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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공항 건설, 늘어지면 멀어 진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늘 길이 뻥 뚫렸다. 자동찻길, 기찻길, 뱃길의 2차원 교통망만으로 답답했던 우리 전북도 이제 3차원의 교통망을 갖추게 되었다. 겨우 시간 반이나 두 시간 거리에 불과한 일본이나 중국을 다녀올 때면 서너 시간 걸리는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오가는 길이 무척 고달프다. 수도권에 사는 일행들이 1시간 안에 집에 도착하여 전주에 잘 내려가고 있는지를 걱정해주는 전화를 받고나면 공항 없는 지역민의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거의 매년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빠뜨리지 않고 묻는 문항이 있다. 바로 해외여행 경험이다. 1998년 조사에서는 전북도민의 겨우 19.3%만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반면, 80.7%가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해외여행 경험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다가 2012년에 이르러서야 과반(53.1%)을 넘어선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해외여행 경험비율이 해마다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2015년 64.2%, 2017년 73.6%를 기록했다. 지금 시점에서 조사해보면 8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과 2018년의 불과 20년 사이에 해외여행 경험 율이 무려 4배로 늘어났다. 앞으로 도민들의 해외여행은 더욱 더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1시간 거리 이내의 지역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라북도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그러나 새만금공항은 이제 겨우 예비 타당성조사만 면제받았을 뿐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상대로 벌써부터 일부 언론과 지역에서 노골적인 태클이 들어오고 있다. “새만금공항 ‘예타 면제’...무안국제공항은 어쩌나...1시간 30분 거리인 무안국제공항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뉴스1).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무안공항 활성화에 찬물”(광주 CBS). “‘새만금 신공항 예타 면제’ 무안공항 반쪽 되나”(뉴시스). “활주로 이용률이 1% 수준에 그치는 무안공항 등 무리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혈세 낭비 사례가...”(서울경제). “새만금공항도 말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서남부 지역만 하더라도 광주, 무안, 청주공항이 있는데, 여기에다 국제공항을 지어봤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 있다.”(조선일보).

주위의 견제와 방해도 문제지만 공항건설이란 게 3-4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역시 문제다. 우리는 2023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면 개항까지 최소 8~9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기본계획 수립만 1년 6개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2년, 공사 4년이 걸린다고 한다. 2023년 세계 잼보리대회 개회 전까지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그 때까지 부분개항이라도 바라고 있지만, 공항이란 게 어디 부분 개항이 가능한 일인가.

전 도민의 박수 속에 시작한 새만금 사업도 30년 걸려 이제 전체공정의 12%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늘어지면 길은 멀어 진다’는 새만금 사업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절대적으로 속도전이 필요하다. 우리 도민들이 중앙정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서 처분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도지사와 정치인, 도민들이 모두 나서 속도 있는 건설을 밀어붙여야 한다. 동시에 청주공항과 무안공항 사이에 낀 새만금공항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줘야 한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답은 나온다. 새만금에 대단위 오락 및 관광, 비즈니스 시설을 갖춰 공항 이용객을 늘리고, 새만금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가항공사를 유치해야 한다. 새만금공항이 결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만이 앞으로도 계속될 온갖 견제와 방해들을 떨쳐내고 건설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늘어지면 멀어진다. 부디 새만금공항이 꽉 막힌 새만금 개발과 전북 발전의 숨통을 터주는 기폭제가 되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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