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배출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 쓸모없게 되어 내다 버린 잡동사니가 산처럼 쌓인다. 쓰레기는 하찮고 쓸모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을 담는 용기인 쓰레기통도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없으니 아쉽다. 손에 든 쓰레기를 당장 버려야 하는데 길거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내년이면 꼭 30년이 된다. 도심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쓰레기통은 지난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 이후 사라지기 시작했다. 쓰레기 불법투기 억제와 악취 방지, 도시 미관 등을 위해서다. 일부 시민들이 가정이나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길거리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려 문제가 되면서 공공 쓰레기통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런데 정작 쓰레기통이 없어지면서 거리가 지저분해졌다. 길거리 무단투기가 늘어 환경미화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때는 시내버스 내 음료 반입이 금지되면서 버스 승강장 주변에 버려진 음료 용기가 쌓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쓰레기 버릴 곳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버스 승강장과 번화가 골목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쓰레기 수거용 ‘빈 깡통’이 보이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길거리 쓰레기통이 속속 부활하고 있다. 도심 거리에 다시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모양과 색상이 확 달라졌다. 화려하게 변신했다. 시민 아이디어를 반영한 참신한 디자인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아이디어 쓰레기통이 시민들의 호응 속에 확대 설치된다면 도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북지역에서는 여전히 길거리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나 일부 공원을 제외하면 쓰레기를 버릴 곳이 아예 없다. 전북지역 대다수의 시·군에서는 길거리 쓰레기통 확대 설치 방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거리 곳곳에 공공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종량제의 취지인 생활쓰레기 배출량 감소 효과가 줄어들 수 있고, 집 안에서 발생한 쓰레기까지 일반 봉투에 담아 길거리 쓰레기통에 몰래 버리는 얌체족도 나타날 것이다. 쓰레기통 주변에 분리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쌓이는 오물과 악취로 오히려 도시미관과 거리 환경을 해칠 수도 있다. 또 이를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의 부담도 클 것이다.
그렇다고 손사래부터 칠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야 한다. 먼저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한 거리를 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해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독특한 디자인을 도입한다면 새로운 도시경관을 만들고, 거리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려도 있겠지만 믿어야 한다. 시민의식을.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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