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다. 우려했던 트럼프 리스크가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당장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보다 우리 지구가 더 걱정이다. 기후위기 시대, 국제사회가 협약을 통해 힘겹게 붙잡고 있던 생명의 끈이 위태롭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상징한다. 그런데 미국의 협약 재탈퇴가 예고됐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가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가입했다. 그리고 돌아온 트럼프 정부의 내년 파리협정 재탈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녹색 사기’라며 기후위기론을 부정해온 트럼프 2기,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잠시 시간을 돌려보자. 트럼프는 1기 취임을 앞둔 지난 2016년 12월, 환경론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만났다. 정치인이자 환경운동가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발한 책 ‘불편한 진실’의 저자인 앨 고어와 파리협정 탈퇴 등 반환경정책을 공언해온 트럼프의 회동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의 설득으로 트럼프의 환경 관련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고집불통 트럼프에게 좌고우면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더 단단해진 트럼프 앞에는 그런 견제세력도, 기대도 없다. 예상대로 트럼프 당선인의 환경정책 뒤집기는 거침이 없다. 에너지부 장관에 화석연료 예찬론자인 석유회사 최고경영자를 지명했고,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환경보호청(EPA)을 수도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건너 그 나라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환경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게다가 ‘미국’이다. 기후변화협약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지구촌의 기후위기 대응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지구촌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수만 명이 한 곳에 모인다. 각국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다. 올해도 제29차 총회(COP29)가 동유럽의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에서 지금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해 22일 폐막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보다 단호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개막 전부터 힘이 쭉 빠져버렸다. 트럼프 당선 후 주요 국가의 정상과 정치 지도자·기업인들이 잇따라 불참을 통보했다. 트럼프 재당선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재앙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악당’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걱정이다. 환경정책 뒤집기, 환경위기의 진앙이 고집불통 트럼프뿐일까?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대한민국 윤석열은? 그리고 전주시 우범기는?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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