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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혼탁, 조합장 선거 이대로 좋은가] (상) 실태 - 고무신·막걸리, 돈 봉투로…부정 여전

조합원 집 방문 지지 호소 논란
홍어 선물 적발, 전국적 망신도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장은 지역에서 정치인에 버금가는 막강한 영향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학연이나 지연에서 벗어나 조합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조합장을 뽑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조합장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 2005년부터 선거사무를 선관위에 위탁하고 2015년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를 실시했고, 오는 8일 제3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불법 금권선거의 종류가 고무신과 막걸리에서 돈 봉투로 바뀌었을 뿐 과열과 혼탁 양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조합원만 투표권을 가지며 보는 눈도 적은 지역조합의 특성상 부정선거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있으며 조합원들도 그동안 물들었던 금권선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현장에서는 ‘50락70당’(조합원당 50만원 쓰면 떨어지고 70만원이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3회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부정과 혼탁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돈과 부정으로 얼룩

진안에서는 최근 현직 조합장 출신이 조합원의 집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다 불법 선거운동 논란으로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선거인을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조합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사진이 인쇄된 명함을 보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남원에서는 전직과 현직 조합장이 돈 봉투를 전했다가 양심선언을 통해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전주에서도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후보자와 조합원이 경찰에 고발되는 등 이번 조합장선거와 관련 20여건의 금품제공과 선거법 위법행위가 적발됐고 40여명이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전직 조합장 출신 후보 관련자가 조합원들에게 명절 때 홍어를 선물했다가 적발돼 이슈로 부상하는 등 전국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난 2회 조합장 선거에서도 금품·향응 제공 45명, 후보비방 및 허위사실 공표 6명, 사전선거운동 4명 등 64여명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다.

제1회 동시조합장 선거 땐 당선자 17명이 입건돼 12명이 기소됐다. 이 가운데 6명이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재선거 및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과거 임명제였던 조합장이 지난 1988년부터 조합원들의 선거로 선출되면서 금품, 향응제공이나 부정선거가 만연하자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선거업무를 선관위가 위탁받았고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선거는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합장 자리에 대한 메리트가 높은 만큼 후보자들도 일단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인물이나 정책 비전, 조합 경영의 능력을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과거 금품이나 향응에 따라 표심이 좌우되는 풍토가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치르는 의미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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