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형 행복지표 개발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한국인의 행복점수가 또 떨어졌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2021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149개 국가 중 62위다. 2019년 54위에서 2020년에 61위로 7계단 하락했다가 올해 또 다시 한 계단 떨어졌다. 핀란드가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 19위, 일본 40위, 중국 52위이다. 2021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하다.
행복지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같은 기준치를 가지고서 정기적으로 측정한 조사의 추이변화가 중요하다 하겠다. <세계행복보고서>는 1인당 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에서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미래 불안감 등 7개 요인을 기준으로 행복점수를 매긴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인데 개인의 행복도와 삶의 질은 매우 낮다는 점이 한국 행복지수의 특징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에 의하면 OECD국가로 한정해 볼 때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서면 한 국가의 경제력 수준이 개인의 행복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대신에 관용, 부정부패 인식, 삶의 선택에서의 자유정도 등이 행복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은 경제성장율, 무역수지, 공장 건설, SOC확장 등 오직 경제와 물질성장 정책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결과로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은 꾸준히 추락하였다. 경제성장이 결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서 행복성장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에 맞추어 국내 지자체들도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행복지표들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전, 강원, 충남, 충북, 제주 등의 지자체에서 자기 지역에 맞는 행복지표들을 이미 개발하였다. 전라북도 역시 2017년에 행복지표를 개발한 데 이어, 2020년에 <전북형 행복지표>를 수정 개발하였다. 전북연구원의 김동영, 최윤규, 송용호 연구진이 개발한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전라북도 도민들의 행복점수를 높여주는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10대 분야 83개 세부지표로 구성되었다(전북연구원 홈페이지 <연구보고서>에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있어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10대 분야(경제, 가족, 건강, 사회적 관계, 문화여가, 복지, 안전, 주거, 환경, 정서) 83개 세부지표들을 연도별, 시도별로 비교하고 있다. 아울러 700명의 도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관적 지표들의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2020 전북형 행복지표>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전북연구원은 정기적으로 도민들의 행복점수가 어느 정도이고 각 계층별로 어떻게, 왜 차이가 나는지, 행복점수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행복지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들을 정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마련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에서 뒤처진 우리 전북이 도민 행복에서는 타 시도를 얼마든지 앞지를 수 있다.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의 정책들이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사람 중심의 행복 전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권혁남 전북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