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5일, 코스트코가 입점하면서 허허벌판이었던 KTX 광명역세권이 건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코스트코에 이어 2014년 12월 5일에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 개점했고, 뒤이어 12월 18일에는 이케아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개점했다.
이들 3대 대형 유통기업 입점으로 한 때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던 KTX광명역세권 개발은 탄력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AK플라자, 테이크호텔, 아이백스스튜디오 등이 포함된 광명 미디어&아트밸리 유플래닛과 중앙대 광명병원이 들어섰다. 몇 년전에는 라까사호텔이 문을 열었다.
KTX광명역세권은 광명동굴과 함께 광명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한꺼번에 이뤄내면서 광명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3대 대형유통기업 입점 과정에서 광명시 중소상인들은 큰 아픔을 겪었지만 한 마음으로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안경애 당시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스트코, 이케아 입점 저지 투쟁을 통해 중소상인들이 똘똘뭉쳐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한다. 안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자긍심이 높아졌습니다. 저와 광명시 중소상인들이 똘똘 뭉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입점 저지 투쟁을 한 거죠. 우리는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고 중소상인 전체에게 합리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상생협상을 진행했거든요.
우리 중소상인들이 코스트코, 이케아, 롯데프리미엄 아울렛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겁니다. 주차장이나 고객쉼터, 슈퍼마켓 공동물류센터 같은 게 바로 그런 거였어요. 다른 곳과 달리 공동의 이익을 위해 투쟁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다행히 시에서 적극적으로 우리 요구를 받아줬고, 힘이 되어주어서 우리가 원하는 게 다 실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투쟁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광명시민으로 KTX 광명역세권 개발은 찬성이었어요.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중소상인들에 대한 대책이 처음부터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투쟁한 건데, 그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에서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상생협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안 이사장은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과 신세희 기업경제과장, 민문식 중소상인지원팀장이 중소상인들의 편에서 애를 많이 썼고 실제로 힘이 되어주었다고 평가한다.
광명시는 대형 유통기업 입점 후폭풍을 막기 위해 골목상권과 중소상인 보호에 주력하면서 이들에게 유리하게 상생협상을 이끌어 중소상인들과 견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별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중소상인들은 한 때 광명시의 대형 유통기업 유치를 맹렬하게 비난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3대 대형 유통기업이 입점을 완료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 후 광명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소상인들과 깊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소상인들이 대형 유통기업의 입점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은 코스트코와 이케아,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반대를 외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던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슈퍼마켓협동조합,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는 골목상권과 중소상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것에 대한 감사와 신뢰의 표현이었다.
김남현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광명시와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이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유치했을 때 정말 미웠다고 말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광명시는 병을 주고, 약도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뒤돌아보니 병이 아니었다. 중소상인들의 면역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중소상인들을 단련시키는 예방주사였다.
“상생협약 과정을 거치면서 광명시 공무원들이 진정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입장이 이해가 된 거죠. KTX 광명역세권을 개발해야 되고, 소상인들도 살아야 하니까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공무원들을 한 번 믿어보자고 했던 거고, 결과가 상당히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말만 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데 광명시 공무원들은 달랐던 거죠. 밥상을 둘러엎지 않고 잘 차려서 같이 나눠먹자는 것이었고, 지금 그게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션문화의 거리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양승조 광명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광명시를 많이 원망했는데, 시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상생협상 과정에서 중재하느라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처음에 롯데쇼핑은 우리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저희도 나름대로 대응하려고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와 있는 다른 지역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했어요.
그런데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지역마다 협상 내용이 달랐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럴 때 시가 우리 편에 서서 상생협상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면서 상황이 반전될 수 있었습니다.” -양승조 광명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과 김선태 미래전략실장은 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 중소상인들 편에 서서 상생협상을 중재했다. 양승조 이사장을 포함한 패션조합원들은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 김선태 실장 덕분에 상생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협상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조합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과정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결속력이 더 강해지는 반사이익도 얻을 수 있었다.
“롯데와 상생협약이 끝났을 때 상당히 후련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롯데 입점을 반대하면서 롯데에서 우리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여줄까 걱정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하게 상생협약이 마무리되어서 만족할 수 있었죠. 광명시가 가장 상생협약을 잘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합니다.” -양승조 광명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양승조 이사장의 말이다. 롯데쇼핑과 상생협상을 통해 16명의 조합원들은 전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에 좋은 조건으로 입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광명시 중소상인들과 대립관계였던 코스트코, 이케아,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역시 상생협상 과정을 통해서 중소상인들과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코스트코 측이 상생협약을 통해 영업종료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조정한 것이 획기적이었다. 김남현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코스트코와 이케아 입점으로 광명시 슈퍼마켓들은 심각한 매출 하락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매출 감소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30% 이상의 매출 감소를 우려했어요. 코스트코 입점으로 30% 정도까지만 매출이 준다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하락하면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하락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스트코 입점 초기에는 영향을 받아 매출이 떨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세를 보여 코스트코 입점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 김남현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아울러 전통시장이나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중소상인들이 축제를 포함한 다양한 행사를 열면 이들 3대 대형 유통기업은 앞장서서 행사를 후원하거나 지원했다. 양쪽이 함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역시 광명시만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만일 대형 유통기업 입점으로 골목상권이 무너지면서 중소상인들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광명시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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