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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현행 공무원 직급체계 일제잔재라는 주장 사실일까

전주시, 지난 25일 "일제잔재 추정 공무원 직위 명칭 사용 않겠다" 발표
일제잔재로 언급한 직급은 이사관·서기관·사무관·주사·서기 등 다섯가지
본보 확인결과 이사관은 일제 잔재, 서기관·주사·서기관 등은 일제 이전부터 사용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반일감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전주시가 자치단체 중 최초로 일제 잔재로 파악되는 공무원 직위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전주시는 조선총독부 관보 등을 근거로 ‘이사관’과 ‘서기관’은 을사늑약 이후 일본의 강요 때문에 설치된 한국통감부와 총독부의 관직명이라고 밝혔다. 법령상 직위 명칭인 ‘사무관’과 ‘주사’, ‘서기’ 등은 모두 일본의 관직명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관료명칭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혁해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본보는 팩트체크를 통해 우리나라 공무원 직급의 역사적 기원을 검증해봤다.

 

△현행 대한민국 공무원 직위 일본강점기 잔재인가.

 

일제 강점기 시대 관료체계. 출처=조선총독부 직원록해제
일제 강점기 시대 관료체계. 출처=조선총독부 직원록 해제

전북일보는 사실검증을 위해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국관료제도사>를 비롯해 전주시가 제공한 <1912년 4월 조선총독부 관보>, <조선총독부 직원록 해제>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이사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잔재로 확인됐다. 이사관(理事官)은 일반직 2급 공무원의 직급이다. 통상 중앙관청의 국장급 광역자치단체 실장급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사관 명칭을 처음 사용한 때는 대한제국 시기였던 1905년 일제가 을사늑약을 통해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정치를 하면서부터다. 당시 일제는 통감부의 하부조직으로 국내 주요도시에 이사청을 설치, 그 장을 이사관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통감부 관보 등에 남아있다.

이사관 명칭은 1948년에 대한민국정부 수립 당시 ‘인사사무처리규정’에 의해 직급으로 설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서기관(書記官), 사무관(事務官), 주사(主事), 서기(書記) 등의 명칭은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사용됐던 직급으로 나타났다.

4급 공무원을 부르는 명칭인 서기관은 1894년(고종 31년)의 관료제도에서 경무청에 서기관을 두도록 한 것이 처음이다. 고종이 1897년 10월 12일부터 선포한 대한제국 시기보다도 앞선다. 일제강점기는 1910년 8월 국권피탈로 대한제국이 멸망한 이후부터 1945년 8·15광복에 이르기까지를 일컫는다.

5급 공무원인 사무관 명칭은 1895년(고종 32년)의 조선시대 관료제도에서 통상사무관(通商事務官)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 그 최초로 파악됐다. 일제강점기 때에도 사무관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9년 11월 ‘공무원임용령’에서 공무원 직급으로 채택됐다.

주사는 공식적으로 6급 공무원의 직급이다. ‘주사’라는 명칭은 995년(고려 성종 14년)과 1894년(고종 31년)에 쓰인 것으로 기록이 남아있지만, 현대 한국관료제의 주사는 정부수립 후 1948년 11월 ‘인사사무처리규정’에 의해 설정된 직위다.

서기는 현행 공무원 직급에서 8권 공무원을 의미한다. 서기라는 직위 또한 1894년(고종 31년)대한제국 선포 이전 관제개혁 때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서기 역시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8년 11월 ‘인사사무처리규정’에 의해 공식화 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일보의 판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기초해 현행 대한민국 공무원 체계와 일제강점기의 관료체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전주시가 지적한 공무원 명칭 중 을사늑약 체결 후 쓰인 ‘이사관’은 일제의 잔재다. 다만 서기관·사무관·주사·서기 등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이전 1894년 관제개혁 시기부터 사용됐다. 일본의 실효적 지배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다. 공식적인 일제강점기는 1910년 부터 1945년까지로 조선시대 말 대한제국 선포 전에 쓰인 관료 명칭을 무조건 일제 잔재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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