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불은 건물 면적 238.02㎡ 중 150㎡를 태우고 오후 10시 18분께 진압됐다. 내장재와 소파를 태우면서 유독가스가 급속히 퍼졌다. 사망자들은 무대 앞과 홀에 있는 테이블 부근에서 발견됐다.
생존자 가운데는 화재 초기 1명이 머리에 불이 붙은 채 입구를 통해 빠져나왔지만, 대부분 불길이 거세지자 무대 옆 비상구로만 탈출했다.
업소에는 초기 화재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불이 번지며 전기가 끊겨 내부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해 아비규환이 됐다. 적게는 47세에서 많게는 66세까지로 대부분 50~60대인 피해자들은 하나뿐인 비상구를 통해 기어나왔다. 한 구조자는 “당시 실내가 어둡고, 비상구 턱이 높은 탓에 사람들이 빠져 나오지 못하고 문 입구 쪽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구조에 나선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비상구를 빠져나왔고, 구급차와 시민들의 승용차, 택시와 시내버스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정곤·남승현·천경석 기자>문정곤·남승현·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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