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전주·완주 통합은 여전히 터덕거리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통합으로 인해 얻을 게 없고 오히려 지역 발전이 후퇴한다고 말한다. 일찍이 한비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의리도 인정도 아닌 오직 이익뿐이라고 하였다. 완주군민들에게 통합으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부에서는 관 주도보다는 민간인 주도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분은 좋지만, 실상을 모르는 순진한 소리다. 나는 2009년 순수 민간 주도로 두 번째 통합운동을 추진했지만, 처절히 실패해본 경험이 있다. 민간단체는 자금과 조직 면에서 결코 관을 넘을 수 없다. 찬성 측이 주민들을 만나거나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도 완주 군의 이장, 통반장, 관변단체장 등 관 조직으로 잘 구축되어있는 방어막을 뚫기 어렵다. 그래서 다수의 완주군민은 찬성 측 의견을 접할 기회가 없는 폐쇄 공간에서 반대 측 논리와 주장만 계속 메아리치는 일종의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가 일어나 반대 목소리가 더욱더 증폭되고 강화되고 있다. 관, 특히 정치인이 힘을 보태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번 네 번째 통합 시도의 성패는 김관영 도지사와 안호영 국회의원 두 사람에게 달려 있다. 김관영 지사에게 전주·완주 통합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128년 동안 지켜온 ‘전라북도’ 간판을 내리고 ‘전북 특별자치도’ 간판을 새로 단지 한 해가 저물어 가지만 도민들은 뭐가 달라졌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첫해는 준비기간이라 그렇다 쳐도 내년부터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간판을 새로 단 가게들이 새로운 깜짝 메뉴를 선보이듯이 전북 특별자치도 역시 강력하고 인상적인 메뉴를 첫 작품으로 내놓아야 한다. 아무래도 첫 작품은 내년 5월에 출시될 전주·완주 통합이 될 것이다. 우리 전북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에 있어서 전주·완주 통합보다 더 강력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역대 도지사들이 모두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되고 나서는 한결같이 태도가 바뀌었다. 과거 도지사들의 소극적이고 방관자적 태도가 통합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다행히 역대 지사들과는 달리 김관영 지사는 취임하고서도 이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과연 김 지사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역대 지사들이 해결하지 못한 전북의 수십 년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에 안호영 의원은 김 지사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날 통합 시도 실패는 전적으로 당시 완주 국회의원의 작품이었다. 특히 2013년 주민투표를 앞두고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통합찬성 여론이 우세하였음에도 당시 완주 국회의원이 도지사는 물론이고 완주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통합을 무산시켰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안호영 의원은 전북발전을 저해시킨 대표적인 정치가로 손꼽히는 전임자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한다. 안의원이 왜 넓은 길을 놔두고 좁은 길로,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길로 가려는지 모르겠다. 안의원이 가고 있는 길은 시대 정신과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소수의 개인과 집단만을 위하는 정객,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오직 다음 선거만을 노리는 정치꾼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알량한 동네 권력 맛에 취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단축하는 미욱한 선택을 해서도 안 된다. 전북의 소중한 정치자산인 3선의 안의원은 무엇이 완주의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인지를 잘 헤아리고 전북 전체를 위해 큰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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