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과 금융계 주장 자체검증
지/옌(Z/YEN) 그룹이 실시하는 조사결과 여러 가지 요인평가 절대적 지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 의견
금융과 별 연관성 없는 개도국이나 섬도시가 서울보다 높은 평가 받기도
2009년 금융중심지 지정된 부산 20위권에서 60위권까지 롤러코스터 정작 금융도시로서 부산 큰 변화 없어
금융위원회가 4월 30일 ‘지역특화 금융산업 육성방안 연구용역’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가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다시 고려하면서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의 반대논리에 활용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조선비즈>, <한국경제>, <한국일보>, <이데일리>등을 비롯한 언론과 금융계 일부 인사는 “서울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서 순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실은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영국의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실시하는 이 조사결과가 절대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전북일보는 지난 10년간 서울과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 변화와 세계적인 순위변화의 흐름 당시에 있었던 사건 등을 토대로 제3금융중심지 논의와 국제금융센터지수와의 관계 그리고 실제 금융산업 발전저해요인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팩트체크를 실시했다.
<금융센터순위 관련 국내 언론사 기사 현황>
○ [목멱칼럼]런던이 금융중심지를 유지하는 이유(’21.3.20, 이데일리)
○ [단독] 전북 콕 찍어 "금융중심지 만들자" 여론몰이 나선 국민연금(’21.3.21, 조선비즈)
○ 대선공약 ‘전북 금융중심지’ 거둬들인 금융위의 결단(’21.4.13, 한국일보)
○ 정치권이 띄운 '전북 제3 금융중심지' 무산(’21.4.13, 한국경제)
○ 금융기관은 동네북?, 여당 표팔이 ‘지방 이전’ 공약 남발(’21.4.15, 헤럴드경제)
○ 금융허브 순위 3년새 27계단 추락...외국계 본사 유치 흐지부지(’18.11.16, 동아일보)
○ 4년새 세계 24→46위... ‘금융허브 부산’ 경쟁력 끝없는 추락(’19.3.20, 부산일보)
○ 세계 6위→36위... 금융허브 서울 ‘끝없는 추락’(’19.3.18, 한국경제)
○ 아시아 금융허브 부산 날개 펴나? 금융센터지수 11계단 상승(’20.9.27, 아시아경제)
○ 코로나19에도 서울 국제금융경쟁력 ‘쑥’...121개 도시 중 25위(’20.9.28, 이데일리)
○ 서울시 국제금융경쟁력 16위 기록...9계단 올라(’21.3.17, 한국경제)
검증방식
지옌(Z/Yen)은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측정한 국제금융센터지수를 매년 3월과 9월에 발표한다. 순위는 통상 1~5위까지는 큰 변화가 없으나 나머지 도시들의 변화 폭이 컸다. 이를 토대로 201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의 순위변동과 언론이나 금융당국이 밝힌 금융 산업평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제3금융중심지 논의가 나온 시점,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받은 이후 서울의 순위변화와 인프라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또 국제금융센터 지수를 산정하는 기준을 살펴봤다.
검증과정과 결과
국제금융센터지수는 런던에 소재한 지옌 그룹과 중국 선전(Shenzhen)시에 있는 중국개발원과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평가대상 도시는 114곳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쟁력 분석(Instrumental factors)과 온라인 설문 조사(questionnaire)를 통해 도시별 점수를 집계하여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중 경쟁력 분석은 경영환경, 인적자원, 인프라, 금융부문 발전(과세), 평판 등 5가지 분야에서 134개 지표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평가한다. 활용 지표는 매년 추가되고 있으며, 모든 금융센터는 최신화 된 지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통계모델을 활용하여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추산한다.
우선 지옌이 밝힌 항목별 주요요소는 경영환경(34개), 인적자원(24개), 인프라(31개), 금융분야발전(22개), 평판(23개)등 다섯 가지로 정치적 안정도와 원칙 세제 등 규제환경, 노동시장, 교육, 삶의 질, 건설인프라, 정보통신 수준, 자본가용성, 도시브랜드와 혁신수준 등이 포함돼있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지옌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센터에 대한 각종 지표를 온라인 설문으로 받아 활용하며, 도시별로 1점에서 10점까지 부여하도록 하여 집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얼 발표한 ‘GFCI 26’은 336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집한 3만2227개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또한 응답자로부터 현재 시점에서 금융 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쟁력 항목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가장 큰 주요관심사항은 규제환경과 제도, 세제완화다. 또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과 공항 등의 교통인프라도 평가에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평가지표를 감안하면 전북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 논의가 서울, 부산의 순위변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또 지옌이 OECD등 초국가적 기관이 아닌 민간 컨설팅 기관으로서 파트너십이나 후원에 따라 순위가 변동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옌의 국제금융센터 지수 작업은 각 도시들의 직간접적 후원을 받아 왔으며, 2015년 9월부터 중국개발원과 함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수립한 이후 중국 소재 다수의 도시가 상위권에 꾸준히 랭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상하이의 경우 2021년 3월 기준 3위 베이징은 6위를 기록했다. 반면 도쿄 7위로 지속적으로 순위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 강국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캐나다에 소재한 도시들은 중국 신천 8위인 것과 대조되게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벤쿠버 등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울과 부산의 순위동향은 국내 언론이나 금융계의 평가와는 별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서울의 순위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부산에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이 이전한 부산의 순위도 동반 하락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7년 9월 기준 순위가 70위까지 떨어진 부산은 올 3월 36위로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부산일보>와<국제신문>등 해당지역 언론 그리고 금융위원회 부산지역구 국회의원은 지난 10여 년간 부산금융도시의 성과에 혹평을 내리고 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부산과 서울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서울의 경우 2015년 3월 7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주요금융도시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2019년에는 36위로 나오는 등 순위변동이 실제 인프라와는 차이가 있었다. 2015년은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이 결정되던 시기다. 올 3월에는 오히려 외국계 금융사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16위를 기록, 룩셈부르크, 시드니, 두아비, 제네바 등을 제쳤다. 그러나 금융산업 발전에 관해 당국에 평가는 낮다. 서울의 경우에는 서울의 경우 규제완화와 한국 금융위기의 빠른 회복세, 국내 금융환경이 표면적인 순위상승 요인이다. 또 이 기간 서울시는 각종 관련 정보를 지옌에 온·오프라인 광고 등을 통해 맞춤식으로 제공했고, 순위는 급상승했다.
부산의 경우에는 2014년 부산시와 함께 해양금융센터 보고서를 발간했고, 2018년 포커스 온 부산을 내놓으면서 지옌에 좋은평가를 받고 있다.
지옌이 발간한 2020년 포커스 온 부산을 살펴보면 “금융도시로서 부산은 동남아시아 경제 블록의 중심에 전략적 입지와 글로벌 물류 노선의 교차로를 바탕으로 부산은 동북아 국제 금융 도시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는 평가다.
또 “2014 년 63 층 규모의 부산 국제 금융 센터가 성공적으로 출범 한 후 2018 년 부산 금융 허브 2 단계 개발이 완료되어 금융 기관에 세계적 수준의 비즈니스 인프라를 제공 할 것으로 기대 된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는 등 국내에서 서울에서 지방으로 금융중심지가 이전하면서 한국의 국제금융경제력이 하락했다는 비판과 상반된 평판이 게재됐다.
2009년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당시에도 금융중심지 분산 비판이 만만치 않았으나 2015년 9월까지 서울의 GFCI 순위는 지속 상승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도시의 순위는 조사 때마다 같은 해에도 열 계단 이상의 순위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에도 GFCI 지수의 신뢰성에 다소 의문 표명했다.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2019. 3월)
국가경쟁력지수* 등 동일 분야에 대한 평가도 평가기관 및 평가기준에 따라 순위가 천차만별인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 한국 국가경쟁력지수 :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23위, 세계경제포럼(WEF) 13위
조사의 신뢰성과 세계동향
국제금융역 자격을 취득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산업이나 금융관련 법에 대한 전문가인 양기진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북일보>에 ‘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제살 깎아먹기’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조사의 신뢰성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양 교수는 “(금융중심지)추가 지정이 필요 없다는 논리의 핵심은 서울과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가 하락한 점을 제시한다. 제3 금융중심지를 추가로 지정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라는 것이다. GFCI란 지/옌(Z/YEN)이라는 런던 소재 상업적 컨설팅 회사가 금융산업 소재지들을 분석해 발표하는 지수인데, 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함정이 숨어 있다. 지/옌사의 GFCI 작업은 국가의 직·간접적 후원을 받아왔는데, 2015년 9월부터 지/옌은 중국개발기구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중국개발기구는 중국 최고 국가기구의 하나인 국무원(State Council)의 승인 하에 1989년 설립된 씽크탱크가 아니던가. GFCI의 추세를 보면 전통적인 금융산업 중심지인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폴 외에 상하이가 2017년경부터 급상승하여 2018년부터는 세계적인 금융산업 중심지 도시들과 거의 위상을 나란히 함을 알 수 있다. 올 3월 공표된 GFCI 25의 경우 전체 순위에서 서울(36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으로 상하이 5위, 베이징 9위, 선전 14위, 케이만섬 21위, 카사블랑카 22위, 텔아비브 23위, 광조우 24위, 버뮤다 25위, 아부다비 26위, 칭다오 29위, 모나코 33위 등이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산정 결과에 얼마나 공감이 가능할까.
세상에 나온 지수는 ‘참조’할 수 있지만 지수 하나에 의존해 국가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GFCI 관련 가버넌스 및 특정국 소재 도시들의 급부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GFCI는 생각보다 믿을만한 지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 판단의 기초가 되는 지수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문제로 제시한 국제금융지수 상위권에 랭크 된 도시들은 OECD가 인정한 조세피난처가 대부분이었다.
케이만섬,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이들도시는 ‘보물섬’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당시 서울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도시 중 14위였던 케이만 제도는 2021년 72위, 버뮤다는 84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가 산정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가 도출된 결과다. 이 기간 부산은 36위로 브뤼셀, 함부르크, 타이페이, 베를린, 비엔나 등을 완전히 제친 상황으로 유럽 수도들보다도 높은 평가를 획득했다. 그러나 부산에 순위 변동과 같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결론
조사의 신뢰성과 평가기준을 종합하면 “제3금융중심지를 거론하는 게 국제금융도시 순위 하락 원인이다”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 지수가 현존하는 유일한 금융도시 평가 기준이고 다양한 평가지표로 공신력을 얻고 있어 ‘전혀 사실이 아님’라는 결론보다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명했다. 다만 해당 지수가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아닌 점을 확인했으며, 평가항목과 실제 순위동향이 이를 인용하는 언론이나 인물들의 해석에는 차이가 있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