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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함께 자라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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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계절이 왔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으니 이제 다시 마당으로 나갈 시간이다.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큰아이는 자연스럽게 캠핑을 하자고 이야기한다. 미리 예약해 두지 않아서 어쩌지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마당에 텐트를 치고 놀이 테이블을 옮겨 놓으면 그것으로 캠핑 준비는 끝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 온종일 마당에서 볕을 쬐고 바람을 느끼며 아침, 점심, 저녁을 보낸다. 부엌에서 요리한 음식도 바깥에 차려 먹으면 레스토랑의 야외석처럼 느껴진다. 보드게임도 텐트 안에서 하면 더욱 재미있다. 여유가 있다면 이틀, 삼일 정도 텐트 생활을 한다. 집에서 하는 캠핑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과 밖의 온도와 감도는 엄연히 다르다. 아이들은 바깥에서 더욱 쑥쑥 자란다. 

우리집 아이들에게 바깥 생활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봄‧가을에는 마당 캠핑을 하고 여름에는 옥상에서 수영을, 겨울에는 마을의 경사진 길에서 봅슬레이같은 눈썰매를 탄다. 덕분에 팬데믹으로 집에서만 생활해야 했던 때에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고, 소리 지르며 놀 수 있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가장 큰 장점은 땅과 식물, 벌레들의 존재이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땐 마당으로 나왔다. 시골의 마당에는 계절마다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아이들과 재미나게 잡초뽑기 대회도 하고 물주기 시합도 하다 보면 두어시간 지나는 동안 함께 마당 정리를 마치게 되기도 한다. 책 속의 식물들과 곤충들의 진짜 모습이 내 옆에 있는 놀라움은 덤이다. 처음에 흙을 만지기 싫어 했던 첫째는 ‘흙 묻으면 털지 뭐’ 하고, 벌레를 무서워했던 둘째는 ‘저거는 뭐야?’ 한다.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여기서 같이 자라고 있다. 

나와 남편이 귀향 계획을 친구들에게 알렸을 때, 아이들 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나와 남편의 대답은 ‘그건 그때 가서 봐야지.’ 였다. 어디에 살든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무엇을 잘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우리가 서울에 산다고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더 잘 키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기도 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무엇을 원하게 될지 모르겠고, 나와 남편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격변하는 시대에 ‘라떼는 말이야’ 하고 어줍짢은 코치를 하려 했다간 오히려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해서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지금의 환경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까지 왔다. 우리가 자랄 때는 맹목적으로 달려나가느라 지나치고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찾아와 발견한 일이 결코 의미 없는 회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다른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훗날 좌절이나 실패가 다가와도 다시 잘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 인간의 문제는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여기서 우리와 함께 자라며 무엇이 되었든 자기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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