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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치인들이여 상산의 솔연처럼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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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이솝우화의 ‘사자의 몫’(Lion's Share) 이야기다. 여우 등과 함께 협력하여 사냥을 성공시켰음에도 분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자가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전리품을 독차지하고 만다. 결정권을 가진 자들이 온갖 구실을 붙여 불평등하게 분배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 ‘사자의 몫’ 우화가 자주 인용된다.

이번 새만금 예산 78% 삭감 폭거가 바로 ‘사자의 몫’에 딱 맞는 사례다. 지난 30여 년 동안 온갖 수모를 겪어가면서 애면글면 지켜온 새만금 개발이 중단될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새만금 개발 중단은 도민들의 유일한 꿈을 박살 내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역대 정권들은 사탕을 줄 듯 말 듯 애태우면서 전북을 가지고 놀았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매년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등 새만금 개발이 탄력을 받아 본격화되어가는 시점에 내려진 개발 중단 결정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개발 중단 이유는 더 기가 막힌다. 잼버리대회 실패의 책임과 비난이 중앙정부로 쏟아지자 그 책임을 전북으로 돌렸음에도 전북이 희생양 되기를 거부하자 중앙정부와 여당이 감정적으로 보복한 것이다. 참으로 졸렬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화난다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장관들이 위원으로 있는 새만금 위원회가 올봄에 결정한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시킬 수 있는가. 이게 현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과 상식인가. 

지난달 29일 660조 원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 날 각 지역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통해 지역 반응을 살펴보았다. 오직 전북만이 초상집이었다. 대부분 지역은 축제거나 다행이라는 분위기였다. 특히 부산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사업 관련 국비를 대거 확보했다. 지역 핵심 현안인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관련 예산 5,363억 원이 반영됐다. 2029년 완공 및 개항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 130억 원 예산에 비해 40배가량 늘어났다.”(부산일보).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기본·실시설계 비용 100억 원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반영됐다...정부는 2030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내년 내에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기본·실시설계 단계까지 돌입해 사업 추진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매일신문). 올 예산보다 13.5%가 늘었으며, 서산 공항 설계비 10억 원도 확보한 충남도 신바람은 마찬가지다. (대전일보).

이제 정치인들의 시간이다. 일이 터지자 우리 지역 정치인들은 모여서 규탄 성명이나 발표하고 으름장만 놓고 말았다. 충분히 예상했던 바다. 옛말에 도둑놈은 한 죄 도둑맞은 놈은 열 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번 당하기만 하고 제대로 대응 한 번 못 하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전북의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이번에는 제발 합심해서 치열하게 싸워달라. 손자병법에 상산(常山)의 솔연(率然)이라는 뱀이 나온다. 이 뱀은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벼들며,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빈다. 머리와 꼬리가 따로 놀지 않고 언제나 하나처럼 움직여 자신을 보호하는 솔연처럼 합심해서 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 땅이 꺼지고 하늘을 찌르는 도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보이지 않는가. 더 이상 당신들의 이름이 더럽히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총선도 다가오고 있다. 새만금 예산을 원안대로 돌려놓지 못하면 누구도 살아남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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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일구일언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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