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500일이 넘는 기간 중 혼거 생활(여러 사람이 한 방에 섞여 지내는 수용 방식)을 하는 것도 모자라 과밀 수용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전주지방법원 민사11단독 정선오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위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용시설은 혼거 수용이 마치 원칙인 것처럼 운용되어왔고, 매우 과밀하게 수용되어 왔다”면서 “이러한 문제는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지방법원의 1심 판결 이외에도 최근에는 부산구치소와 포항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B씨와 C씨 그리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D씨가 낸 국가배상소송 역시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판결의 원고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최소 1.23㎡(0.37평)에서 최대 3.81㎡(1.15평) 정도였다. 아마도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7년 국정감사장에서 신문지 두 장 반을 깔고 누워 1인당 수용면적을 설명하며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심각성을 보여줬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크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부는“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판단했다.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는 성인 남성 평균 신장 등을 고려해 수용자 한 사람에 2㎡를 제시했다. 이렇게 ‘교정시설 내 과밀 수용은 위법한 행위이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이루어졌다.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인원위원회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최근 5년간 교정시설 관련 인권침해 진정건수가 8934건으로 연평균 1787건이고, 과밀수용 관련 진정건수는 205건으로 교정시설별로 보면 수원구치소, 인천구치소, 광주교도소, 서울구치소, 전주교도소, 대전교도소 순으로 많이 접수되고 있어 대도시소재 교정시설의 높은 수용률과 연관성이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며 직권조사를 통해 법무부장관에게 과밀수용 해소를 위한 권고를 하기도 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이 법을 집행하는 때에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동법 제5조의2에 따라 법무부장관은 5년마다 교정시설의 수용 실태 및 적정한 규모의 교정시설 유지 방안을 포함하여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특히 동법 제14조에 따르면 수용자는 독거 수용하도록 되어 있고, 독거실 부족 등 시설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한 때만 혼거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 법에도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도록 교정시설이 관리되도록 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과밀수용은 수용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위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6. 12. 29. 2013헌마142결정). 이제는 과밀수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이 인정되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이루어졌다.
과밀수용의 문제는 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헌법적 가치문제 이외에도 현재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거실 바닥에 등을 온전히 대고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수용실에서 생활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높아져 함께 수용된 사람들 사이에 쉽게 폭행과 욕설까지 오가다 수용자들끼리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해 재판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등 공동생활이 원만하게 유지되기 어렵고,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 및 재사회화를 달성하기도 어려운 구조이다. 특히 교도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상당 기간 동안 재판과 접견이 중단되기도 하였는데 그 원인으로 교도소 과밀수용이 지목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과밀수용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 역시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합치하는 기준을 정립하고, 과밀수용 해소를 위한 보다 실효적인 구제방안을 강구하여 과밀 수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실제적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법무부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교정시설의 확충과 이전에 한계가 있다. 전주만 하더라도 과밀화되고 낙후된 전주교도소의 이전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고, 2002년 법무부에 교도소 이전·신축을 건의하여 법무부가 2015년 교도소 이전 사업을 추진해 올해 이전사업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이전 사업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이다.
2017년 기준 전국 52개 교정시설에 1일 평균 2만여 명의 미결구금자가 구금되어있고, 이는 수용정원의 40%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과밀수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결구금 수용자의 입소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구속수사는 헌법에 따른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잉 금지의 원칙에 따라 수사의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여야 하고, 이러한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를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사사법이 미결구금 위주의 형사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과밀수용 해결을 위해서는 사법정책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기관을 포함한 국회, 법원 등의 협력 역시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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