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소속이던 고(故)최숙현 선수가 받았던 피해와 아픔이 비단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는 비판이 봇물처럼 번지는 가운데 전북체육계와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체육계와 스포츠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감독과 팀 닥터, 선배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남 일 같지 않다’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차원에서 체육계 부조리 근절을 위한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데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두루뭉술한 운영조례로 관련자를 처벌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자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체육진흥법’제10조에 따라 제정된 ‘전라북도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 조례’에는 자치단체 스포츠팀 소속 구성원 간에 벌어진 부조리를 예방하거나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전북도 등 도내 자치단체는 폭력이나 괴롭힘이 발생하면 시행규칙 6조 2호를 적용해 ‘단원품위 손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벌칙이나 감봉 해임 등은 현행 조례 상 제대로 이뤄지지 어려운 구조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례 제·개정을 통해 체육계 부조리 악순환을 끊어야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할 지방의회는 침묵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에서도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체육계 부조리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관리감독은 그 때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에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고창에서 고등학생 시절 지도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가해자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후속대책은 없었다.
2018년에는 전주의 한 빙상경기장에서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선수가 코치에게 아이스하키채로 머리를 맞아 헬멧이 부서지기도 했다. 당시 이 선수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 학생만 9명에 달했다.
전북체육회는 지난 2016년 스포츠인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부조리 개선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설립당시인 2016년부터 올해까지 스포츠인 인권센터에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체육계 선후배와 지도자간 조직이 폐쇄적이고 만약 신고를 한다하더라도 내부에서 이를 묵인할 것이란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체육계 부조리가 세상 밖으로 나온 사례는 고(故)최숙현 선수처럼 극단적인 경우나 신유용 씨처럼 미투운동에 동참해 폭로하는 사례를 비롯해 이미 폭행이 경찰에 노출돼 수사가 착수된 이후였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기준 도내 자치단체에 소속된 스포츠 팀은 23팀으로 구성원은 지도자 31명, 선수 11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충분히 면밀한 전수조사가 가능한 인원이지만, 지난해 25번 진행된 전북체육회 차원의 인권교육 외에는 별다른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정부와 자지단체 차원의 제도적 근거가 미약한 점과 무관치 않다.
전북도와 전북체육회 관계자는 “인권존중에 부합하는 체육인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 한다”며“그러나 관행적으로 굳어진 문화를 개선하려면 여러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구 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자성하는 계기를 마련해야한다”며“전북도가 인권이 존중받고, 폭력 등 부조리에 고통 받는 피해자가 없는 체육계를 만들기 위해 앞장설 수 있는 방안을 고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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