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유흥주점 화재로 숨진 장모 씨(47)의 가족은 아직도 장 씨를 편안한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손을 잡아줘야 할 부인이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기 때문이다. 불이 난 그날 유흥주점 안에 함께 있었던 장 씨와 부인 엄모 씨(47)는 암흑속에서 마지막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서로 헤어졌다.
화재가 진압된 뒤 장 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엄 씨는 생사를 다투는 중환자로 병실에 실려갔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가족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막힌 현실에 목 놓아 울지도 못했다.
장 씨의 가족들은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장 씨의 발인을 미뤘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있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가슴에 묻겠다는 부인의 간절한 애원 때문이다.
장 씨가 숨진 지 닷새째, 군산 동군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 씨의 빈소는 텅 비었다. 위패와 영정사진을 비롯해 유족의 모습도 없었다. 장 씨의 발인이 예정된 지난 20일, 유족들은 영안실에 장 씨를 남겨둔 채 서울 성심병원으로 향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부인 엄 씨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21일 오후, 장 씨의 형은 본보 인터뷰에서 “동생(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병상에 누워 있는 제수가 남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엄 씨는 이날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상을 입은 몸은 붕대로 감겨 있다. 소리는 내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는 정도라고 한다.
가족들의 얼굴엔 며칠 새 주름이 팼다. 장 씨의 친형, 아버지 장 씨와 함께 가게를 꾸려나가던 장남은 다시 장 씨를 만날 채비에 나섰다. 엄 씨의 건강 회복이 더뎌 아버지의 발인을 언제까지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섬마을 개야도에서 비보를 접한 주민들도 애가 탄다. 상당수는 뱃일을 하는데, 때로 소주 한 잔, 담배 한 개비로 울음을 대신한다고 했다.
개야도 마을이장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다 그렇죠”라고 했다.
한편, 21일 오전 또 다른 희생자 2명의 발인은 서울과 경기도 성남의 장례식장에서 각각 엄수됐다. 이들은 군산에서 변을 당한 뒤 부검을 거쳐 장례식장으로 이동해 장 씨보다 하루 늦은 지난 19일에서야 빈소가 꾸려졌다.
<문정곤·남승현 기자>문정곤·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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