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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들은 정말 진보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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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연구원이 주목할만한 연구보고서들을 잇달아 출간했다. 하나는 전북도민들의 행복 지표와 행복의 조건들을 심층 분석한 ‘2023 전북형 행복지표 구축과 도민행복 실태연구’(김동영, 이중섭, 김현수)이다. 다른 하나는 전북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북인의 기질과 자긍심 등 전반적인 의식구조를 세밀하게 해부한 ‘2022 전라북도민 의식구조조사’(이중섭, 최윤규, 성지효)다. 매우 의미 있는 연구임에도 언론과 도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전북연구원 홈페이지에 연구보고서가 공개되었으니 관심 있는 도민들의 일독을 권한다. 

이들 연구보고서를 보다가 필자의 눈에 확 띄는 지점이 있었다. 우리 도민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자신의 정치이념을 진보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보수적은 15.8%에 불과했고, 중도가 38.6%였다. 그러나 지난주에 발표된 갤럽의 전국 조사는 크게 달랐다. 갤럽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성인의 30.6%가 스스로가 보수, 25.5%가 진보, 33.2%가 중도라고 하여 오히려 보수가 좀 더 많았다. 그래서 정말로 우리 도민들의 정치이념이 진보적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정치 성향 또는 이념을 측정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응답자 스스로가 평가하는 주관적 방식과 진보-보수를 구분 짓는 질문들을 통해 평가하는 객관적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객관적 측정에 동원되는 질문은 사형 제도, 낙태, 동성애와 동성결혼, 혼전 동거 등이다. 이들 객관적 질문들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의견과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의견을 비교해보자. 먼저 진보적 의견이라 할 수 있는 사형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면 전체 국민은 19.1%(조원씨앤아이, 2021년 8월 조사)인데 비해 전북도민은 12.9%였다. 낙태에 대한 찬성의견은 전체 국민 68%(미국 퓨리서치, 2023년 조사), 전북도민 44.0%로 역시 도민들의 진보적 의견이 현저히 낮았다. 동성연애에 대한 찬성의견은 더욱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전체 국민은 51%(갤럽, 2023년 5월 조사)인데 반해 전북도민은 14.1%에 불과했다. 혼전 동거에 대한 찬성의견은 전체 국민 84%(한국리서치, 2023년 5월 조사)인데 반해 전북도민은 40.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종합 평가하자면 전북도민들은 결코 진보적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전북도민들의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 간에 간격이 왜 이렇게 큰 것일까? 원인은 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은 사실은 보수 정당에 가깝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색깔을 표방하는 민주당을 도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스스로 진보적 이념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고등통계분석을 통해 정치 관심도, 사형 제도와 혼전 동거에 대한 찬반 의견이 진보-보수 이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진보인지 보수인지는 그 사람의 정치 관심도, 사형 제도와 혼전 동거에 대한 찬반 의견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보수, 자상한 부모 모델의 진보(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우리에게 동시에 필요한 오른손과 왼손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상대를 적대시, 증오하는 이념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마저 이념정치에 휘말려 정치의 노예가 되고 스스로 구속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것만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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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일구일언 #전북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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