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제법 거세진 3월 어느 날 새벽 김제시 축구전용구장.
운동복 차림을 한 40~50대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식간에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구장을 꽉 메웠다.
한 회원이 가방 속에서 축구공 여러 개를 꺼내들자 누구 할 것이 없이 삼삼오오 간격을 맞춰 패스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몸을 푸는 과정이지만 하루 이틀 공을 차 본 솜씨가 아니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365일 축구를 통해 열정을 품어내고 있는 이들은 바로 김제 ‘라이거스 조기축구단’.
지난 1997년 창단한 라이거스 축구단은 지난 24년 간 김제 축구 활성화 및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아마추어 동호인 단체다.
실력도 두말 할 것 없다.
김제 축구클럽회장기를 비롯해 도내 각종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김제시 주말 리그 등 모든 경기가 중단한 상태이지만 이전만 하더라도 김제시장기 축구대회 청·장년 통합 우승, 리그 우승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며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특히 8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 축구단은 실력 못지 않게 끈끈한 팀워크마저 보여주고 있다.
회원들 대부분은 직장인과 자영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엔 중·고등부에서 활동했던 선수 출신 회원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찰떡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라이거스 조기축구단의 성장 원동력은 꾸준한 새벽운동과 순수한 회원들의 열정에 있다.
바쁜 회사 생활과 일과 속에서도 매일 동이 트는 새벽마다 운동하는 일에 게으름 피우는 법이 없다.
특별히 날씨가 좋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1시간 씩 구슬땀을 흘린다.
세월만큼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려않은 라이거스조기축단 창단의 핵심인 서홍표 씨는 “회원 모두가 축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순수함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화합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원들 간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 애경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운동시간 이외에도 모임을 자주 갖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이야 김제시를 대표하는 축구 동호회로 자리 잡았지만 사실 이들이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순수하게 건강을 위해 모인 회원들이지만 지역 내 각종 클럽회장기 대회에서 번번이 예선 탈락하는 등 수모들 겪어야 했고, 한 때 회원 간 사기저하와 불협화음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대회 성적 및 결과보다는 회원의 화합이 우선이라며 즐기는 축구를 하기 시작했고 이후 우수한 선수들이 하나 둘 영입됐다.
세월도 막을 수 없는 이들의 축구열정은 곧 실력으로 드러났고 현재는 각 클럽팀으로부터 견제 받는 지역 내 아마추어 조기축구회 강자로 우뚝 섰다.
김제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남곤 씨는 “비록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20대 못지않다”며 “축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24대 김용욱 회장(44)은 “코로나 19로 운동장을 맘껏 뛸수 없지만 승부에 집착해 이기는 축구보다 즐기는 축구가 아름답다”며, “회원들의 화합과 우리 지역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라이거스축구단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새벽 운동이 끝나는 시간까지 회원들의 얼굴에서는 미소와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이들에게 있어 축구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활력소이다.
다음은 2021년 라이거스 조기축구단 집행부 명단.
회장 김용욱 상임부회장 윤상완 , 직전회장 강동형, 총무 박용훈, 재무 김성호, 40대 감독 채수길, 40대 코치 운영삼,30대 감독 김민주, 30대 코치 이주헌, 심판부장 정대일, 박정민, 관리부장 강명구, 이승훈, 감사 정낙훈, 진형필 상조이사 장일동, 홍보이사 김종문, 청년부장 손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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