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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나라, 투발라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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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의 수중연설 영상이다. 코페 장관은 이 연설을 위해 허벅지까지 물이 닿는 바다로 들어가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간절한 호소였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156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877년 영국인이 이주하면서 영국의 보호령을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것은 197810, 1981년 독립 후 첫 총선거를 실시했다. 인구는 2023년 기준 11,396명이고 아홉 개 섬으로 이뤄진 엘리스 제도가 영토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 가라앉고 있다. 투발루의 평균 육지 고도는 고작 6피트 6인치. 설상가상 해마다 해수면이 0.2인치씩 상승하고 있어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 이미 30년 안에 투발루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고 보면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은 가혹하다.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섬은 사라지지만 투발루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답을 찾아 나섰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국가 건립(?)이 투발루가 찾은 대안이다. 투발루는 20022년 말 디지털 국가 건립을 선언했다. 전 국토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그 안에 문화와 역사, 국민의 삶을 기록으로 담아 국가의 존재, 정신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투발루 말고도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위기에 처한 저지대 섬나라는 적지 않다. 지난 2009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인 COP15에서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대통령과 11명 장관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 4m에서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모아나 피지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섬나라들 역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실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설, 계절의 경계까지도 없앤 기후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올여름도 예외 없이 견디기 힘든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처서가 지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열대야는 9월이 지나고도 지속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된 투발루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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