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화재로 숨진 A씨 영결식
치료중인 부인에겐 차마 말 못해
“동생이 억울하게 죽었지. 불쌍한 동생을 어떻게 한다냐….”
군산시내 주점 방화 참사로 숨진 A씨의 영결식에서 큰형 이 모씨는 남은 가족과 조카들을 걱정하며 연거푸 담배를 태웠다.
참사 당일 숨진 A씨의 영결식은 사고 발생 6일 만인 지난 23일 엄수됐다.
영결식장에서 만난 A씨의 아들은 훌쩍 야위어 있었다.
아들 B군은 영결식을 앞두고 서울 화상 전문병원에 다녀왔다.
사고 당일 시민들의 도움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화상과 싸우고 있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B군은 병상에 누워 힘겹게 버티고 있는 어머니에게 차마 이를 알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 9시 군산시 임피면 승화원 소각로에 아버지 A씨의 관이 밀려 들어갔다.
봉안당 문이 열리기에 앞서 A씨의 아들은 “유골함 뚜껑을 열어볼 수 있느냐”며 입을 뗐다.
그는 한 줌의 재로 변한 아버지의 유골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함께 슬픔을 삼키던 고인의 큰형 이 모씨는 “화재가 발생한 곳이 ‘유흥주점’으로 돼있어서 사람들이 그 곳에서 술을 먹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맥주 마시면서 노래 한 곡 부르는 서민 주점인데….” “착실하게 살던 동생이 하루 일을 마치고 가족과 맥주 한 잔 마시러 간 게 죄입니까. (예전에 군산에서 발생한) 다른 화재 사건과 결부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까지도 전해지네요.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거잖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은 숨진 A씨를 가슴에 묻기로 했다지만, 오히려 가슴에 큰 구멍 하나 뚫린 것처럼 공허해 보였다.
앞서 22일 군산의 또 다른 장례식장에서도 군산 방화 참사의 추가 희생자 김모 씨(58) 가족들이 얼굴을 파묻고 종일 흐느꼈다.
서울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 씨는 이날 새벽 2시 10분께 끝내 숨졌으며, 고인의 영결식은 24일 치러졌다.
한편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동군산병원은 장례비 일부를, 군산시는 승화원 사용료 전액을 지원키로 했다.
문정곤·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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