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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사춘기는 외롭고 슬프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공귀현 감독 'U.F.O'(2011년 작).
공귀현 감독 'U.F.O'(2011년 작).

사춘기 아이를 둔 가족은 조용할 날이 드물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꾸물거리거나, 하루 내내 스마트폰을 끼고 지내니 공부타령은 그만두고라도 잔소리를 참아내기 어렵다. 더구나 철없이 행동하는 듯 해 간섭하지만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하며 반향하기 일쑤다. 오죽하면 우스개로 북한이 남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까닭을 ‘중2’ 탓이라고 하거나 ‘중 2병’으로 부른다. 중2병(中二病: 추니뵤)은 신조어인데 1999년 일본 배우 이주인 히카루(伊集院光)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2010년 인기 웹툰 ‘싸우자 귀신아’에 중2병이 등장했는데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고독하며 세상을 등진 존재라고 여기는 증상을 비꼬아 만든 용어”라고 정의했다.

대뇌피질 순차적으로 발달

뇌 과학에 따르면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변덕스럽거나 반항하는 행동은 비교적 정상적이다. 단지 그의 감정에 충실하게 사고하고 행동할 뿐이다.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쓴 『불편해도 괜찮아』에 나오듯이 학부모들을 위로하는 ‘지랄총량의 법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발산일 수 있다. 즉 그 시기에 평생에 걸친 충동적 행위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뇌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의 3개 영역으로 나뉘는데 한꺼번에 발달하지 않고 보통 연령에 맞춰 순차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뇌간은 호흡이나 순환박동 등 생명에 직접 관계되기 때문에 태아 때부터 발달하며, 변연계는 유아기부터 시작하여 사춘기가 되면 발달이 완료된다. 하지만 인간의 고유한 뇌인 대뇌피질은 7세부터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전두엽’ 순으로 본격적으로 발달한다.

특히 전두엽은 고등사고력을 담당하는 ‘이성의 뇌’인데 가장 늦게 발달한다. 그러다 보니 뇌는 사춘기에 들어오면 더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신경세포조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시냅스를 두껍게 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제거한다. 더구나 신경세포 간에 신호전달을 빠르게 하려고 ‘수초화’myelination를 급속하게 진행한다. 하지만 그 때 뇌의 각 부분 간에 연결은 원활하지 않거나 그 속도는 느리다. 특히 변연계 및 뇌간과의 상호작용으로 대뇌피질의 각 부위를 조율하고 통제하는 전두엽은 가장 늦게 발달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불완전하다. 즉 사춘기 아이들에게 감정을 조절하여 충동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하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의사결정 등 고차원적인 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장애를 일으킨다. 더구나 전두엽에서 안구를 싸고 있는 ‘안와’orbit 바로 위에 있는 ‘안와전두엽’의 발달이 미숙한 아이라면 사춘기 증상은 더욱 심하다.

 

도파민 많을 수록 자극에 민감

만 3세쯤에 완성되는 안와전두엽은 전두엽과 변연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으로 변연계의 편도체가 보여주는 감정과 해마의 단기 기억에 저장한 정보를 전두엽으로 전달하여 전전두엽이 통제하게 하는데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충동이니 욕망을 자제하지 못한다. 특히 사춘기에는 청소년들의 감정이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주는 ‘도파민’이 변연계 주위에서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쾌락호르몬으로 변연계의 아래쪽의 ‘복측피개영역’에서 만들어져 그 주변의 보상기능을 하는 ‘선조체’, 계획하고 추론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감정을 만들어내는 ‘편도체’,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측좌핵’으로 분비되어 몸의 움직임과 동기부여, 보상행동에 관여하는데 분비된 도파민 양이 많을수록 외부의 자극에 대해 감정적으로 민감하며, 의욕적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하기 때문이다. 즉 변연계와 대뇌피질의 경계에 있는 ‘대상회’cingulate gyrus는 편도체로부터 정서적인 정보를 받아 쾌락이나 고통 등으로 판단하고 전전두엽을 통해 전두엽으로 전달하여 측두엽의 해마에게 쾌락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고통스러운 행동을 그만두는 정보를 단기 기억으로 저장하도록, 운동중추에게는 그 자극을 준 행동을 반복하도록 지시하는데 도파민 과잉상태에서 안와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항적 태도 당연

스탠퍼드 대학교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는 ‘마시멜로 실험’(1960)을 했다. 교사가 교실을 비우면서 4∼5세 아이들에게 다시 오기까지는 교실 안의 마시멜로를 먹지 말라고 했지만 어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먹었다. 그 후 14년 뒤에 그 아이들을 평가했는데 오랫동안 기다린 아이일수록 집중력이 뛰어나고, 계획을 세워서 행동했으며,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강하고, 좌절을 극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곧바로 먹어버리는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잦은 싸움에 휘말렸고 충동적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요약하면 안와전두엽이 발달한 아이들일수록 사춘기, 중2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이처럼 사춘기 아이들은 뇌와 신체에서 생리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 중이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칠 때쯤이면 뇌가 거의 발달하고 철 든 행동을 할 것이라는 믿음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 마구 법석을 떨며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춘기의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바람직할까? 가장 좋은 태도는 그들이 겪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비도덕적이지 않다면 어른의 기준에는 마뜩치 않아도 자극이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고 바라보며, 서로 약속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이해해줘야 한다. 어떤 성인들도 크든 작든 사춘기를 겪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은 없으며 아이들이 인생의 변곡점을 지난다고, 애정과 관심어린 눈으로 주의 깊게 지켜보며 그들의 행동에 지나치게 간섭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잘못된 행동 “안 돼!” 말해야

그처럼 넉넉하게 아이들의 삶을 관조하는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두뇌가 특히 전두엽이 점점 더 성숙해지면 ‘중2병’은 봄에 눈 녹듯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또한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지랄’의 정도를 줄이려면 부모는 유아기 시절의 안와전두엽의 발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생후 12개월까지는 조건 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베풀어야 한다. 그 후에 첫돌이 지나면 긍정적인 칭찬과 애정 표현과 함께 위험하거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드럽지만 짧고 단호하게 “안 돼!”, “그만 해!” 라고 제한하는 말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

위험한 행동인데도 자녀를 아낀다고 무조건 허용하는 행위는 애정이 아니라 ‘방임 학대’에 가깝다. 즉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야 할 12개 월 이전에 규제 위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그 이후까지도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받아주는 부모의 양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의 조건 없는 애정과 부드러운 충고는 만 3세 무렵에 거의 끝나지만 아이의 일평생에 영향을 주는 안와전두엽의 발달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안와전두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게 도와주고 뇌의 발달을 고려하여 사춘기에 서로 이해하고 아이에게 적절한 행위규칙을 함께 정해 지키도록 하는 일은 중2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약이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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